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교육단체, 인종교육 항의 학부모 ‘테러’ 취급했다가 자금난

한동훈
2021년 12월 8일 오후 4:08 업데이트: 2024년 01월 21일 오후 7:50

사회주의적 인종 이론 교육에 항의하는 학부모들을 ‘테러리스트’ 취급해달라고 요청한 미국 교육위원단체가 상당한 경제적 손실을 입게 됐다.

미 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전국 교육위원단체들의 연합체인 ‘전미교육위원회협회'(NSBA)는 수백만 달러 규모의 자금이 끊길 처지에 놓였다. 산하 회원단체들이 줄줄이 탈퇴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일까지 17개 주(州)의 교육위원단체들이 NSBA를 빠져나가거나 관계를 축소했다. 학부모들의 항의를 ‘국내 테러’에 준하여 대응해달라고 백악관에 서한을 보낸 사실이 폭로되면서 빚어진 결과다.

탈퇴한 단체들은 일부 학부모들이 지나친 반응을 보였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자녀 교육에 관심 많은 학부모들이 교육 과정에 참여하고 목소리를 내려는 시도를 ‘테러 행위’로 폄훼한 NSBA에 환멸감을 나타냈다.

NSBA는 지난 9월 백악관에 보낸 서한에서 학교 이사회 회의에 참석해 학교 교육방침에 항의하거나 교육위원들을 위협한 학부모들을 테러리스트에 비유하고 연방수사국(FBI)에 ‘애국법(Patriot Act)’ 적용을 요청했다.

미국의 ‘애국법’은 테러·간첩 혐의자를 감시하기 위한 법으로 법원 허가 없이 수사 당국의 결정에 따라 1년간 혐의자의 이메일 등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허용한다. 학부모들을 향해 민간인 사찰을 사주한 셈이다.

이같은 사실이 10월 언론 보도를 통해 드러나면서 거센 비판 여론이 제기됐고 NSBA는 사과 성명을 발표했지만, 상황은 그대로 마무리되지 않았다. NSBA에 거액의 회비를 내던 회원단체들이 속속 이탈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탈퇴한 회원단체들이 내던 회비는 지난 2019년 NSBA가 거둬들인 전체 회비 260만 달러의 42%를 차지하는 110만 달러로 알려졌다. 한해 운용할 수 있는 자금이 반토막 나게 된 것이다.

피해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이번에 탈퇴한 단체들에는 플로리다, 펜실베이니아 등 인구수가 많은 주들이 포함됐는데, NSBA가 각종 회의와 행사 개최 명목으로 걷던 기부금이 대폭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이같은 보도에 대해 NSBA는 “우리 단체의 상황을 정확하게 보도하지 못했다”며 “협회 활동에 필요한 자원을 계속 보유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인종차별 사건에 대응해 학교 이사회에서 일부 교육위원들 주도로 인종교육을 강화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런 교육 대부분이 사회주의 계급투쟁 이론에 뿌리를 둔 비판적 인종이론(CRT)을 따르고 있어 적잖은 학부모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CRT를 지지하는 측에서는 인종차별 문제를 개인이 아닌 사회 구조적, 제도적 문제라고 여기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학교·의료기관 등 제도와 기관의 운영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이라는 국가가 백인 우월주의에 기반하고 있는 잘못 탄생한 국가라는 인식을 깔고 있다.

반대 측에서는 인종교육이 차별을 극복하기는커녕, 학교 내 인종 갈등을 심화하고 또 다른 차별을 부추기는 역효과를 내고 있다고 지적한다. 국가관을 부정하고 아이들에게 죄의식을 심어주고 있다는 점도 심각한 문제점으로 거론된다.

이에 자녀에게 CRT를 주입하는 교육이 유해하다고 판단한 학부모들은 학교 이사회에 출석해 교과과정의 투명한 공개를 요구하거나 시위를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