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NPT 체제 악용”…NPT 평가회의서 북핵 성토 한목소리

이윤정
2022년 08월 2일 오전 11:28 업데이트: 2022년 08월 2일 오후 12:03

정부 “북핵 대응, NPT 생존 가능성 시험대 될 것”
유엔 총장, 한반도 등 거론 “국제적 긴장 최고조”
IAEA 총장 “한반도 상황 심각”

함상욱 외교부 다자외교조정관이 북한에 대해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를 악용해 공개적으로 핵무기를 개발하는 유일한 나라”라고 비판하며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촉구했다.

함상욱 조정관은 8월 1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10차 핵확산금지조약(NPT·Nuclear Nonproliferation Treaty) 평가회의에 정부 대표로 참석해 일반토의에서 이같이 발언했다.

NPT 평가회의는 전 세계 핵보유국과 비보유국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조약 이행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5년마다 뉴욕에서 개최된다. NPT는 미국·러시아·영국·프랑스·중국 등 5개 핵보유국에 핵무기 감축 협상을 의무화하는 한편 다른 나라들에 대해서는 핵무기를 개발하거나 보유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NPT 평가회의는 조약 이행 상황 점검을 위해 핵 군축, 핵 비확산,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등 NPT 3대 축을 중심으로 논의된다. 이번 회의는 당초 2020년에 열릴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로 여러 번 연기된 바 있다.

함상욱 조정관은 “또 다른 최우선 비확산 문제는 북한”이라며 “북한은 끊임없이 핵·미사일을 개발하는 동시에 올해에만 31차례라는 유례없는 빈도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라고 말했다.

함 조정관은 이런 북한의 행동을 두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을 노골적으로 위반한 것”이라며 “북한은 모든 종류의 도발을 중단하고, 유엔 안보리 결의안과 NPT를 완전히 준수하며,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방식’으로 비핵화를 하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은 7차 핵실험 준비도 기술적으로 마친 것으로 평가된다”며 “북한의 핵문제에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느냐는 단지 북한에 대한 메시지일 뿐 아니라 NPT 체제 자체의 생존 가능성에 대한 리트머스 시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덧붙여 “우리는 이 기회를 대화의 문이 열려 있음을 명확히 하는 데 활용하고자 한다”면서 북한에 대화 복귀 메시지도 발신했다.

한편, 7년 만에 열린 이번 NPT 평가회의에서 북한 핵 문제를 둘러싼 국제사회의 우려가 쏟아졌다.

제10차 핵확산금지조약(NPT) 평가회의에서 연설하는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 연합뉴스

미국, 영국, 프랑스, 북아일랜드는 이날 평가회의 직전 장관급 공동성명을 통해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해 한목소리로 경계와 우려를 표명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북핵 문제를 거론하며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의 계속된 진전이 우리 공동의 안보에 점점 더 큰 위협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우리는 북한의 모든 핵무기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해체(CVID·complete, verifiable, and irreversible dismantlement)에 전념한다”며 “북한에 모든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기술을 사용한 발사, 그리고 관련 활동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성명에서 이들은 러시아와 이란을 향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러시아에는 핵 위협 중단을, 이란에는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완전 이행을 각각 촉구했다.

이어 “우리는 군사적 강압과 협박 등을 위해 핵무기를 사용하거나 사용을 위협하는 이들을 규탄한다”며 “우리는 핵전쟁에는 승자가 없고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점을 깊이 이해하고, 이에 따라 행동한다. 핵무기는 그것이 존재하는 한 방어 목적, 공격 억지, 전쟁 방지에 보탬이 돼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회의에서 한반도와 우크라이나, 중동을 구체적으로 지목하며 “현재 핵무기를 둘러싼 국제적 긴장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도 이란 핵 프로그램을 언급한 뒤 “한반도의 상황도 심각하다”며 “지난 13년간 IAEA는 평양에 주재하지 않았고, 그 기간 북한은 핵무기 역량을 확장해 왔다”고 지적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북한은 7차 핵실험을 수행할 준비를 하고 있다”며 북한의 불법 핵 프로그램 확장 및 역내 도발을 규탄하기도 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도 연설에서 “추가 핵실험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일본은 국제사회와 협력해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