美 법원, 트럼프 압수수색 영장 공개…FBI 뭐 찾으려 했나

한동훈
2022년 08월 13일 오후 5:51 업데이트: 2022년 08월 13일 오후 5:51

FBI “비밀문서 11건 압수”…어떤 내용인지는 미공개
WP 등 일부 언론 “FBI, 핵무기 문서 찾으려 했다”
“이미 비밀 해제, 언제든 가져갈 수 있게 보관하던 것”
트럼프 “핵무기 문서 보도는 러시아 유착설의 일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자택 압수수색 영장이 12일(현지시간) 공개됐다.

공개된 영장에 따르면 미 연방수사국(FBI)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사법방해’ 혐의 입증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법방해죄는 증거 인멸이나 허위증언은 물론 증거를 숨기는 것까지 적용될 수 있다.

영장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18건의 기밀정보 은폐·파기·변조, 18건의 국방정보 수집·이전·분실 혐의(방청법 위반), 18건의 연방수사 기록 파기·변경·위조 등 3가지 형사 범죄 위반 가능성을 명시했다.

압수수색 범위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그의 직원들이 사용하거나 사용할 수 있는 장소,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개인 사무실인 ‘제45대 미국 대통령 사무실’과, 사무실과 관련된 모든 보관장소 등을 포함해 상자나 문서를 보관할 수 있는 모든 장소로 지정했다.

영장은 또 FBI 요원들에게 범죄 증거나 밀반출했거나 범죄의 결과로 생성된 모든 물리적 문서와 기록을 압수할 권한을 부여했다.

이 ‘문서와 기록’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기간인 2017년 1월 20일부터 2021년 1월20일 사이에 작성된 기밀문서와 대통령 기록물이 포함됐다.

마러라고 리조트 직원 개인 공간이나 투숙객 객실은 압수수색 대상에서 제외했다.

FBI는 영장과 함께 3쪽짜리 압수물품 목록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FBI는 트럼프 저택에서 1급 비밀(top secret) 문건 4개, 2급 비밀(secret) 문건 3개, 3급 비밀(confidential) 문건 3개를 압수했다. 이 밖에 1급비밀·SCI(민감한 특수 정보) 문건도 1개 포함됐다.

다만, 압수한 문건이 어떤 내용인지는 목록에 기재되지 않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 변호인단은 트럼프가 퇴임 전 마러라고에서 해당 문건에 대한 비밀지정을 해제했다고 주장했다.

미국 대통령은 비밀정보 취급 최고 책임자로서 비밀지정을 해제할 권한을 가지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 대변인 테일러 버도위치는 영장 공개 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바이든 정부가 트럼프 대통령의 사진첩, 직접 쓴 메모, 비밀해제 문건을 압수하는 엉망진창 급습을 벌인 후 수습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버도위치 대변인은 “대통령 자택에 대한 이런 습격은 전례가 없을뿐더러 불필요했다”며 “바이든 정부는 독보적인 정치적 라이벌을 상대로 정부기관을 무기화하고, 이를 정당화하려 거짓말과 비아냥거림을 흘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리조트 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자택 앞에서 현지 법 집행관들이 보인다. 2022.8.9 | Giorgio Viera/AFP via Getty Images=연합뉴스

전직 대통령 자택에 대한 전례 없는 압수수색에 대한 비난 여론이 확산되자, 미 법무부는 11일 “트럼프 대통령이 반대하지 않으면”이라는 단서를 붙여 법원에 압수수색 영장 공개를 청구했다.

이날 메릭 갈런드 법무장관은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 자택 압수수색 영장을 직접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해명 기자회견과 동시에 법원에 트럼프 측의 동의를 조건으로 영장 공개를 청구해 화제 전환에 나선 셈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1일 법무장관 기자회견 직후 “나는 문서 공개에 반대하지 않으며, 한 걸음 더 나아가 즉각적인 공개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2일에도 자신이 만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FBI가 압수했다고 주장하는 문서들은 모두 비밀 해제된 문서”라며 “그들은 마러라고에 침입하는 정치 놀음을 하지 않고도 언제든 (그 문서를) 가져갈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그 문서들은 FBI 요청에 따라 잠금잠치를 보강한 안전한 창고에 보관돼 있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또한 “오바마 전 대통령은 3300만 쪽 분량의 문건을 보관했는데, 그 대부분은 비밀 지정된 상태였다”며 “그 가운데 얼마나 핵과 관계됐나? 소문에 따르면 매우 많다고 한다”고 꼬집었다.

워싱턴포스트(WP) 등 언론들은 FBI가 이번 압수수색을 통해 핵무기에 관한 정보가 담긴 문건을 찾으려 했다며 해당 문건을 확보했는지는 불분명하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를 2016년 말부터 일부 기득권 언론이 꾸며낸 러시아 유착설에서 이어진 날조 기사의 일환이라고 지적했다.

공화당 의원들은 이번 전례 없는 전직 대통령 압수수색에서 정치 공작 냄세가 난다고 비판하고 있다.

2024년 대선에 재출마를 고려 중인 트럼프가 재출마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FBI가 수사력을 모으고 있는 사법방해 혐의가 입증돼 유죄 판결을 받으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 출마 자격을 잃게 된다.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 등 일부 의원들은 FBI와 법무부에 어떤 근거로 수색영장을 발부했는지 상세한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 이 기사는 잭 필립스 기자가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