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행정부, 중국 ‘암호법’ 시행에 사이버 안보 우려 “제3국에서도 데이터 통제 가능”

이멜 아칸(Emel Akan)
2020년 01월 13일 오후 9:04 업데이트: 2020년 01월 14일 오전 9:48

1일부터 발효된 중국의 ‘암호법(密碼法)’에 대해 미 행정부가 민감한 데이터를 잃을 수 있다며 사이버 보안에 대한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지난해 10월 전인대 상무위원회에서 통과돼 현재 시행 중인 암호법에 따라 중국내 외국기업은 네트워크에 전송되고 저장된 정보의 기밀성을 보호하기 위해 설정한 비밀번호를 중국 공산정권에 넘겨야 한다.

미 국무부의 로버트 스트레이어(Robert Strayer) 사이버·국제정보통신 정책 담당 차관보는 10일 (현지시간) 언론 브리핑에서 암호법에 대해 “중국 정부가 제3국, 말하자면 유럽이나 다른 곳에서도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전 세계 통신업자들을 경악하게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스트레이어 차관보는 새 암호법은 “중국 정부가 손을 뻗칠 수 있는 치외법권 능력을 확보한 것”이라면서 중국 당국이 일단 중국내 외국 기업의 비밀번호로 네트워크에 접속하게 되면, 제3국에서도 그 회사의 정보를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게 된다고 보았다.

그는 또한 중국 정권이 기업의 민감한 데이터와 통신에 접근하기 위해 새 암호법으로 제도화해 놓았기 때문에 외국 기업이 어떤 피해를 입었더라도 사법기관에 호소해 대처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 국무부의 로버트 스트레이어 사이버·국제정보통신 정책 담당 차관보가 워싱턴 외신기자센터에서 기자회견하고 있다. 2020. 1. 10. | Emel Akan/Epoch Times

동아시아 정세 전문가인 고든 창은 지난해 11월 30일 보고서에서 “외국 기업은 더 이상 데이터를 철저하게 암호화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중국 내 네트워크에 저장된 기술에 관해 미국의 규정을 위반하게 될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말일 미 상원의원들은 중국의 새 암호법을 경계하며 미국 기업에 중국 정권과의 협력을 중단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중국의 5G 위협

스트레이어 차관보는 “우리가 사이버 공간에서 전략적 경쟁자 또는 적으로 간주하는 나라는 중국·러시아·북한·이란 4개국”이라며 사이버 보안과 사이버 정책 문제는 최근 몇 년간 미 국무부의 최우선 외교 정책 중 하나가 됐다고 전했다.

미 국무부의 목표 중 하나는 외국 특히 유럽 국가들과 긴밀히 협력해 5세대 무선 기술(5G) 네트워크의 보안 대책을 세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중국 공급업체가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주장하며 유럽 내 동맹국들에 화웨이의 통신 인프라 장비 사용을 금지하도록 설득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이달 말 5G 인프라 구축에 화웨이 장비 구입 여부를 최종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스트레이어 차관보는 외교 관계에서 상대국과 매우 중요한 정보 공유가 이뤄진다고 강조하며 “신뢰할 수 없는 통신 공급업체에 의해 그것이(강력한 정보 공유관계가) 저하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톰 코튼(공화) 상원의원은 지난 8일 미국이 화웨이의 5G 네트워크 운영을 허용하는 국가들과 정보를 공유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코튼 의원은 보도 자료를 통해 “미국은 중국 공산당이 정보수집을 하도록 자국내 자유로운 활동을 허용하는 국가와 귀중한 정보 정보를 공유해서는 안 된다”며 “전 세계 동맹국들이 화웨이와 거래할 경우 자국의 국익에 미칠 결과를 신중히 고려해 줄 것”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