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플로리다, 좌경사상 담긴 수학교과서 수십종 부적격 판정

남창희
2022년 04월 18일 오전 11:44 업데이트: 2022년 04월 21일 오후 3:06

초등학교 교과서에 인종갈등 부추기는 ‘비판적 인종이론’
플로리다 교육부 “우리 주 교육기준 맞지 않아…불합격”

미국 플로리다 교육부가 변종 마르크스 이념이 들어간 초중고(K-12) 수학 교과서 수십 종을 부적격 처리했다.

플로리다 교육부는 최근 승인을 위해 제출된 수학 교과서 132종을 검토한 결과 54종(41%)이 기준에 미달하거나 부적합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고 발표했다.

불합격 사유로는 비판적 인종이론(CRT) 도입, 커먼 코어(공통 핵심표준) 적용, 불필요한 사회적-정서적 학습(SEL) 채택 등이 언급됐다. 학령별로는 K-5(초등학교) 등급 교과서 불합격율이 71%로 가장 높았다.

리처드 코코란 플로리다 교육장관은 “우리 주의 교육 기준과 맞지 않는 내용이나 교육법이 들어 있었다”고 말했다.

비판적 인종이론은 차별과 억압을 없앤다며 나온 진보이념의 하나다. ‘인종’을 기준으로 억압자와 피억압자를 구분하고 억압자의 문제점을 비판한다. 마르크스의 계급투쟁이론이 ‘자산’을 기준으로 자본가와 노동가를 구분하고 투쟁을 정당화하는 것과 매우 유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비판적 인종이론이 교육 현장에 도입되면, 백인은 태어날 때부터 ‘잠재적 억압자’라고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형태로 나타난다. 플로리다 등 보수 지역 학부모들은 아이들에게 ‘백인=죄인’이라는 죄의식을 주입하는 사악한 행위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커먼 코어는 ‘미국의 모든 학생들을 일관된 기준으로 평가하자’는 취지를 내세운다. 미국 50개 주에서 각각 설정한 교과과정 등을 통합해 학년별로 명확한 학업성취 기준을 제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버락 오바마 정부 시절 시작된 교육 개혁 운동이기도 하다.

나라 전체의 교과과정을 통합하자는 의견이 별 문제 없는 것으로 여겨질 수도 있지만, 미국에서는 반응이 엇갈린다.

반대하는 지역에서는 교과를 통합하려는 시도가미국 건국 이념에 강조한 자유와 자치에 맞지 않고, 각 주의 고유한 권한인 교육권을 침해하려는 불순한 시도라고 보고 있다. 플로리다 역시 그중 하나다.

론 드산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일부 출판사들이 커먼 코어라는 구닥다리 교육 운동을 페인트칠로 감추고 있으며, 비판적 인종이론을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주입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출판사들이 주교육법에 준수해 교과서를 만들고 있는지 철저하게 검증해준 코코란 교육장관과 교육부 직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플로리다 현행법에 따르면, 공립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자신의 인종 때문에 죄책감이나 수치심을 느끼도록 가르치거나 미국은 근본적으로 인종차별적인 국가이므로 전복해야 한다는 식의 비판적 인종이론을 가르치는 것이 금지돼 있다.

만약 학교에서 이러한 내용을 가르친다고 의심되면 학부모들은 지역 교육당국을 고소할 수 있으며, 승소하면 변호사 비용을 패소한 측에 청구할 수 있다.

또한 플로리다는 2020년 커먼 코어를 철폐하고 그 대신 학생들의 사고력 증진을 목표로 하는 자체 교육 표준인 ‘베스트(BEST·Benchmarks for Excellent Student Thinking)’를 채택했으며 내년에 이를 전면 시행할 계획이다. 각 지역 교사들에게는 향후 3년간 표준 숙달과 교재 구입 및 연구를 위한 적응기간을 제공할 예정이다.

드산티스 주지사는 새 교육 표준에 대해 “읽기·쓰기·산수의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수·수학 교육의 경우, 커먼 코어는 같은 문제를 두고 학생들에게 서로 다른 해법에 모두 숙달할 것을 요구해 비판을 받아왔다. 다양한 접근법을 가르친다는 취지와 달리 의미 없는 문제 풀이만 반복해 교육 현장에 혼선만 가중하고 학생들의 학력을 오히려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반면 새로 도입된 베스트 표준은 접근방식을 단순화하면서 학생들이 다양한 해법 중 어느 하나를 사용해 정답을 맞추더라도 모두 장려하고 인정하도록 했다.

드산티스 주지사는 2020년 베스트 표준을 공개하면서 “상식에 기초한 교육”이라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