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이 ‘대만’ 건드렸는데도 조용한 中共…닛케이의 분석

쉬젠(徐簡)
2021년 04월 21일 오후 6:20 업데이트: 2021년 04월 22일 오전 3:28

베이징 주재 일본 대사 히데오 타루미는 대사관에 앉아 조용히 중국 공산당(중공) 정부의 ‘부름’을 기다리고 있었다.

앞서 지난 16일 미∙일 정상이 공동성명을 통해 52년만에 대만을 언급하며 대만해의 평화와 안정을 강조했다.

중공이 격노하리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일본 대사 초치는 뻔한 일이었다. 하지만 전화벨은 울리지 않았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가진 뒤 공동성명을 통해 미∙일 동맹은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의 핵심임을 재차 강조하고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 지역의 미래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이날 중공 관영매체들은 황금시간대 뉴스에서 예상과 달리 미∙일 성명을 비난하지 않았다. 아예 보도조차 하지 않았다. 이후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에 미∙일 성명을 반박하는 기사 한 편 낸 것이 전부였다. 그렇게 주말이 지나갔다.

왕원빈(汪文斌) 중공 외교부 대변인은 19일(월요일) 정례 브리핑에서 대만은 “나눌 수 없는 일부”라고 거듭 밝히고 워싱턴과 도쿄에 “내정 개입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사나운 늑대전사 외교를 선보이는 중공 외교부의 반박은 딱 거기까지였다.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호소하는 미∙일 성명에 대해 베이징은 이례적으로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평소에 소란을 피우던 늑대들이 순식간에 집 지키는 개로 변했다.

일본 닛케이는 베이징이 대만 같은 ‘핵심 이익’을 격분해왔다며 이번 침묵을 이례적인 일로 평가했다.

일례로 지난 2014년 미∙일 양측은 ‘미∙일 안보 조약’을 발표했는데 이 조약은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포함한 일본의 영향력이 미치는 곳 모두에 적용됐다.

그러자 중공 외교부는 즉시 미국과 일본 주중 대사를 초치해 이른바 ‘엄정 항의’했다.

닛케이는 이같은 중공의 저자세 외교에 대해 △기후협상 등 미국과 논의 중인 현안의 파국을 피하려는 것 △오는 7월 중공 창당 100년 경축 분위기를 깨지 않으려는 것 등 두 가지로 목적이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시진핑 정권의 최대 과제는 내년 제20차 당대회에서 3연임을 확정 짓는 일이다. 이를 위해 오는 7월 1일 중공 창당 100주년 경축 행사,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러야 한다.

홍콩 언론들은 시진핑이 22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주최하는 기후정상회의에 참석할 것으로 예측했다. 미국과 대화할 기회를 계속 열어두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예상은 적중했다. 중공 외교부는 21일 시진핑이 바이든의 초청에 응해 화상회의로 열리는 기후변화 회의에 참석해 연설한다고 밝혔다.

지난 몇 달간 중공은 선제적으로 바이든 정부에 군사·외교적으로 맞섰지만, 미국 정부를 굴복시키겠다는 목적에 이르지 못했다. 그 사이 유럽연합(EU)·영국·캐나다와의 관계는 경색되고 있다. 기후정상회의는 곤경에 빠진 중공에 내려온 동아줄이다.

중공은 현재 이런 대화 통로들을 최대한 활용해 기후변화뿐만 아니라 다른 현안을 다루려 한다는 게 닛케이의 분석이다.

중공의 한 관계자는 “베이징은 지난 알래스카 회담에서 결렬된 의제를 추후 논의사항으로 남겨두려 한다”며 폐쇄된 주미 영사관 재개, 비자 규제 완화, G20 회의 협력 등이 화두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