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쿼드+ 아닌 쿼드 가입해 日·호주·인도와 어깨 나란히 해야…국력 충분”

[에포크 초대석]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자 이춘근

2021년 05월 18일 오후 9:20 업데이트: 2021년 05월 19일 오전 11:30

“韓, 쿼드 가입해 日·인도·호주와 나란히 해야…그럴 국력 충분”
“바이든-스가 회담으로 日 보통국가화 탄력, 한국 현실 직시해야”
“한반도 문제, ‘우리 민족끼리’로 해결 어려워…국제 정치로 접근해야”

이춘근 박사는 대표적인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자다.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거쳐 미국 텍사스대에서 ‘유교적 국제 질서하에서의 전쟁에 관한 연구’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세종연구소,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자유기업원, 한국경제연구원 등 다수 연구기관에 적을 두고 냉철한 시각에서 한반도 문제와 국제정치를 연구했다. 강원대·연세대·이화여대·중앙대·홍익대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했다.

저술·번역 작업에도 심혈을 기울여 ‘21세기의 한·미 동맹 관계’ ‘현실주의 국제정치학’ ‘미중 패권 경쟁과 한국의 전략’ ‘전쟁과 국제정치’ ‘새로운 제국:중국’ 등 총 24권의 저·역서를 펴냈다. 한스 모겐소, 케네스 월츠와 더불어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자인 존 미어샤이머의 대표작 ‘강대국 국제정치의 비극’ ‘미국 외교의 거대한 환상’을 우리말로 옮기기도 했다.

현재 이춘근 국제정치아카데미 대표로서 강연과 유튜브 방송을 통해 대중들과 소통하고 있다.

이하 이춘근 박사와의 일문일답.

한국은 세계 유일 분단국가입니다. 통일이 정부의 당면 과제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각 정부마다 대북 정책 기조가 달라진다는 점입니다. 현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을 전반적으로 평가한다면?

현 문재인 정부 대북 정책을 두고서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과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상존합니다. 기본적으로 이념에 따라 견해나 평가가 달라진다 봅니다. 저는 이념적인 것을 말씀드리기보다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은 국제정치의 전반적인 흐름에 부합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현 정부가 국제정치의 전반적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까?

—한반도 문제는 한반도 내부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한반도 문제는 동북아시아 문제이기도 하고 나아가 세계적 차원의 문제입니다. 문제는 현 문재인 정부는 남·북한 둘이서만 한반도 문제라는 난제(難題)를 해결할 수 있다는 ‘방법론’을 채택했다는 것입니다.

흔히 쓰는 표현으로 ‘우리 민족끼리’가 현 정부 대북정책 기조인데, 한반도 문제는 ‘우리 민족끼리’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을 직시해야 합니다.

남·북한 문제는 민족 내부 혹은 한반도 내부 문제라는 시각에 대해서는?

1945년 해방, 1948년 남·북한 단독정부 수립으로 이어지는 분단 과정을 고찰해야 합니다. 남·북한 분단 원인이 뭔가요? 분단 원인은 ‘우리 민족’ 때문이 아니죠. 냉혹한 국제정치의 결과물로서 분단됐습니다.

통일 문제 해법도 여기에 있습니다. 국제정치 결과로 분단됐으니 통일도 국제정치적 차원, 조금 범위를 좁혀도 동북아시아 차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문제는 우리나라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 민족끼리’로는 북한 문제 풀지 못해… 文정부 국제정치 흐름 못 좇아

문재인 대통령 | 연합뉴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즈음해서 “한반도의 봄이 왔다”는 이야기가 회자됐습니다만 지금은 다시 얼어붙은 듯 보입니다.

— 2018년 “한반도의 봄이 왔다”라고 했었죠. 3년이 지난 오늘날은 어떠한가요? 그때보다 남·북한 관계는 훨씬 못한 상황이 돼 버렸죠. 오늘날 한반도 상황만 봐도 이른바 ‘우리 민족끼리’식의 현 정부 통일정책 혹은 대북정책은 성공하지 못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대북 정책을 둘러싼 한·미 간 이견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 한국과 미국이 북한을 보는 시각, 한반도 문제에 접근하는 방법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은 유일한 세계 패권국으로서 세계적 차원에서 한반도 문제를 조망하고 접근합니다.

반면 대한민국은 당면 과제인 안보 문제나 통일 문제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것이죠. 관건은 우리가 북한의 비핵화, 나아가 통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국과 미국이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점입니다. 필수적이고 중요한 문제입니다.

북한 문제를 바라보는 한국과 미국의 관점을 더 자세히 말한다면?

— 세계 패권 국가 미국은 국제정치를 안정시키는 차원에서 북한 문제에 접근합니다. ‘북한 핵을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는 것이죠. 미국은 북한 핵이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안보의 위험 요소라 봅니다.

반면 문재인 정부는 민족주의적인 관점을 견지하고 있죠. 이 관점에서 보면 ‘북한 핵이 한국의 안보에 그렇게 직접적인 위협이 되는가? 우리는 같은 민족인데’라고 생각하는 것이죠.

이렇듯 북한을 바라보는 현 한국 정부와 미국 정부의 시각에 근본적인 차이가 존재하고, 갈등의 원인이 됩니다.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낼 수 있는 유인책이나 정책수단은?

— 북한 비핵화, 즉 북한 핵을 제거하는 것이 대북정책의 근본 목표입니다. 비유를 하자면, 북한이 지금 칼을 들고 협박하고 있어요. 칼을 내려놓도록 유인을 해야 하는데, 문제의 본질을 알게 되면, 유인책 정도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시작한 것은 동·서 냉전이 종식된 후이기 때문이죠.

북한 핵은 정권 생존과 직결… 유인책으로 해결하기는 힘들어

‘9월 평양공동선언’ 발표 후 악수를 나누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 화면 캡쳐

북한 핵 개발에 있어서 시점이 중요한 문제가 됩니까?

— 1990년대 초반, 동·서 냉전이 끝나고 소련을 위시한 지구상의 공산주의 국가가 다 붕괴됐습니다. 남은 건 북한과 쿠바 정도죠. 구 공산 진영 국가들은 자본주의 체제를 받아들입니다. 북한도 그 시절 자본주의를 수용하고 개혁·개방체제로 갔으면 생존할 수 있었겠죠. ‘국가’ 차원의 생존 문제입니다.

다만 김일성·김정일 등 북한 지도자들은 자본주의 체제를 받아들이고 개혁·개방을 실시 할 경우, ‘정권 유지’는 힘들 것이라 판단한 것이죠. 그 결과 정권 생존책으로서 문을 걸어 잠그고, 핵무기를 개발한 것이죠.

한 가지 더 중요한 점은 폐쇄 정책하에서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핵무기를 개발하다 보니 북한 경제가 복구 불능 수준으로 피폐해졌다는 점입니다. 수백만 명의 북한 주민이 아사했습니다. 북한 입장에서는 막대한 희생을 치르고 핵무기를 개발했는데 간단한 유인책이나 경제 지원 정책만으로 핵무기를 포기할 수 있을까요?

국제정치에서는 당근과 채찍으로 비유되는 온건책과 강경책이 있습니다. 현시점에서는 당근보다는 채찍, 즉 강경책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 판단할 수밖에 없다 봅니다.

5월 21일 문재인-바이든 정상회담이 열립니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의 최우선 의제는?

— 앞서 설명드렸듯이 미국은 세계적 차원에서 국제정치의 한 부분으로서 한반도 문제에 접근합니다. 한국은 안보 문제, 통일 문제 등 국가 차원으로 접근하고요. 현 바이든 행정부가 동아시아 국제정치 차원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두 가지입니다. 중국의 부상을 억제하는 것과 북한의 비핵화죠. 이 두 가지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미국 편에 선 국가들이 단결해야 하는 것이고요.

이러한 관점에서 한·미동맹, 한·미·일 삼각동맹이 강화돼야 합니다. 문제는 현 정부 들어 한·일 관계가 더 할 수 없이 악화됐다는 점이에요. 미국 입장에서는 한·일 관계 개선 없이는 중국 문제든, 북한 문제든 해결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죠. 이점을 아주 노골적으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4월 개최된 미·일 정상회담은 성공적이었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타산지석을 얻기 위해선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 2021년 1월 20일 출범한 바이든 행정부가 첫 정상회담 파트너로 일본을 택했습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미국을 방문해서 정상회담을 개최한 것 자체만으로 전 세계에 ‘미·일 관계는 좋다’는 것을 홍보한 셈이죠.

핵심은 코로나 19 펜데믹 속에서 정상 간 회담도 대면 방식보다는 화상 방식이 선호되는데, 바이든이 대통령 취임 후 첫 대면한 외국 정상이 일본 총리라는 점입니다.

그 자체만으로도 큰 상징성을 가지는데, 역사 문제를 되돌아보면 의미는 더 커집니다. 아시다시피 제2차 세계대전 때 일본은 하와이 진주만을 공습한 나라입니다. 1945년 패전한 전범국가이기도 하죠. 패전 후 일본은 이른바 ‘평화헌법’을 채택해 헌법에 따라 전쟁을 할 수 없는 나라가 됐습니다. 이후 헌법 개정 문제가 일본 우익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고, 이른바 ‘보통국가’가 되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지난 2020년을 기점으로 보통국가화가 가속화되고 있는데, (일본 입장에서) 성공적이라 봅니다.

일본의 보통국가화 행보가 탄력을 받고 있습니까?

— 오늘날 미국은 미·일동맹의 의미를 지난날보다 소중하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중국·대만·북한 등 아시아 문제 해결에 있어 일본에게 상당한 수준의 주도권·재량권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이를 두고서 일본인들은 “우리가 평소 보통국가가 되고 싶다 이야기하는데, 미국이 허락한 것 아니냐?”고 보고 있습니다.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패전국이라는 멍에를 벗고 당당하게 자유·민주주의 선진국으로 자리매김했을 뿐만 아니라, 군사력까지 갖춘 강대국으로 나아갈 수 있는 통로를 확보했다 할 수 있습니다. 그 점에서 지난 4월 바이든-스가 정상회담은 성공적이라 보는 것이죠.

전 세계가 반도체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동안 중국 눈치를 살피느라 소극적이었던 한국 정부도 미국 주도 반도체 동맹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타진했습니다. 결정의 배경은 무엇이라 보십니까?

— 국제정치는 ‘현실’입니다. 그 관점에서 볼 때, 오늘날 반도체는 대한민국을 먹여 살리는 핵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반도체 제조사인 삼성전자 한 해 매출액이 대한민국 국내총생산(GDP)의 20%에 육박하는 것도 사실이죠.

그 연장선상에서 미국 주도의 반도체 동맹에서 한국이 이탈하게 되면 대한민국 경제는 즉각 추락하게 될 것임은 자명하죠. 한국 정부로서는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불가피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봅니다.

바이든-스가 정상회담은 일본 보통국가화 초석

통역만 동석하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대화하는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 트위터 캡처

코로나 19 사태로 백신 수급 문제도 중요해졌습니다.

— 중국·북한·일본 문제만 해도 복잡한데 백신 문제도 더해진 형국이죠. 코로나 19 해결을 위해서는 미국으로부터 백신 도움도 받아야 하는데 한국 정부로서는 미국 정부가 원하는 바를 들어주지 않을 경우, 백신 수급에 문제가 생기고 이는 국민 보건 문제에 직결되는 문제라 난감한 처지인 거죠.

쿼드 플러스 한국 참여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 영어로 ‘쿼드(Quad)’가 ‘4’라는 뜻입니다. 미국·일본·인도·호주 4개국이죠. 저는 여기에 한국이 5번째로 참여해서 ‘펜타(Penta)’라는 자유주의·해양 동맹의 당당한 일원이 돼야 한다고 봅니다. 제 평소 지론이죠.

예를 들어 미국이 주장하는 대로 한국이 베트남·뉴질랜드와 더불어 ‘플러스 3국’으로 참여하게 된다면 기존 4개국에 비해 위상이 떨어지는 ‘주니어 파트너’가 됩니다. 기존 4개국의 하부 파트너가 된다는 이야기에요.

오늘날 대한민국의 종합 국력은 기존 쿼드 참여국인 일본·인도·호주에 열세가 아니라 봅니다. 군사력 부문에서도 마찬가지고요. 쿼드는 사실 미국이 노골적으로 표현하지는 않지만 대(對)중국 포위망 내지는 대중국 동맹이잖아요.

여기에 한국이 베트남·뉴질랜드와 같이 플러스 3국으로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단독으로 당당하게 1/5로 참여할 수 있다고 봅니다.

쿼드에 참여할 경우 한국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적대하는 의사표시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 인과 관계를 봐야 합니다. 쿼드가 만들어져서 적대 관계가 형성된 것이 아닙니다. 이미 중국에 대해 주변국들의 공통된 적대 의식이 존재하고 전 세계 자유·민주국가들이 중국을 견제하려는 동맹을 결성하려는데 한국이라 해서 중립을 고수할 방법은 없습니다. 쿼드이든 반도체 동맹이든 참여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면, 보다 적극적으로 이니셔티브를 쥐고 참여하는 것이 옳다고 믿습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전통의 우방국인 대한민국을 ‘동맹의 약한 고리’로 보는 듯합니다.

— 그런 시각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다만 미국의 동맹국 중 한국이 약한 고리는 아닙니다. 지난 역사를 통해 알 수 있죠. 1950년 6·25전쟁이 발발했습니다. 당시 미국은 한국을 중요한 국가로 인식하지 않았습니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소수의 군사고문단을 제외하고 미군을 철수한 사실에서 알 수 있죠.

막상 6·25전쟁이 발발하자 미국의 정책은 바뀝니다. 한반도에서 공산주의를 막지 않으면, 아시아 전체로 공산주의가 확산될 수 있겠다고 판단한 것이죠. 그 결과 미군이 주축이 되어 UN군을 파병하고, 정전 이듬해인 1954년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합니다. 한국과 미국은 동맹국이 된 거죠. 이후 한국은 동·서 냉전 체제의 최접경에 있었습니다.

미국이 소련을 위시한 공산권 국가를 무너트리고 냉전에서 승리하는 데도 대한민국은 크나큰  기여를 했습니다. 미국 입장에서는 소중한 국가인 것이죠. 그러다 구 소련을 대신해 중국이 미국을 위협하는 국가로 부상한 오늘날 한국의 가치는 냉전시대와 비교해도 전혀 줄어들었다 보지 않습니다.

문제는 한국 정부입니다. 현 문재인 정부는 전체적인 맥락을 읽지 못하고 북한만 쳐다보는 형국입니다. 북한·중국 문제에 있어서도 소극적이죠. 그 와중에 미국과 틈이 벌어지고, 빈자리를 일본이 차지했습니다. 미국은 ‘한국은 중국 눈치도 보고 북한 눈치도 보느라 우리 일을 열심히 도와주지 못하는구나, 일본한테 맡겨야겠다’라고 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그런 점에서 한국은 미국 동맹국 중 ‘약한 고리’로 치부될 수도 있는데, 그리 돼서는 안 된다 봅니다.

한미동맹 약화는 한국 정부의 대북 인식 오류에 기원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이 3월 12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토니 블링컨(왼쪽에서 두 번째) 국무장관과 함께 화상으로 진행된 쿼드(Quad) 정상회의에 참여하고 있다. 스크린 왼쪽부터 오른쪽으로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 연합뉴스

미국이 일본과 가까워지는데 한국은 현 정부 출범 후 일본 관계가 악화됐습니다. 한·미·일 삼각동맹에 대해서는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 문재인 정부 임기가 2022년 5월까지입니다. 그때까지 대일 관계에 큰 변화는 없을 것입니다.

또 다른 문제는 한국은 좌·우파,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일본 문제를 지나치게 국내용 이슈로 사용한다는 것입니다. 일본에 대립각을 세울수록 지지율이든 인기든 올라가는 형국이니까요.

전반적으로 나쁜 한국인들의 일본에 대한 인식에 기반하는 것이죠. 문제는 현 정부 들어 반일 선동이 지나쳐 한·일 관계를 최악의 수준으로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중국 견제’ 문제가 부각된 오늘날 한·일 관계가 이렇게 된 것은 미국으로서는 난감한 문제입니다. 사실 한·미·일 삼각동맹은 막강한 동맹입니다. 3개국의 경제력·군사력을 종합할 때 말이죠. 전 세계를 통틀어 이 정도 국가 간 동맹은 찾기 힘듭니다.

미국은 삼각동맹을 강화하려 할 것이고, 한국도 필연적으로 동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상이나 제도 면에서 한국은 미국·일본과 같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일원이고, 중국이나 북한은 정치체제가 상반됩니다. 결국 미국·일본과 같이 갈 수밖에 없는 것이죠.

미국과 일본은 태평양전쟁을 치른 사이인데, 전후 양국 관계를 보면 긴밀합니다.

— 일본은 미국에게 원자탄을 두 번이나 맞은 세계 유일의 피폭국가입니다. 히로시마·나가사키 원자탄 투하로 수십만 명의 희생자가 발생했습니다. 유념할 점은 패전 후 일본은 미국과 가장 친밀한 동맹국이 됐다는 점입니다. ‘국익’ 우선주의 때문이죠.

반면 오늘날 한국이 일본을 대하는 태도는 ‘한번 적이면 영원한 적이다’는 식입니다. 그러나 국제정치에서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고, 영원한 국익만 있을 뿐이다’죠. 그 점에서 한국은 국제정치의 원칙에 위배되는 사고와 행동을 하고 있습니다.

해양을 지배하는 국가가 세계를 지배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대만을 지배하는 국가가 세계를 지배한다는 이야기도 있고요. 대 중국 전략에서 대만이 가지는 지정학적 중요성을 표현하는데, 현 바이든 행정부도 북한보다는 대만 문제를 우선시하는 듯 합니다.

지난 트럼프 행정부 때는 북한 문제가 이슈였죠. 현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에는 대만 문제가 부각되고 있습니다. 북한과 대만 둘 중 어느 하나가 더 중요하다는 문제가 아니라 상황이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고 봅니다.

좀 더 설명드리자면, 중국이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는 바이든 현 대통령을 좀 더 만만하게 보는 듯합니다. 중국의 근본 목표는 대만과 재통일입니다. 시진핑 입장에서 조금 만만해 보이는 미국 대통령 재임기에 대만을 좀 더 자극해 봐야겠다 싶은 거죠. 그러다 보니 오늘날 대만 문제가 부각된 것입니다.

바이든 행정부가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을 북한이나 중국에 적용할까요?

— 미국에 있어 북한 문제, 대만 문제 다 경시할 수 없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지난 오바마 행정부 시절에는 이른바 ‘전략적 인내’ 정책을 구사했습니다. 근본 원인은 오바마 재임 시 북한의 핵탄두 탑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사거리가 미국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대통령이 국무부·국방부 관리들에게 북한 핵 개발 수준, 미사일 사거리 등을 질문하니 “대통령 재임 기간 내 북한 핵미사일이 미국 본토에 도달할 수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고 하죠. 당시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북한 핵 문제는 전략적으로 인내해서 풀릴 것이 아니었던 거죠. 당장 해결해야 할 심각한 문제로 대두된 것입니다.

이건 현 바이든 행정부도 마찬가지입니다. 새로운 행정부 출범 후 수개월 동안 대북한 정책을 심사숙고하고 최근에 새로운 전략을 도출했다고 하는데, 아직 기본내용은 발표하지 않고 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오바마·트럼프식이 아닌 제3의 방식 택할 것

바이든 행정부 대북 정책 핵심은 뭘까요?

— 일단 바이든 행정부 대북 정책 기조는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도 아니고, 트럼프의 일괄타결도 아닙니다. 그 중간 지점이죠. 현실적인 방법을 택하겠죠. 북한 문제는 사실 너무 어려운 문제라서 ‘외교적’으로 ‘단계적’으로 그리고 ‘현실적’으로 라는 수사(修辭)를 붙이겠지만, 실제 현실에서 구현하기는 쉽지 않다 봅니다.

오늘날 한·미 양국이 우선 해결해야 하는 과제는 무엇이라 보십니까?

— 한·미동맹이 약화된 것은 사실입니다. 기저에는 한국 사람들의 착각이 자리하고 있죠. 그동안 한국인들은 우방과 동맹에 대해서 잘못된 정의를 내리고 있었습니다. 한국인들은 동맹은 친한 국가끼리 맺는 것으로 결성하는 것으로 착각해 왔는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동맹은 친하지 않더라도 동일한 ‘적(敵)’을 둔 국가끼리 맺는 것입니다. 공통의 적을 가지고 있는 국가끼리 공통의 적에 대항하여 군사적으로 협력하자고 맺는 약속이 동맹인 것이죠.

미국은 북한을 위험한 적으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한국 정부입니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대북한관이 바뀌곤 하죠. ‘북한은 적이 아니야 우리랑 생각이 비슷하고 피도 똑같잖아’라고 판단하고선 적대관계를 스스로 없애버리기도 합니다. 북한은 우리를 계속 적으로 간주하는데 우리가 북한을 적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죠.

한편 미국은 북한을 적이라고 생각하고 우리는 북한이 적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동맹 관계는 자연스레 균열이 생길수 밖에 없습니다. 그 연장선상에서 한국 정부가 북한을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따라서 한·미동맹이 좋아지기도 하고 나빠지기도 하죠. 저는 국제 정세의 현실에 정확히 인식하고 대응해야 한다고 늘 주장하고 있습니다.

 

△ 이춘근 박사 약력

1952년 서울특별시 출생.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동(同) 대학원 졸업.
미국 텍사스대학교(the University of Texas) 정치학 박사.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교(Ohio State University) 역사학 박사과정 수료.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자유기업원 부원장.
한국경제연구원 외교안보연구실장.
이화여대 경영대학 겸임교수 (국제정치 전공).
현 이춘근 국제정치아카데미 대표.

저·역서
북한 핵의 문제 (1995)
현실주의 국제정치학 (2007)
북한의 군사력과 군사전략 (2012)
격동하는 동북아와 한국의 책략(2014)
전쟁과 국제정치(2020)
미중 패권 경쟁과 한국의 국가전략(2016)
포함 24권.

/대담=추봉기, 정리=최창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