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신장 강제노역 국제 갈등 비화 속 노역소 삶 조망한 서적 발간

이윤정
2021년 03월 30일 오후 3:00 업데이트: 2021년 03월 31일 오후 7:24

중국 공산당(중공)의 인권탄압 문제를 놓고 미국·유럽 등 서방 국가들과 중공과의 외교 격전이 한창인 가운데 한 미국 기자가 중국 강제 노역자들의 실상을 담은 책을 출판했다.

중국계 미국인 기자 아멜리아팡은 그녀의 신간 ‘메이드 인 차이나: 죄수, SOS 편지, 그리고 미국의 값싼 상품에 숨겨진 비용’에서 값싼 중국산 제품 이면에 숨겨진 강제 노역자들의 피눈물에 주목했다. 

책 속 사연의 주인공은 강제 노역소에서 열악한 인권 상황을 담을 글을 써서 제품에 숨긴 인물인 쑨이(孫毅)다. 

중국 산시(山西) 타이위안(太原)시 출신인 쑨이는 대학 졸업 후 중국석유천연가스공사(中國石油集團, CNPC)의 엔지니어로 베이징에서 일했다. 그는 1997년 중국 기공수련인 파룬궁을 수련하기 시작했다. 

1999년 7월 장쩌민 당시 중국 국가 주석에 의해 파룬궁 탄압이 시작되자 박해 중단을 호소한 쑨이는 2001년에 면직당하고 감시 대상이 됐다. 그 후 감옥과 노동교양소(노교소) 등에 여러 차례 수감됐다.

쑨이는 악명 높은 랴오닝성 선양(瀋陽)시에 있는 마싼자(馬三家) 노교소에 수감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종이 버섯을 만드는 일에 동원됐다. 유럽으로 수출할 장식용 종이 버섯을 손가락으로 종이를 문질러 만드는 일이었다.

그의 손은 얼마 안 가 닳아 상처가 나고 감염됐지만 매일 버섯 160개를 만들어야 했다. 온종일 일해도 할당량을 채울 수 없었다. 그는 평소 2~3시간밖에 잠을 못 잤고 꿈에서도 버섯을 만들었다고 했다.

그가 간수 몰래 영어로 써서 수출용 제품에 숨긴 SOS 편지가 공개돼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의 증언을 바탕으로 제작된 다큐멘터리 영화 ‘마싼자에서 온 편지’는 2018년 9월에 공개됐다. 

하지만 쑨이는 2017년 10월 1일 발리의 한 병원에서 갑자기 사망해 그의 사인을 둘러싸고 의혹이 일기도 했다. 

마싼자에서 박해받았던 또 다른 파룬궁 수련자 장징(姜晶)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장징은 “공예품 재료는 판지였다. 판지가 가정에서 사용하는 휴지처럼 부드러워질 때까지 문지른 다음 독성이 강한 본드로 꽃을 만들어야 했다. 매일 손으로 그 꽃잎을 비벼야 하는데 온종일 비비고 나면 밥을 먹을 때 젓가락도 못 쥔다. 손가락과 옷에 묻은 본드 때문에 피부가 벗겨졌다”고 폭로했다.

현재 미국에 거주하는 장징은 코스트코 매장에서 깐마늘을 보면 몸서리가 쳐진다고 했다.

장징은 “나는 그것을 사지 않는다. 마싼자에 불법 수감돼 있을 때 마늘 껍질 벗기는 일을 했었는데 하루에 몇 마대씩 벗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 슈퍼마켓에서 파는 값싼 중국산 제품은 상당수가 노예 노동으로 만들어진 상품”이라고 했다.

하지만 노예 노동이 노교소의 전부는 아니다. 쑨이는 마싼자 노교소에서 끔찍한 고문과 학대에 시달렸다.

“손발에 족쇄를 채우고 매단 채 채찍과 고압 전기 충격기로 마구 폭력을 가했다. 금속 입마개로 입을 강제로 벌리고, 코에는 파이프로 강제로 음식을 주입하며 눈에는 고추장을 붓는다. …”

중국 기업인이었던 위밍(于溟)은 중국 노동교양소와 교도소에서 12년 가까이 지냈다. 그는 그곳에서 16~70세까지 다양한 연령과 신분의 사람들을 만났으며 상당수가 매일 12시간 이상 잔혹한 노역에 시달린다고 밝혔다.

위밍은 “노동량이 많을 때는 24시간, 48시간 일하게 한다. 어떤 노예 노동자는 시멘트 바닥이나 작업대에서 자라고 강요받는다”고 했다.

열악한 생존환경, 극심한 피로, 고문까지 겹쳐 노예 노동자들의 몸과 마음은 극한에 달했다. 간신히 버텨내는 사람도 있고 어떤 사람은 박해로 인해 죽거나 장애가 되기도 하고 각종 질병에 걸린다.

위밍은 “중국의 감옥, 교동교양소, 구치소는 모두 노동 효율이 가장 높은 노동착취공장으로 탈바꿈했다. 모든 수감자는 중공의 돈줄이다. 이들은 반드시 생산 라인에서 작업해야 한다. 수감자들은 건강검진을 하지 않아 에이즈, 간염, 감기 등 각종 질환을 앓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아멜리아는 “수년간 중공의 강제 노역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며 “글로벌 무역과 서방의 공급망이 중국의 방조범이 됐다. 저가와 유행에 대한 소비자들의 욕구도 한몫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위밍은 “많은 국가가 업무의 상당 부분을 사실 중국의 노예 노동자에게 던져줬다. 그래서 중공의 인권 박해를 지원했다. 예를 들어 항저우의 한 감옥은 ‘항저우 중사이(杭州中賽) 실업유한공사’를 법인으로 등록하고 38개의 감옥을 산하에 두고 있는데 4만 여명을 수감하고 있다. 일 년 내내 각종 의류 가공, 위탁 가공, 대외 가공 등 업무에 종사한다. 수출 상품의 90% 이상을 차지한다”고 밝혔다.

사실 중공은 강제 노역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아멜리아가 2019년 바이어를 가장해 상하이 칭둥 강제격리 계독소를 방문했을 때 화물트럭이 2시간 간격으로 드나드는 것을 목격했다.

아멜리아는 조사를 통해 기업들이 위탁 공장들의 강제 노역 여부를 쉽게 조사할 수 있지만, 이익을 위해 외면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녀는 “중공의 협박을 받는 노동자들은 감히 사실을 말하지 못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조사로는 실제 상황을 알아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중국에 널리 퍼져 있는 강제 노역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에 대해 아멜리아는 신장이 비교적 좋은 착안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공이 신장에 투자를 많이 했고 신장은 또 일대일로의 중요한 교통 중심지이기 때문”이라며 “만약 서방 정부가 신장과의 무역을 철회한다면 그것은 강력한 카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