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방부 “러시아, 키이우 병력 철수 아닌 재배치”

한동훈
2022년 03월 31일 오전 10:29 업데이트: 2022년 03월 31일 오후 2:29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5차 휴전협상을 마친 가운데, 수도 키이우(키예프) 인근 병력 20%가량을 철수한 것이 아니라 재배치한 것으로 보인다고 미 국방부가 평가했다.

국방부 존 커비 대변인은 30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러시아군이 병력을 재편성해 우크라이나의 다른 지역에 보낼 것으로 보인다며 이같이 밝혔다. 러시아가 진지하게 철수를 고려하고 있다면, 병력을 우크라이나의 다른 지역이 아니라 러시아로 보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29일 터키에서 진행한 5차 휴전협상에서 우크라이나는 안보가 보장된다면 러시아의 요구대로 중립국화를 받아들이겠다고 밝혔고, 러시아는 키이우 등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에서 군사활동을 줄이겠다고 했다.

그러나 러시아군은 30일 키이우 외곽에서 여전히 공습을 진행했고, 북부 체르니히브 지역에서는 오히려 24시간 동안 포격이 더 강화됐다는 지방정부 관계자 발언이 나왔다.

이날 커비 대변인 역시 “러시아가 여전히 키이우에 폭격과 공습 등을 계속하고 있다”며 키이우 북부, 북서부 병력이 재배치된 것으로 보이고 체르니히브 주변 병력도 벨라루스로 재배된 것으로 평가했다. 철수가 아니라 병력만 재배치한 일종의 속임수라는 지적이다.

한편, 양측 협상단은 내달 1일 온라인으로 휴전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우크라이나 협상단 다비드 아라하미야 단장은 텔레그램을 통해 “오는 4월 1일 러시아 대표단과 온라인 형식으로 논의할 것”이라며 “터키 회담에서 우린 양국 정상을 만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지만 러시아 대표단은 보다 일관성 있는 협정 초안이 먼저 필요하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앞선 5차 협상에 대한 평가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이 상당히 엇갈리는 모습을 보였다. 우크라이나 측 협상가인 미하일로 포돌랴크는 “이후를 낙관할 수 있는 몇 가지 근거가 있다”고 말했고,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의 이호르 조브크바 부국장 역시 30일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확실한 진전이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러시아의 크렘린궁 대변인 드미트리 페스코프는 “우크라이나 측은 휴전을 요구했지만 회담에는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고 차가운 평가를 내렸다.

다만 러시아 대표단 단장인 블리디미르 메딘스키는 5차 협상 뒤 가진 별도 기자회견에서 “협상이 건설적으로 진행됐다”고 평가하고, 우크라이나 측의 제안에 대한 공식적인 답변에 앞서 푸틴 대통령과 함께 제안을 검토하고 연구해볼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