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롱코비드 치료법’ 공식연구 착수…“11억5천만 달러 투입”

나빈 아트라풀리
2023년 08월 4일 오후 4:18 업데이트: 2023년 08월 7일 오후 4:48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롱코비드(코로나19 장기 후유증) 치료법에 대한 공식 연구를 시작한다.

롱코비드란 코로나19 감염 후 치료를 받았는데도 두통, 기침, 인지 장애, 피로감, 수면 문제 등의 증상이 3개월 이상 이어지는 현상을 뜻한다. 미국인 13명 중 1명이 롱코비드 증상을 겪은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달 31일 NIH는 보도자료를 통해 “코로나19의 장기적인 영향을 규명하기 위한 리커버(RECOVER)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시행한다”며 “우선 두 가지 임상시험에 착수하고, 몇 개월 안에 최소 7가지의 치료법을 추가로 시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치료법에는 약물, 의료기기 및 기타 요법 등이 포함된다”며 “다양한 요법을 동시에 시험해 더 신속하게 효과적인 치료법을 찾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021년 제정된 미국구조계획법에 따라 롱코비드의 치료 및 예방법을 연구하기 위한 11억 5000만 달러 규모의 지원금이 NIH에 투입됐다.

당시 NIH는 롱코비드의 원인을 규명하고, 코로나19가 인체에 미치는 장기적인 영향을 파악하기 위한 리커버(RECOVER) 프로젝트를 시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약 2년간 어떤 임상시험도 진행하지 못했고, NIH가 롱코비드 관련 연구를 지연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지난 4월, 글로벌 이니셔티브 부대표이자 미국 펜실베이니아의대 의학윤리보건정책학과 교수인 에스겔 엠마누엘 박사는 “10억 달러가 넘는 돈을 투입했는데, 얻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이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무시당한 환자들의 의견

롱코비드 환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비영리단체 국제자율신경실조증협회의 대표인 로렌 스타일스는 “롱코비드는 수백만 명의 미국인에게 심각한 후유증을 남겼다”며 “이제라도 치료법 연구가 시작돼 기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연구 우선순위와 임상시험 설계 단계에서 환자들의 의견이 거의 무시당해 왔다”고 비판했다.

이어 “예를 들어, 코로나19의 후유증 중 하나로 알려진 자율신경실조증에 대한 근본적인 연구가 진행되지 않았다”며 “환자들은 원인 모를 두통, 어지럼증, 호흡 곤란, 수면장애, 우울감 등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롱코비드 관련 연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지난 6월 미국 보건복지부(HHS)는 권고문을 통해 “롱코비드 환자 현황을 파악하고, 즉각적인 치료에 돌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31일에는 “롱코비드에 대한 국가적 대응을 이끌 새로운 부처인 ‘롱코비드 연구 및 실행 사무소’를 신설했다”고 발표했다. 같은 날 NIH는 롱코비드 관련 공식 연구를 시작한다고 선언했다.

코로나19 감염 3년째 후유증 앓는 미국의 롱코비드 환자 | 연합뉴스

다만, 일부 의학 전문가들은 롱코비드의 증상 및 위험성이 지나치게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존스홉킨스 의과대학 교수인 마티 마카리 박사는 “미국 정부가 10억 달러 이상의 거액을 의료산업체에 지원한 것은 건강에 문제가 없는 미국인들까지 겁주는 꼴”이라며 “롱코비드 관련 문제가 과장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 의과대학 교수인 모니카 간디 박사도 “코로나19 감염자 가운데 20%가 롱코비드로 이어진다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연구에는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20%라는 롱코비드 추정치는 말도 안 되는 수치”라며 “어떤 연구에서도 그런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리커버 프로젝트

NIH의 주도로 진행되는 이번 임상시험은 가장 먼저 코로나19 치료제인 ‘팍스로비드’를 25일간 복용했을 때 나타나는 변화를 살펴본다. 일반적으로 코로나19 감염자는 팍스로비드를 5일간 복용한다.

이를 통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수개월간 인체에 남아 롱코비드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가설을 검증할 계획이다.

다음으로 ‘뇌 안개(멍한 느낌이 지속되는 증상)’ 및 인지 문제에 대한 치료법으로 브레인 HQ 인지훈련 프로그램 등이 효능이 있는지를 연구할 예정이다.

여기에 더해 롱코비드 증상으로 보고된 기립성빈맥증후군, 자율신경계 이상, 수면 장애 등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도 계획하고 있다고 NIH는 밝혔다.

NIH는 이번 임상시험에 착수하기 전, 2만 400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관찰연구를 진행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방식의 치료법을 구체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NIH 국립신경질환뇌졸중연구소의 월터 코로세츠 소장은 “롱코비드는 거의 모든 신체 시스템에 영향을 미치며 200가지가 넘는 증상을 나타낸다”며 “수많은 연구원들이 코로나19의 생물학적 원인을 규명하고 치료법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연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