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방부 “중·러 ‘킬러 위성’ 도입…우주공간 무기화”

이은주
2020년 09월 18일 오전 11:51 업데이트: 2020년 09월 18일 오전 11:51

육해공에 이어 우주 공간까지 확장된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에 대해 미 국방부가 경고했다.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은 16일(현지 시각) 공군협회가 주최한 우주·사이버 회의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타국의 인공위성을 공격하는 ‘킬러 위성’ 등의 무기를 도입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에스퍼 장관은 “중국과 러시아는 평화로웠던 경기장을 전쟁터로 만들었다”면서 “이들은 킬러 위성과 지향성 에너지 무기를 이용해 우주 공간을 무기화했고, 미국의 군사적 이점을 잠식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향성 에너지 무기(directed-energy weapon)는 전자기파나 입자광선을 한 곳에 모아 고출력 레이저를 생성해 목표물을 공격하는 무기를 말한다. 미군은 현재 고에너지 레이저 무기체계를 갖추고 있다.

군사 전문가들은 지향성 에너지 무기가 밀집 지역을 타격하는데 효과적이라고 주장한다.

레이저 무기 프로그램을 담당했던 마이클 그리핀 전 국방차관은 “지향성 에너지 무기를 대형 레이저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전자파 킬’이라 불리는 매우 효과적인 고출력 마이크로파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레이저 무기가 밀집 지역을 공격할 상황을 경고하며 “(레이저 무기는) 미래 위협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공조해 개발한 킬러 위성도 미국에 잠재적 위협이다. 킬러 위성이란 타국의 인공위성을 요격하는 공격용 위성으로 우주 공간을 활용한 첨단무기다.

에스퍼 장관은 아울러 군사 분야 외 사이버 공간에서의 위협도 지적했다.

그는 “중국과 러시아가 재래식 군사력으로 맞서려 하지 않고 미국의 국가 안보를 저해하기 위해 사이버 공간을 공격한다”면서 “(이들이) 회색 지대에서의 영향력을 확장하면서 영원한 경쟁 관계를 지속하도록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중국·러시아의 육해공을 비롯한 우주와 사이버 등 모든 영역에서 안보 위협이 높아지면서 미국도 전 영역에서의 안보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미 국방부는 중·러의 군사적 위협에 대응해 국방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 국방부 재정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회계연도의 국방 연구개발비는 지난해 대비 36억 달러 증액했다. 2019 회계연도의 국방 연구개발비는 953억 달러로 올해에는 989억 달러가 책정됐다.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 | EPF=연합뉴스

에스퍼 장관은 “국방부 역사상 가장 큰 국방 연구개발(R&D) 예산을 확보함으로써 극초음속 무기, 지향성 에너지, 자율운용체계 등과 같은 핵심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월 미국의 6번째 군대인 ‘우주군(space force)’을 공식적으로 창설해 중국과 러시아의 다가올 미래 우주전쟁 위협에 대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국가 안보의 중대한 위협 속에서 미국이 우주에서 우위를 유지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올해 초 공개된 국방 우주전략 보고서에는 미국이 10년 내 우주에서 종합적 군사적 이점을 달성하기 위한 개략적인 계획을 담았다.

미국의 우주전략에 대한 목표는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미국의 우주에서 군사적 우위 유지 △모든 합동 군사작전을 위한 우주 분야 지원 제공 △우주 공간의 안전성 보장 등이다.

보고서에는 우주 공간의 안전성을 위해 해군이 국제 해역을 정찰하는 방식과 같이 우주 공간 내 침략 행위를 저지하고 국제협정을 유지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에스퍼 장관은 이런 전략을 실행하는 데 있어서 “진전이 이뤄지고 있어 자랑스럽다”고 했다.

이번 에스퍼 장관의 발언은 존 레이먼드 미 우주군 사령관의 발언이 나온 직후 이뤄졌다.

레이먼드 사령관은 15일 화상으로 진행된 ‘미 공군연합 2020 컨퍼런스’에서 “이란이 미국 군용기를 겨냥해 미사일을 발사할 당시 우주 기반 적외선 탐지시스템 위성을 사용해 미사일을 탐지했다”고 밝혔다.

그는 “세계 최고 수준의 미사일 감지 능력을 보여줬고 뛰어난 성과를 거둔 데 대해 자랑스럽다”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사일 조기경보시스템이 잘 작동해 미국인 사상자를 피하는 데 도움이 됐다”면서도 조기경보시스템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