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여정 “원수님 고열로 심히 앓았다”…김정은 ‘감염’ 시사

강우찬
2022년 08월 11일 오후 4:41 업데이트: 2022년 08월 11일 오후 5:40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중공 바이러스(코로나19)에 감염됐음을 시사하는 언급이 그의 최측근에게서 나왔다.

11일 북한 관영매체에 따르면 김정은의 동생인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전날 평양에서 열린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에서 오빠 김정은의 건강 상태에 대해 말했다.

김여정은 “이 방역 전쟁의 나날 고열 속에 심히 앓으시면서도 자신이 끝까지 책임져야 하는 인민들 생각으로 한 순간도 자리에 누우실 수 없었던 원수님”이라며 방역 승리를 다짐했다.

북한에서 최고 기밀에 속하는 최고지도자의 건강 상태를 공식석상에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이 발언이 김정은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는 최측근인 김여정의 입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여정은 ‘고열’이라며 증상만 밝혔을 뿐 병명을 말하지 않아 코로나19를 가리켰는지는 확실치 않다. 그러나 발언의 맥락상 코로나19를 가리킬 가능성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에서는 코로나19를 ‘신형 코로나비루스감염증’으로 부르고 있으나, 코로나19 감염을 진단할 장비가 부족해 ‘코로나 감염’ 대신 ‘발열’ 혹은 ‘고열’과 같은 표현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 당국은 지난 5월 “4월 말부터 전국적으로 원인을 알 수 없는 열병이 전국적 범위에서 폭발적으로 전파 확대됐다”며 사실상 코로나19 확산을 시인할 때도 ‘고열’이란 표현을 사용했었다.

한편 김정은은 이 회의에서 “신형 코로나 비루스를 박멸하고 인민들의 생명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최대비상방역전쟁에서 승리를 쟁취하였음을 선포한다”며 방역전 승리를 선언했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코로나19 백신 제공 제안을 거부했으며 주민들을 대상으로 백신 접종을 실시하지 않았다.

김정은 역시 이날 연설에서 “아직까지 왁찐(백신) 접종을 한 차례도 실시하지 않은 우리나라”라고 말했다.

국정원은 지난 5월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에 화이자·모더나 등 백신이 공식적으로 반입된 적이 없는 점 등을 근거로 김정은이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보고했다.

김여정은 또한 이날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남측으로부터 북한에 유입됐다고 주장하면서 “우리는 반드시 강력한 대응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입 경로에 대해서는 ‘색다른 물건짝’이라고 밝혔다. 이는 탈북민 단체가 접경지역에서 북한으로 날려보낸 대북전단 혹은 전단과 함께 살포된 의약품 등 여러 가지 물건을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

김여정은 또한 현 윤석열 정부가 “형식적으로나마 제정하였던 ‘대북삐라살포금지법’(대북전단 금지법)을 폐기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고 반발했다.

전임 문재인 정부는 ‘대북전단금지법(개정된 남북관계발전법)’ 제정해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해왔으나,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탈북만 단체는 대북전단 살포를 재개했다.

북한이 코로나19 확산 이유를 대북전단으로 돌리는 것은 4월 말 열병식을 계기로 촉발된 코로나19 확산 책임을 한국에 뒤집어씌우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