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4년 만에 반도체 핵심소재 3종 韓 수출규제 완화

강우찬
2023년 03월 24일 오전 11:32 업데이트: 2023년 05월 25일 오후 3:49

일본 정부는 23일 반도체 핵심소재인 불화수소, 불화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등 3개 품목의 한국 수출 규제를 해제했다.

이는 2019년 7월 이후 수출 규제를 실시한 지 4년 만이다. 당시 일본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일본 피고 기업이 배상하라는 한국 대법원의 확정 판결(2018년 10월 )에 반발해 이 같은 조치를 내렸다.

그 이후 이들 3개 품목은 일본 기업이 한국 등 외국에 수출하려면 계약마다 경제산업성의 허가가 필요했다. 하지만, 이제 일정한 조건을 충족한 기업에는 한 번만 신청해도 최장 3년간 허가가 유지된다. 2019년 이전 상태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이번 완화 조치는 한국 정부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해법에 따른 것이다. 이 해법은 피고인 일본 기업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 대신 한국 정부 산하 재단에서 한국 기업들이 출연한 기금으로 피해자들에게 변제한다는 ‘제3자 변제 방식’이 골자다.

강제징용 피해자와 관련 시민단체들은 일본 기업의 직접적 사과와 배상 없이는 한국 정부의 해법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한국 내 비난 여론도 부담이다.

한국 정부는 과거의 불행한 역사를 극복하고 미래지향적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필요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외교부는 지난 6일 발표한 성명에서 엄중한 한반도 정세를 강조하며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가장 가까운 이웃인 일본”과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불화수소 등 3개 품목은 한국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에 중요한 소재다. 2019년 수출 규제 당시 일본은 전 세계 불화수소의 약 70%, 불화폴리이미드와 포토레지스트의 약 90% 생산하며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업계에서는 일본의 수출 규제 이후 한국 기업들이 불화수소 등의 국산화에 성공해 이번 규제 완화 조치의 수혜가 기대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규제 당시 한국 기업의 일본산 의존도는 불화수소 41.9%, 불화폴리이미드 44.7%, 포토레지스트 93.2%였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산 의존도는 불화수소 7.7%로 대폭 감소했고 불화폴리이미드와 포토레지스트 역시 각각 33.3%, 77.4%로 내려갔다.

다만, 국제적 분업을 통한 글로벌 경쟁력 강화라는 경제적 필요성, 미국과 중국 간 갈등 고조와 북한의 안보 위협 등 동북 아시아의 대결 구도 측면에서 한일 관계 회복 압력이 높아졌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