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무, 중국에 맞선 한·미·일 3국 협력 강조

한동훈
2022년 02월 13일 오후 7:54 업데이트: 2022년 02월 13일 오후 7:54

미국이 북한의 미사일 시험과 관련, ‘외교적 관여’라는 원칙을 재확인하고, 중국의 질서 저해 시도에 맞서기 위한 3국의 협력을 강조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12일 하와이 호놀룰루 아시아·태평양안보연구소(APCSS)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 공동 기자회견에서 최근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도발”로 여기고 규탄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한국 정부가 연이은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해 “유감”이라고만 말하며 강한 대응을 자제해온 것과는 차이를 보이는 부분이다.

블링컨 장관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달성”이라는 대북 정책의 목표를 재확인한 후 “외교적 관여”로 사태 해결에 모색하겠다면서도 “북한에 책임을 물을 방법을 찾기 위해 (3국이) 계속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달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이 북한 대량살상무기에 관련된 개인과 기관에 총 8건의 제재를 부과한 사실을 언급했다.

또한 북한에 대해 적대적 의도가 없으며 ‘전제 조건 없는 북한과의 대화’에 열려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전제 조건 없는 대화”는 조지 부시 행정부 시절부터 20년 이상 이어져온 미국의 일관된 대북 기조이기도 하다.

한국 정의용 외교부 장관 역시 이날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비판하며 대화에 복귀할 것을 촉구했다.

정 장관은 “최근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는 분명히 잘못된 행동”이라며 “북한에 대한 관여를 가속화하기 위한 여러 가지 현실적인 방안을 협의했다”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현 단계에서 공개할 수는 없다”고 말을 아꼈다.

일본의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상은 이날 회담에서 “3국 장관들이 역내 억지력을 더욱 강화하는 데 동의했다”고 말했다.

역내 억지력은 일차적으로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억제하기 위한 힘을 가리키지만 그동안 일본이 중국에 맞서 대만, 호주와 협력을 강화해왔다는 점에서 중국까지 포함한 개념으로 풀이된다.

이날 블링컨 장관의 발언에서도 한·미·일 3국 회담이 중국을 겨냥한 자리였음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 나왔다.

블링컨 장관은 “북한의 도발적 행동이든,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위협이든, 규칙 기반의 질서를 저해하려는 이 지역 내 큰 국가들의 다른 행동이든”이라며 “공통점은 안보와 번영에 필수적인 기본적 원리가 도전받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규칙 기반의 질서를 저해하려는 동북아의 큰 국가들’은 중국과 러시아를 지칭하는 표현으로 읽힌다. 미국·영국·호주는 중국을 겨냥해 결성한 3국 안보동맹 오커스(AUKUS)에서도 중국을 가리켜 ‘규칙 기반의 질서를 저해하는 국가’로 부르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지난 4일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앞서 양국 정상회담을 갖고 서로의 안보와 국가주권 등 핵심 이익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미국이 이번에 한·미·일 회담을 개최하며 북한 미사일 문제에 공동 대응을 논의한 것은 중국-러시아-북한의 위협에 맞서 긴밀한 협조 체제를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