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상원, 홍콩인권법 만장일치 통과…“시위대, 포기 말고 목소리 내달라”

에바 푸
2019년 11월 20일 오전 11:03 업데이트: 2020년 01월 2일 오전 11:37

미국 상원이 홍콩의 민주화 시위를 지지하는 ‘홍콩 인권·민주주의 법(홍콩인권법)’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홍콩인권법은 미 국무부가 매년 홍콩의 자치 수준을 평가해 무역·금융 분야에서 홍콩이 누리는 특권을 지속해야 할지 여부를 판단하는 법안이다. 만약 홍콩의 자치 수준이 미국의 특별대우를 누릴 만큼 충분치 않으면, 특권을 일부 또는 전부 보류할 수 있다.

법안을 발의한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공화당)은 19일 저녁 “홍콩인들은 자치와 자유를 잠식하려는 (중국 정부의) 지속적인 노력을 보고 있다”며 “중국 정부로부터 엄청난 압력을 받고 있는 홍콩 당국의 반응은 폭력과 억압”이라고 말했다.

홍콩은 1997년 영국으로부터 중국으로 반환된 이후에도 자치권이 보호된다는 명시적 보장 하에 미국으로부터 무역, 투자, 비자 등에서 중국 본토와 별개로 취급돼 왔다. 예를 들어, 홍콩은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관세 영향을 받고 있지 않다.

홍콩 센트럴에서 열린 시위에 사무직 근로자와 민주화 시위대가 모여들고 있다. 2019. 11. 12. | Anthony Wallace/AFP via Getty Images

루비오 상원의원은 법안 통과 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공산당의 본질을 정확히 아는 것은 중요하다”며 “지금 그들은 전 세계에 자신들을 자비로운 세력으로 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홍콩의 젊은 시위자들에게 싸움을 포기하지 말고 계속 목소리를 높일 것을 독려했다. 그는 “역사는 그들을 친절하게 평가할 것”이라고 했다.

홍콩 시위대는 미국의 이 법안을 홍콩 정부와 중국 정권에 대한 일종의 경제적 압박으로 해석하고 있다.

앞서 미국 하원도 지난달 15일 동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앞으로 상하 양원의 이견 조율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 발효된다.

이 법안은 또한 임의적 구금, 고문, 강요된 자백과 같은 국제 인권 기준 위반 행위에 대해서도 제재를 가하는 조항을 담고 있다.

경찰이 홍콩 이공대를 봉쇄한 후 캠퍼스에 갇힌 시위대가 탈출을 시도하자 경찰이 최루탄을 발사했다. 2019.11.18. | Anthony Wallace/AFP via Getty Images

미 상원은 또한 미국이 홍콩 경찰에 군중 통제 장비(후추 스프레이, 고무 총알, 산탄총 등)를 수출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벤 카딘 상원의원(민주당)은 “보호받을 권리를 행사하고, 자신들의 견해를 표현하며, 홍콩의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평화적인 시위자들은 보호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홍콩에 민주주의와 인권을 보호하는 특별한 지위를 부여했다”며 “(중국 정권이) 그 특별한 지위를 지키지 않는다면, 더 이상 (홍콩의 무역·금융 특권을) 이용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시 홀리 상원의원(공화당)은 투표를 마친 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홍콩의) 시위자들이 미 의회를 움직였다”며 “그 시위자들이 세상을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홍콩 이공대 밖으로 탈출을 시도한 시위대와 학생들을 경찰이 포위하고 있다. 2019. 11. 19. | Billy H.C. Kwok/Getty Images

한편, 홍콩 경찰은 주말부터 수백 명의 시위대가 갇혀 있는 홍콩 이공대를 봉쇄했다. 캠퍼스 밖으로 탈출을 시도했던 시위대는 대부분 경찰에 체포됐다.

19일 언론 브리핑에서 홍콩 경찰은 당일 최루탄 1458발, 고무탄 1391발, 콩주머니탄 325발, 스펀지 수류탄 265발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홍콩 민주화 시위가 시작된 지난 6월부터 약 5000명의 시위대가 체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