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명대학, 화웨이와 관계 단절…트럼프 ‘금지령’ 연쇄 반응

2019년 01월 28일 오전 10:42 업데이트: 2019년 11월 9일 오전 10:00

미국 유명 대학들이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국방수권법 위반으로 연방 자금 지원 중단을 우려해 화웨이와의 관계를 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8월 중순 서명한 ‘국방수권법안(NDAA)’의 한 조항은 연방 자금을 받는 기관의 화웨이 및 중싱통신(ZTE) 등 중국 기업의 통신장비, 비디오 서비스 및 네트워크 패키지의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지적된 다른 중국 기업에는 하이크비젼(Hikvision), 하이테타(Hytera), 다화테크놀로지(Dahua Technology) 및 그 자회사도 포함된다.

미 연방정부는 중국 기업이 통신장비에 백도어를 설치하고 중국 당국과 군이 해외 인터넷 사용자를 감시해 정보를 빼낼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 규정에 따르면 미국 대학들은 2020년 8월까지 NDAA를 준수하지 않으면 연방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된다.

NDAA 위반 피해 미국 대학 화웨이 장비 제거

로이터통신은 중국 기업들이 수년간 미국 대학들과 협력해 기술 장비와 학술 연구를 후원해 왔다고 전했다. 미국 대학들은 NDAA를 준수하기 위해 화웨이와 같은 중국 회사와 거리를 두려고 노력하고 있다.

지난 12월 2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캠퍼스(UC버클리)는 화웨이의 화상회의 시스템을 철거했고, UC어바인 캠퍼스는 중국 업체가 만든 영상장비 5개를 철거하고 있으며, 위스콘신대 역시 공급업체가 제공한 장비를 심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UC샌디에이고 캠퍼스의 작년 8월 내부 비망록에 의하면, 이 대학은 최소한 6개월간 화웨이, ZTE를 포함한 중국 비디오 장비 업체와 계약을 하지 않고, 2019년 2월 12일 기한이 만료된 후에 여러 옵션을 재검토할 예정이다.

이 대학의 미셸 프랭클린 대변인은 로이터 통신에 금지령이 시행되는 동안 NDAA 규정에 저촉되지 않도록 캠퍼스 내 모든 설비를 점검할 것이라고 밝혔다.

UC 시스템은 2016년부터 2017년까지 총 98억 달러(약 10조 원)의 연방 자금을 지원받았는데, 이 중 30억 달러(약 3조3000억 원) 가까이가 학술 연구에 사용됐다. 이는 그해 연구경비의 약 50%다.

위스콘신 대학 외에도, UC로스앤젤레스(UCLA) 캠퍼스, UC데이비스 캠퍼스, 그리고 텍사스 대학의 오스틴 분교를 포함한 6개 학교는 로이터 통신에 그들이 캠퍼스 내의 통신설비를 이전했거나 심사하고 있다고 알렸다.

스탠퍼드대 관계자 스티브 아이스너는 로이터 통신에 이 학교는 모든 검사를 마쳤으며 철거할 장비를 아직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로이터 통신 조사에 따르면 화웨이는 최근 몇 년간 UC샌디에이고, 텍사스대, 메릴랜드대, 일리노이대의 어바나 샴페인 캠퍼스 등 여러 대학의 연구 프로젝트를 후원했다.

영국 옥스퍼드대는 1월 중순 화웨이가 제공한 연구비나 기부를 무기한 중단하기로 했다.

NDAA, 미국 대학과 화웨이 협력 금지

명확한 설비 금지령 외에도, NDAA는 국방부에 미국 대학들이 중국 기업과 연구 파트너십을 맺거나 어떤 합의에도 도달하는 것을 제한하는 법규를 제정할 것을 요구했다. 그리고 NDAA는 국방부 장관에게 지적재산권 절도를 방지하고 외국 착취로부터 학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새로운 법규를 마련하기 위해 각 대학과 협력할 것을 요청했다. 이러한 규칙을 따르지 않는 대학은 국방부의 자금 지원을 받을 수 없다.

NDAA는 외자 투자 심사 강화, 수출 금지 강화 개혁, 화웨이와 ZTE 등 중국 기업의 설비 및 기술 조달 제한, 공자학원을 설립한 미국 대학 중문 프로그램의 미 국방부 자금 신청을 제한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또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 기업의 장비와 기술을 미국 회사가 구매하는 것을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미 국무부는 화웨이 등 중국 기업의 장비 사용을 금지하는 외에 중국 대학원생의 비자 발급 기간을 단축하고 중국 유학생에 대한 새로운 제한을 검토하고 있다.

대학연구원, 화웨이와 협력 피해

지난해 6월, 26명의 국회의원이 베시 디보스 교육부 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화웨이와 연구 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50여 개 미국 대학이 국가 안보에 중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백악관은 지난해 6월 한 보고서에서 화웨이와 UC버클리 캠퍼스가 2016년 설립한 인공지능 연구 파트너십이 중국의 군사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정보를 수집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소식통은 UC버클리 캠퍼스와 화웨이의 관계가 냉각됐고, 이 학교의 일부 연구원들은 화웨이와 연구협약을 맺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화웨이, 중국 당국 요구 거절하기 어려울 것

월스트리트저널은 량화(梁華) 화웨이 이사회 의장이 지난 주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 참석해 서방국가들이 화웨이 설비에 백도어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증거를 제공해야 한다고 기자들에게 말했다고 전했다.

미국의 전·현직 국가안보 관리들은 화웨이의 구조는 매우 특별하며, 그 창업자는 중국군 배경을 가지고 있고 베이징 당국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통신 업계의 중요한 하드웨어 공급업체로서, 중국의 스파이 활동에 종사하는 도구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화웨이는 서방국가에 보안 위협이 된다는 것이다.

중국 ‘국가정보법’ 제7조는, 모든 조직과 국민은 국가의 정보 공작을 지원하고 협조하고 협력하며 그들이 알고 있는 국가 정보 공작의 기밀을 보호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에 따르면 중국의 민영 및 국유기업은 정보나 지적재산권에 대한 중국 당국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다.

미국 법무부는 지난해 12월 미국의 대이란 제재를 위반한 혐의로 캐나다에서 체포된 화웨이 창업자 런정페이의 딸, 멍완저우 부회장에 대해 30일까지 공식 소환을 요청할 예정이다.

폴란드 당국은 11일 화웨이 폴란드 지사 임원인 왕웨이징(王偉晶)과 전직 폴란드 보안 관원 한 명을 간첩 혐의로 체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