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무부 “홍콩 당국, 1일 시위대 86명 체포…일국양제 완전히 해체”

류지윤
2020년 10월 5일 오후 1:33 업데이트: 2020년 10월 5일 오후 3:35

미 국무부가 중국 공산당 정권수립 71주년이던 지난 1일 홍콩 민주화 시위에 참여한 80여명을 경찰이 체포한 데 대해 홍콩 정부를 강하게 규탄했다.

모건 오르타거스 국무부 대변인은 3일(현지 시각) 성명에서 “우리는 홍콩 정부가 지난 1일 80명 이상을 독단적으로 체포한 것에 분노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홍콩 정부는 평화적인 여론을 억압함으로써 홍콩의 자치권과 홍콩인들의 자유를 빼앗으려는 중국 공산당과의 공범 관계를 보여준다”고 비난했다.

시위대는 이날 국경절에 홍콩 국가안전법(홍콩안전법)에 반대하며 홍콩의 민주화를 외치기 위해 거리로 몰려나왔다.

지난 7월부터 시행된 홍콩안전법은 국가 분열, 체제 전복, 테러 활동, 외세결탁 등을 4대 범죄로 규정하고 최고 종신형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법의 자의적 해석 및 적용 가능성이 있어서 우려를 낳고 있다.

홍콩 경찰은 이날 저녁 성명을 통해 “홍콩 도심에서 시위를 벌인 86명을 불법 집회와 공격용 무기 소지 혐의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그 중에는 구의회 의원 4명도 포함됐으며, 이들 모두 보석으로 석방됐다.

지난 1일 홍콩 경찰이 대만으로 망명하려다 붙잡혀 중국으로 송환된 홍콩인 12명에 대한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대를 체포하고 있다. | 로이터=연합

이날 현장에서 체포된 모잠 찬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이날 식사를 마치고 친척을 방문하려고 집회 인근인 코즈웨이베이를 지나던 찰나 갑자기 경찰이 그를 제지하고 불법 집회 참여 혐의로 자신을 고발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인 퍼거슨 레응(梁晃維)은 체포되기 몇 시간 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중국 국경절 관련 비판 글을 게재했다.

레응 의원은 중국 당국의 홍콩에 대한 탄압은 23년간 이어져 왔으며 “홍콩인들의 피로 손이 얼룩진 권위주의 정권을 위해서는 절대 축하하지 않을 것”이라고 썼다.

지난해 촉발된 범죄인 인도법(송환법) 반대 시위 이후 홍콩에서는 계속해서 민주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홍콩 경찰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6월 9일부터 올해 9월 15일까지 시위 현장에서 1만22명이 체포됐다.

국무부는 홍콩 정부가 “법치주의 보존과 집회와 표현의 자유 등 인권 존중과 관련해 정치적 목적을 위해 법 집행당국을 악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이번 체포는 중국이 약속한 “‘일국양제’를 완전히 해체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중국 공산당은 1997년 영국이 홍콩을 중국에 반환할 당시 영국과의 합의에서 일국양제 원칙을 약속하고 오는 2027년까지 홍콩 자치권을 보장하기로 했다.

그러나 홍콩 입법 체계를 무시하고 홍콩안전법을 만장일치로 제정하면서 국제사회의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같은 날 미 하원 외교위원회는 ‘2020년 홍콩인들의 자유와 선택 법안’(H.R.8428)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번 법안은 지난 6월 톰 맬리나우스키 의원(민주당)과 애덤 킨징거 의원(공화당)이 공동 발의한 법안을 개정한 것이다.

홍콩안전법을 우려해 홍콩으로 되돌아가는 것을 거부하는 미국 거주 홍콩인에게 일시적으로 피난처를 제공한다는 것이 골자다.

또한 홍콩을 떠나는 홍콩인의 난민 신청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고, 피난처 제공을 위해 동맹국들과 협력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