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민주당, 현역 의원 출마포기 23명째…내년 중간선거 먹구름

2021년 12월 27일 오전 9:38 업데이트: 2021년 12월 27일 오후 11:45

민주당 의원들, 바이든 지지율 급락에 출마포기 속출
인플레, 에너지, 범죄율, 불법이민, 코로나19 등 악재
내년 중간선거 투표율 사상 최고 전망…’정권 교체론’

내년 11월 8일 열리는 미국 중간선거에서 정권 재창출을 노리는 민주당의 전망이 어두워지고 있다.

민주당 현역 하원의원(뉴저지)인 알비오 시레스 의원은 최근 재선에 도전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로서 재선 도전을 포기한 민주당 현직 하원의원은 23명째를 기록했다.

하원 전체 435석 중 221석을 차지해, 8석의 근소한 차이로 공화당(213석)을 누르고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 입장에서는 현역 하원의원 23명의 출마 포기는 사실상 치명적이다.

문제는 출마 신청마감일이 가까워지면서 출마 포기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민주당 의원들이 이번 중간선거를 일찌감치 포기하는 이유는 최근 급락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 때문이라는 게 선거 분석 전문가들의 견해다.

민주당의 유명 여론조사 전문가이자 선거 전략가인 더그 숀, 칼리 쿠퍼맨은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볼 때, 다수 유권자가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불만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현재 인플레이션, 높은 에너지 가격, 코로나19 확산, 사회 봉쇄 외에도 구인난, 전국적인 범죄율 급증 등 문제가 증가하고 있다. 이에 대한 불안과 우려가 민주당에 대한 심판론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게 숀의 분석이다.

이번 중간선거에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유권자들이 늘어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숀은 “자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내년 중간선거 투표에 참여할 가능성을 묻는 항목에 응답자 72%가 ‘절대적으로 확신한다’고 답했고 나머지 28%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했다”며 투표 참여 의지가 강하다는 것은 변혁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중간선거는 4년마다 열리는 대선과 상원·하원 선거 사이에 치러지는 선거다. 상원 100석 중 34석, 하원 435석 전체, 주지사 전체 50석 중 34석을 뽑는다. 임기 2년인 하원은 본선거와 중간선거 때 모두 전체 의석을 선출한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내년 중간선거 투표율은 기록적인 수치를 나타낼 것으로 관측된다. 민주당은 그동안 유색인종을 중심으로 투표율을 높여야 민주주의를 더 잘 실현할 수 있다고 비판해왔지만, 선거 호재가 하나도 없는 상황에서 높은 투표율은 걱정거리다.

숀이 인용한 설문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이 열심히 일하는 미국인과 동떨어져 있다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응답자 약 66%가 ‘그렇다’고 했다. 민주당이 사회 시스템 변혁에만 함몰돼 물가, 기름값 등 민생문제를 소홀히 여겨왔다는 점이 지적된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으로 나라(미국) 상황이 더 나아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별 차이가 없었다’는 질문에는 65%가 ‘그렇다’고 답했다.

민주당이 백악관의 주인이 되고 상원과 하원을 다수당을 차지하면서 국정 운영을 장악한 이후, 미국은 국민 간 분열이 심각하고 코로나19 팬데믹은 여전하며, 인플레이션 상승폭이 3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기름값은 치솟고 있다.

설문조사에서는 이 같은 상황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인플레이션에 대해 응답자 48%가 민주당 책임이라고 답했으며, 공화당에 책임이 있다는 응답자는 31%였다.

불법이민자 급증은 55%, 전국적인 범죄 급증은 48%가 “민주당에 책임이 있다”고 답했다. 공화당 탓을 한 응답자는 각각 22%, 27%에 그쳤다.

최근 미국 기업들의 최대 고충으로 떠오른 구인난에 대해서도 민주당 책임이 41%로 공화당(31%)보다 크다고 응답자들은 답했다.

또한 응답자 69%가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이 범죄에 유화적’이라는 답했고, ‘바이든 취임 후 미국이 더 분열됐다’, ‘경제가 약화됐다’는 응답도 각각 67%, 52%를 나타냈다.

그러나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가 이 같은 사회 분위기를 읽지 못하고, 잘못된 전략으로 당을 더 나락으로 빠뜨린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미 매체 폴리티코는 민주당 관계자를 인용해 지난 11월 2일 공화당이 승리한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를 예로 들었다.

매체는 “민주당 소속 전 버니지아 주자사인 테리 매컬리프가 선거운동 과정에서 민생문제를 소홀히 여기고 트럼프 비판에만 몰입하다가 결국 선거에서 패배했다”며 민주당 선대위원장 숀 말로니 의원에 대한 당내 비판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고 전했다.

버지니아는 지난 대선에서 바이든이 승리한 ‘민주당 텃밭’이지만, 주지사 선거에서 예상을 뒤엎고 공화당 글렌 영킨 후보가 승리했다.

당시 민주당 매컬리프 후보는 공화당 정치인들이 트럼프 후광만 얻으려 한다며 비판하는 선거 전략을 취했지만, 유권자들은 인플레이션 등 경제문제에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한 그를 외면했다.

설문조사에서는 다수당인 민주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비난 여론이 높았지만, 의회를 구성하는 양당 모두 분열을 극복할 의지가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이어지고 있다.

쿠바 이민자 출신인 민주당 시레스 의원은 출마 포기 선언의 또 다른 이유로 ‘워싱턴 분위기’를 꼽았다. 그는 미국 정책매체 롤콜과인터뷰에서 “워싱턴 분위기가 엉망이다. 좌파 아니면 극우여야 한다. 이는 국가를 위해서도 좋은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이 기사는 마크 탑스콧 기자가 기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