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강·하야시 첫 만남…대만문제 등 여러 현안 두고 첨예한 대립

김태영
2023년 04월 3일 오후 9:04 업데이트: 2023년 05월 25일 오후 3:47

3년여 만에 열린 중일 외교 회담에서 일본과 중국이 여러 민감한 현안을 두고 첨예한 대립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 일본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2일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하야시 요시사마(林芳正) 일본 외무상과 중국 친강(秦剛)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외교 회담을 가졌다. 일본 외무상의 중국 방문은 2019년 11월 이후 3년 4개월 만이다.

이날 양측 외교부장은 당초 예정된 회담 시간을 훌쩍 넘기고 장장 4시간에 걸쳐 반도체 규제 문제, 일본인 구금 문제, 오염수 배출 문제, 대만 문제 등 양국 간 민감한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하야시 외무상은 모두 발언에서 “일·중 관계에는 여러 가능성이 있지만 동시에 많은 과제와 심각한 현안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친강 외교부장은 올해가 중일 평화 우호조약 체결 45년인 점을 언급하며 “역사와 인민에게 부끄럽지 않은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친강 외교부장은 특히 최근 일본 정부가 첨단 반도체 장비 23개 품목에 대한 대중 수출을 규제하는 등 미국의 요구에 따라 대중 강경책을 펼치고 있는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미국은 과거 일본 반도체 산업을 잔혹하게 탄압하기 위해 ‘왕따’ 전술을 사용했고 현재 그 낡은 수법을 중국에 되풀이하고 있다”면서 “일본은 호랑이(미국)의 앞잡이가 돼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의견 차이를 두고 파벌을 만들고 압력을 가하는 것은 서로의 차이만 심화할 뿐”이라며 “이러한 봉쇄(대중 반도체 수출규제)는 중국의 자립자강 의지를 더 강화한다”고 날을 세웠다.

하야시 외무상은 지난달 중국에서 방첩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제약회사 직원을 비롯해 같은 혐의로 구금된 일본인을 모두 석방해 줄 것을 요구했다. 2014년 중국에서 방첩법이 시행된 이후 지금까지 중국에서 간첩 혐의로 체포된 일본인이 17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야시 외무상은 현재 중국에 구금된 일본인 5명 전원을 석방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친강 부장은 “법에 따라 처리될 것”이라며 원론적인 입장만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양국은 후쿠시마 오염수 배출 문제를 두고도 팽팽한 의견 대립을 보였다. 이날 친강 부장은 “오염수 배출은 인류의 건강과 안전에 관계되는 중대한 문제”라며 “일본은 책임감 있게 처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하야시 외무상은 중국 측의 반발이 과학적 근거에 기반하지 않았다고 항의하며 오염수의 해양 방류 안전성에 대해 피력했다. 그러면서 지난 2011년 후쿠시마 제1 원전 폭발 사고 이후 중국이 취한 일본산 식품 수입 제한 조치도 철폐할 것을 요청했다.

대만해협을 둘러싼 양국 간 입장 차이는 더욱 극명하게 갈렸다. 앞서 일본은 2020년 출범한 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 협의체인 쿼드(Quad)의 일원으로 인도-태평양 지역 국제 안보 및 대중 군사력 확장에 대항하기 위한 동맹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친강 부장은 “대만 문제는 중국의 핵심 이익 중 핵심”이라며 “일본은 대만 문제와 관련해 어떤 형태로든 간섭하거나 중국의 주권을 훼손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하야시 외무상은 회담 후 만난 기자들에게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일본의 주요 관리들은 중국과 대만의 지정학적 갈등을 일본의 주요 안보 문제로 여기며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