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 사전투표 “역대 최대” 25개주서 100만명…지난 대선 10배

이은주
2020년 09월 29일 오전 10:28 업데이트: 2020년 09월 29일 오전 10:28

미국 대선이 36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인 100만명에 이르는 유권자들이 사전투표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전투표는 투표율을 높이고 선거 당일 혼잡을 피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로, 우편투표 또는 사전투표소 방문 투표의 두 가지 방식으로 참여할 수 있다.

주에 따라 선거일 45일 전, 며칠 전 시행하는 곳도 있다. 주 의회에서 제정한 선거법이 달라서다.

비영리단체 ‘미국선거프로젝트'(UEP)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전국 25개주에서 사전투표 참여자는 97만5천175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6년 대선 당시 9천525명을 기록한 것과 비교해 대폭 상승한 수다.

일부 주에서 아직 투표자 수가 집계 발표되지 않은 점을 고려할 때 실제 숫자는 이보다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유례없이 높은 사전투표율이라고 평가했다.

플로리다대 마이클 맥도널드 정치학과 교수는 자신의 웹사이트에 “미국 선거에서 100만명에 이르는 유권자들이 사전투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이번 사전투표 참여자 수가 높은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요인이 작용된 것으로 분석된다.

18일(현지 시가) 미국 버지니아 패어팩스에서 열린 조기 투표에 참가하기 위해 사람들이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며 줄을 서 있다. | 신화통신=연합뉴스

먼저 미국의 일부 주는 이번 선거에서 더 많은 유권자에게 사전투표 참여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새로운 선거법을 채택했다.

버지니아주의 경우 사전투표 기간 동안 진행되는 현장투표에 대한 제한을 완화했다. 이로 인해 20만명이 넘는 유권자들이 사전투표에 참여한 것으로 집계됐다.

신종코로나(중공 바이러스) 팬데믹 상황도 한 요인으로 꼽혔다.

이번 조사에서 사전투표 관련 법을 개정하지 않은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는 총 24만8천400명이 사전투표에 참여했다. 선거 당일 투표소가 붐빌 것을 우려한 유권자들이 방역을 고려해 사전투표에 나선 것이다.

또한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대부분 지역이 우편투표를 확대 실시하면서 사전투표수 증가를 견인했다. 워싱턴포스트 집계에 따르면 우편투표가 가능한 유권자는 약 84%다.

조사에 따르면 사전투표 참여자 수는 25개주 가운데 버지니아주(28만7천명)가 가장 많으며, 노스캐롤라이나주(24만8천400명)가 그 뒤를 잇고 있다.

그러나 가장 많은 유권자가 몰려 있는 플로리다주와 캘리포니아주에 의해 이 숫자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미 해당 지역에서 사전투표를 신청한 유권자는 버지니아와 노스캐롤라이나 투표자 수를 합한 것보다 훨씬 뛰어넘는 2천6백만명에 달한다.

플로리다는 선거일 15일 전, 캘리포니아는 부재자 투표 등록자만 사전투표가 가능하며 이들 주 모두 우편투표와 현장투표로 진행된다.

이처럼 코로나 사태로 이번 대선에서 전국적인 우편투표가 실시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부정선거 의혹이 제기되면서 우편투표에 대한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 24일(현지 시각) 펜실베니아주 루체른 카운티에서 군인용 우편투표 용지가 폐기된 채 발견돼 논란이 됐다.

법무부에 따르면 폐기된 투표용지 9장 가운데 7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기표한 것이었고 나머지 2장에 대한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8일 “국가에 반환되는 투표용지는 정확하게 집계될 수 없다. 이미 많은 일들이 매우 잘못되고 있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편투표가 대규모 부정선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트위터는 트럼프 대통령의 게시물에 반박하는 공지문을 첨부했다.

해당 공지문을 클릭하면 우편투표가 사기와 부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내용이 담긴 기사가 뜬다.

이 기사는 경제전문 매체 마켓워치를 인용해 “미국에서 우편투표를 포함한 유권자 사기는 극히 드물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보수성향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에 따르면 유권자 사기 1288건 가운데 1121건은 유죄판결이 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27일 탐사보도 전문매체 ‘프로젝트 베리타스’도 미네소타주에서 불법으로 투표 수확(vote harvesting)하는 장면을 공개하는 등 부정선거에 대한 의혹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미국선거프로젝트가 3개주 유권자들의 정치적 성향을 토대로 조사한 결과, 사전투표 참여자는 민주당 지지 13만7천860명으로 공화당 지지 4만2천822명의 3배에 달했다.

우편투표 용지를 신청한 유권자도 민주당이 2019만8천634명으로 공화당(1214만3천738명)보다 약 800만표 더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민주·공화 양당의 우편투표 견해에 따른 차이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