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공화당 “민주당, 이번엔 사상 경찰 창설 시도”…저지

한동훈
2022년 05월 27일 오후 4:53 업데이트: 2022년 05월 27일 오후 5:51

미국 민주당 주도로 하원을 통과한 ‘국내 테러리즘 방지 법안’이 상원에서 공화당 의원들의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로 좌절됐다.

이 법안은 국내 테러리즘 대응을 빙자해 군대와 법 집행기관(경찰 등)을 ‘사상경찰(Thought Police)’로 만들기 위한 시도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2022년 국내 테러리즘 방지 법안’으로 불리는 이 법안(HR350호)은 국토안보부에 국내 테러 전담 조직인 ‘국내 테러리즘 부대’를 신설해 국내 테러 활동을 감시하고 분석하도록 했다.

또한 국토안보부와 법무부, 연방수사국(FBI) 내 기존 테러 대응 부서에도 국내 테러 감시 임무를 추가하고 연방정부에 테러 방지 조치를 취하도록 요구할 권한을 부여했다.

특히 FBI 대테러 부서 내에는 ‘국내 테러리즘 부서’를 별도 신설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FBI 대태러 부서는 권한이 확장된다.

이는 FBI가 외국정보수집 권한을 남용해 자국민 사찰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최근 비판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5일 공화당 의원들은 “FBI가 법원 영장 없이 지금껏 미국인 330만 명을 사찰했다”며 진상규명을 요구한 바 있다.

이번 법안은 국토안보부 ‘국내 테러리즘 부대’는 미국 각 정부 기관에 흩어진 대테러 부서의 국내 테러 대응 업무를 총괄하는 본부를 맡도록 했다. 아울러 국내 테러 사건의 조사와 관련자 기소도 담당하게 했다.

법안은 또한 국내 테러에 증오 범죄를 포함하고 국토안보부와 법무부, FBI에 시민권 보장과 관련법 준수를 위한 전담 인력을 1명 이상 두도록 했다. 이와 함께 3개 기관의 전 직원이 매년 ‘반(反)편향성(anti-bias)’ 훈련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했다.

백인에게 유리하게 판단하고 흑인 등 유색인종에 불리하게 판단하거나 불이익을 주는 행위를 차단하기 위한 조항으로 풀이된다.

법안에 따르면, 국토안보부·법무부 FBI는 매년 연방정부 및 주정부 기관, 경찰 조직 등 모든 정부 기관 내에 백인우월주의와 네오나치로 인한 국내 테러 위험성이 있는지 평가해야 한다.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이 법안에 강하게 반발했다. 랜드 폴 상원의원은 표결 전 연설에서 “이 법안은 표면적으로는 국내 테러리즘을 겨냥하고 있지만, 정확히는 우리 경찰과 군인들을 백인우월주의자와 네오나치로 낙인찍으려는 민주당의 계획”이라고 비판했다.

폴 의원은 “이들은 임무 수행 중에 자신의 팔이나 다리를 잃은 청년 남녀들”이라며 “그들이 사제 폭탄에 피해를 보더라도 ‘인종 차별’로 비난받을 것을 우려해 범인을 그대로 버려두고 떠나게 해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민주당은) 군인들을 조사할 전담조직을 만들려 한다”며 “군인들의 이메일을 뒤져보고 어떤 사이트에 방문하는지 조사하려 한다. 왜냐면 무죄를 입증하기 전까지 그들은 유죄추정을 당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폴 의원은 이 법안이 “군대는 물론 경찰 등 법 집행기관에 근무하는 모든 사람들에 대한 모욕”이라며 민주당이 미국의 경찰을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나오는 ‘사상 경찰’로 만들려 한다고 지적했다.

‘사상 경찰’은 정권에 반대하거나 비판하는 사상가와 그들의 활동을 단속하는 경찰을 뜻한다. 사상 외에 종교나 언론의 자유를 제한하는 역할도 한다. 나치의 게슈타포 같은 독재정권의 비밀경찰과 비슷하다.

공화당 의원들은 설립 3주 만에 운영이 중단된 ‘허위정보 관리위원회’도 언급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국토안보를 위협하는 허위정보를 단속, 관리하겠다며 국토안보부 산하 기구로 설립한 이 위원회는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시도”라는 일부 비판을 받았다.

특히 이 위원회 초대 책임자인 니나 얀코비치는 소셜미디어에 유출된 내부 온라인 회의 영상에서 “가짜뉴스를 막기 위해 개인의 트위터를 검증된 제3자가 편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나는 검증된 제3자”라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켰다.

결국 그녀가 위원회 출범 3주 만에 사퇴하면서 사건은 일단락됐지만, 바이든 행정부가 언론의 자유를 통제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의혹은 이어지고 있다.

폴 의원은 “그들(바이든 정부)은 2주나 걸려서야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기로 한 결정을 부끄럽게 여기게 됐고 결국 그 결정을 취소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국내 테러리즘 방지 법안’에 대해 “법무부와 FBI에 백인우월주의와 네오나치가 대거 침투한 것과 같은 인상을 주려 한다”며 법안이 이치에 맞지 않고 극단적이라고 지적했다.

폴 의원은 “민주당은 너무 과격해져서 이제 일반적인 미국 국민들과 거리가 멀어졌다”며 “민주당 의원들은 이 법안을 살펴보고는 통과시킬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모든 군대와 법 집행기관(경찰 등)은 내부 백인우월주의, 네오나치 근절을 위한 새로운 훈련 프로그램을 실행하도록 했다.

그러면서 “이 법안 또는 어떠한 개정안도 수정헌법 제1조 등에 이 법률 또는 이 법률에 따라 만들어진 어떠한 개정도 수정헌법 제1조와 관련 연방법 조항에 의해 보호되는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없다”고 명시했다.

그러면서 “이 법안은 하나의 메시지”라며 민주당이 경찰과 군대를 증오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법안은 하원과 상원을 모두 통과해 대통령이 서명해야 발효된다. 상원은 민주당과 공화당이 동률을 이루고 있어 표결 시 동률이 나오면 하원의장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캐스팅 보트를 행사할 수 있다.

하지만, 공화당은 주요 법안 심사 때마다 필리버스터로 이를 무력화하며 법안 통과를 저지해왔으며 이번에도 같은 방법을 사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