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인권단체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 살해는 존재하지 않았다”

이연재
2022년 09월 27일 오후 1:13 업데이트: 2022년 09월 27일 오후 2:27

“우리가 목숨 걸고 작정하고 이 진실을 파헤쳐야 되겠다 생각했고 북한에 휴민트((HUMINT)를 가지고 있는 탈북민들 중심으로 저희가 확인했습니다. 조사해 보니 탈북 어민 2명이 (북한에서 저질렀다는) 살해 사건 자체가 없었습니다. 저희는 끝까지 진실을 파헤쳐 이 사건에 연관된 모든 사람들을 법의 심판대에 세우겠습니다.”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는  26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강제북송 탈북자 살인 거짓 자백 및 증거 조작 진상규명’ 기자회견에서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과 관련해 이같이 말했다.

강 대표는 “휴민트 7곳과 접촉해 약 2년 동안 김책시를 거의 쓸다시피 했다”며 “16명을 살해한 살인 사건은 없었다는 것이 공통된 증언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자리에는 인민보안성 간부 출신과 국가보위성 요원 출신 등 탈북민과 도태우 변호사, 정광성 월간조선 기자가 참석했다.

탈북어민 북송 사건, “살해는 가짜다”

탈북 어민 북송 사건은 지난 2019년 동해에서 한국 해군에 나포된 탈북 어민 2명을 당시 문재인 정부가 북송한 사건이다. 문 정부는 이들이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한 흉악범으로, 망명의 진정성이 의심된다며 닷새 만에 북한으로 추방했다.

그러나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는 적법한 절차 없이 바로 송환한 점, 강제송환금지원칙을 위반한 점 등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정광성 월간조선 기자 | 에포크타임스

탈북민 출신 정광성 기자는 이날 휴민트에서 확인한 4가지 내용을 공개했다. ▲살인사건에 연루된 3명 외에 16명이 배에 탄 사실이 없다는 점 ▲탈북 어민은 김책이 아닌 단천 외화벌이 선원이었다는 점 ▲ 북한 김책시 일대에서는 16명을 살해한 사건의 소문조차 없었다는 점 ▲이들의 탈북은 김책의 수산물 업자와 계약관계로 다투다 보안원과 보위원을 폭행하고 심하게 다치게 한 뒤 중형을 피하기 위해 우발적으로 탈북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정 기자는 이어 “보위원 폭행 사건이 중앙당에 보고돼 김정은이 알게 됐다. 엄중한 처벌을 내리라는 김정은의 명령이 떨어지자 이들은 단천으로 도주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중 1명은 현장에서 체포되고 나머지 2명이 배를 타고 탈북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북송된 2명 중 극렬 저항했던 청년은 보위부 조사에서 가혹행위로 사망한 것으로 보이며 북송된 1명과 현장에서 체포된 1명 등 2명은 개천 정치범 수용소에 갇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 기자는 또 “어민들이 타고 온 배에는 혈흔이 없었고 혈흔을 지우려 페인트칠을 한 흔적도 없었다는 검역관 증언이 나왔다. 배는 살인 현장이 아니었으며 살인 사건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며 “문 정권과 청와대가 이들에게 거짓 프레임을 씌워 강제로 북송시킨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 자유이주민 인권을 위한 국제의원연맹(IPCNKR) 18차 총회를 위해 워싱턴을 방문 중인 한국 대표단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가 북송한 탈북 어민 2명의 실명은 우범선과 김형욱이다. 앞서 통일부가 공개한 사진과 영상에서 격렬하게 저항하며 북송을 거부했던 검은 점퍼 청년은 1997년생 우범선 씨로 고향은 함경북도 청진이다. 또 두 번째 탈북 청년은 1996년생 김현욱 씨로 역시 청진 출신이다.

도태우 변호사 | 에포크타임스

도태우 변호사는 “강제북송 사건은 대한민국 정부의 수뇌부가 반인도 범죄 체제 편에 서서 헌법과 법치에 반대되는 행위를 저지른 것이라고 일축했다.

도 변호사는 “이는 국가폭력의 절정이며 북한 반인도범죄 체제를 유지·강화하는 데 막강한 조력을 한 것”이라며 “강제북송 범죄자들에게 모든 형법상 범죄에 더해 국제형사재판소법상 반인도범죄에 대한 방조범의 죄책이 더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탈북민 “언론보도만 보고 가짜임을 알았다”

통일부와 국회 정보위원회 등에 따르면 20대 남성인 이들은 2019년 8월 15일 북한 김책항을 출항해 북한과 러시아 해역에서 오징어잡이를 했다. 그러던 10월 말 지속되는 선장의 가혹 행위에 불만을 품은 이들은 또 다른 선원 A 씨와 공모해 선장을 살해했다. 이 과정에서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나머지 선원 15명도 살해했다. 시신과 흉기는 바다에 버렸다. 이들은 북한 자강도로 도망가기 위해 김책항 인근으로 이동했다. 그러나 A 씨가 어획물을 팔기 위해 돌아다니다 단속에 붙잡히는 것을 보고 다시 도주했다.

이들은 남하 과정이던 그해 10월 31일 우리 해군에 처음 포착됐고, 이틀간 해군의 통제에 응하지 않고 북방한계선(NLL)을 넘나들며 도주를 이어가다 11월 2일 나포돼 동해 군항으로 이송됐다. 당시 북한 경비함도 이들을 추격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나포 당시에는 귀순 의사가 없었던 이들은 검거된 뒤에야 귀순 의사를 밝혔다.

통일부 제공

기자회견에 참석한 국가보위성 요원 출신 탈북민은 “낙지철인 11월은 출항보다 입항이 어렵고 항 주변에 인산인해를 이룬다”며 “북한도 입항 질서가 있다. 입항할 때는 출항 때 인원이 전부 들어와야 한다. 19명이 나갔다 들어오면 출항증을 가지고 다 검사한다”고 했다. 이들은  “2011년부터 해상으로 탈북하는 사건이 늘어나 보위부에서 이중으로 관리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 당시 한국 언론 보도만 보고도 거짓이라는 것을 알았다. 말도 안 되는 일이다”며 “애당초 살인 사건은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자유주간’ 행사 개막식에 참가한 수잔 숄티 북한자유연합 대표는 “문재인 정부가 김정은 체제의 눈치를 보느라 북한 주민들에게 등을 돌렸다”고 비판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탈북민을 포함한 모든 한국인들의 인권을 책임지고 지켜달라”고 말했다.

2004년 4월 28일 미 상원의 북한인권법 통과를 촉구하며 워싱턴 의회 공터에서 외쳤던 ‘자유 북한’의 구호가 발단이 된 ‘북한자유주간’은 매년 4월 마지막 주에 미국과 한국에서 번갈아 개최돼 왔다.

제19회 ‘북한자유주간’ 행사는 내달 1일까지 세미나·포럼·간담회 등 각종 행사가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