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동부연안서 고래 사망 급증…지자체, 풍력발전 중단 요구

한나 응
2023년 03월 3일 오후 4:08 업데이트: 2023년 03월 3일 오후 4:08

미국 동부해안에서 석 달 새 23마리의 고래 사체가 발견된 가운데, 해상 풍력발전과의 관련성이 논란이 됐다.

뉴저지 해안도시 12개 시장들은 지난 1월 주의회 의원들에게 보낸 공동서한에서 “최근 발생한 전례 없는 규모의 고래 사체가 발견된 데 대해 우려를 표명한다”는 견해를 전달했다.

지난달 27일 혹등고래 사체가 뉴욕과 뉴저지 사이의 해역에서 발견됐다. 지난해 12월부터 따지면 뉴욕과 뉴저지에선 13번째, 동부 연안 전체에서는 23번째다.

앞서 3개월 동안 미 동부연안에는 혹등고래 외에도 밍크고래, 참고래 등이 죽은 채 해변에 밀려오는 현상이 발생해 환경단체와 지자체 사이에 논쟁이 일고 있다.

시장단은 고래들이 사망한 이유에 대한 연방정부와 주정부 차원에서의 조사를 촉구하고, 해상 풍력발전이 원인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기 전까지 해상 풍력발전과 관련한 모든 활동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한에서 해상 풍력발전을 문제 삼은 것은 고래의 사망 증가가 해상풍력발전기와 탐사용 선박 등의 활동 시기와 겹치기 때문이다.

해상 풍력발전은 기후변화에 맞설 신재생에너지로 각국에서 관심을 받고 있으며, 뉴저지 기후변화 전략의 핵심이다.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매사추세츠에서 버지니아까지 12개의 대형 해상 풍력발전 단지를 건설하기 위해 사전 조사작업 등을 벌였다.

이 기간 풍력발전 개발업체들이 해저 지도를 작성하기 위해 수중 음파 탐지기를 사용하고, 해저 암석 채취작업 등을 벌였는데, 고래 사망 증가 시기와 일치한다.

시장단은 서한에서 “청정에너지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프로젝트가 이미 우리 환경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 우려스럽다”며 “우리 지역 해안에서 향후 불필요한 (고래) 사망을 막기 위해 당장 조치를 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고래들은 음파를 이용해 서로 소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부 환경단체들은 조사선박의 음파 탐지기와 대형 선박 소음이 이러한 고래들의 의사소통을 교란해 죽음을 유발했을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대서양해양보호협회(AMCS)에 따르면 뉴욕주 환경보전국, 야생생물보호협회, 연안연구센터, 코넬대 등의 연구진으로 구성된 생물학자팀 역시 고래들의 돌연사 원인을 밝히기 위해 조사 중이지만 정확한 사인을 밝혀내기까지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가 지역 연구단체들의 사체 부검 결과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고래 중 절반은 선박과의 충돌 흔적이 발견됐으나 충돌이 늘어난 이유에 대해서는 설명이 엇갈린다.

일부 전문가들은 해상 풍력발전과 관련한 음파 교란을 이유로 들고 있다. 뉴저지에 거점을 둔 환경단체 ‘클린오션액션’은 고래의 죽음이 건설공사 및 해상풍력발전소와 관련이 있는지 조사해 줄 것을 연방정부에 요청한 바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때 감소했던 물동량이 지난 수개월간 회복되면서 늘어난 화물선박의 운행 때문일 수 있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AMCS 역시 고래의 사망이 풍력발전 개발과 관련됐을 수 있다는 추측에 대해 언급했으나 현시점에서는 직접 연관됐음을 보여주는 증거는 없다고 밝혔다.

한편, 필 머피 뉴저지 주지사는 고래의 잇따른 죽음에 대해 “비극적”이라면서도 해상 풍력발전 개발을 일시 중단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