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는 이유

탕하오(唐浩)
2018년 07월 5일 오후 10:18 업데이트: 2024년 02월 19일 오후 3:23

김정은의 비핵화 약속은 과연 진짜일까? 전 세계가 예의 주시하고 있다.

6월 12일,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최고지도자 김정은은 역사적인 회담을 통해 합의를 이루었다. 합의 내용 중에는 북한이 비핵화 추진에 힘쓸 것이라는 약속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최근 북한이 약속을 성실히 지키지 않는 징후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가 위성사진을 통해 북한의 핵무기 연구시설이 여전히 빠른 속도로 개발을 이어나가고 있음을 확인했다. 미국 매체 NBC, 워싱턴포스트(WP), 월스트리트 저널(WJ) 또한 북한이 속도를 높여 핵무기 연료를 생산하고 핵시설을 감추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으며, 주요 미사일 공장을 확충하고 있다는 사실을 잇달아 알렸다.

여러 가지 의문이 제기되자 트럼프는 7월 1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례적으로 김정은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그와 합의를 했다. 나는 그와 악수를 했다. 나나 당신이나 거래를 한 상대측이 말한 바를 지키지 않는 경우를 맞닥뜨릴 수 있지 않으냐. 그럴 수도 있다.”

필자는 이전에도, 트럼프가 김정은과의 회담을 통해 김정은이 과연 정말 핵을 포기하는 대신 평화를 얻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지 직접 관찰하고 타진할 것이라 지적했다. 회담에서 트럼프는 극도의 선의를 보이며 김정은에게 맞춰줬으며, 그가 핵무기를 포기하고 자신과 북한 인민을 위해 더 나은 미래를 선택하도록 설득하려 했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으로 보면, 김정은은 이 호의를 감사하게 여기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김정은은 핵 문제에 있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으며 비핵화에 대한 진심 또한 찾아볼 수 없다. 김정은은 왜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으려 하는 것일까?

1. 북한과 중국이 ‘짜고 치는’ 핵 협상

수년간, 중국은 국제사회를 상대로 사기를 칠 때 북핵 문제를 담판의 지렛대로 이용해 왔다. 북한과 중국 양국은 각각 ‘굿 캅(좋은 경찰), 배드 캅(나쁜 경찰)’ 역을 연출함으로써 국제사회와 겨루고 줄다리기를 했다. 한편으로는 국제사회에서의 중국의 지위를 점차 들어 올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북한 독재정권을 위해 더 많은 자금 지원과 물자를 얻어내려는 것이다. 북한과 중국은 실로 서로를 이용하는 순치상의(唇齒相依: 입술과 이처럼 밀접하게 의존하는 사이) 관계였다.

하지만 트럼프 취임 이후, 북한과 중국은 트럼프의 강경한 압박과 협상전략을 막아내기 힘들어졌다. 결국 북한은 주동적으로 북미정상회담을 요구했고, 한때 얼어붙었던 북중 양국은 다시 잦은 왕래를 통해 관계가 활발해졌다.

외부에서는 미국의 강력한 압박을 마주한 북중 양국이 과거의 ‘6자회담’ 방식을 사용해 서로를 위한 해결책을 찾으려 한다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무역 반격을 피하고, 북한은 경제 제재를 풀기를 원하는 것이다.

북미회담 이후 그 답안의 윤곽이 점점 드러나고 있다.

북미회담이 막을 내린 당일, 중국 외교부는 기자회견을 통해 UN은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를 완화해야 한다는 뜻을 암시했다. 북미회담 다음 날,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사는 보도를 통해 트럼프가 이미 제재 완화에 동의했다고 밝혔으나, 곧이어 트럼프가 이를 부정했다.

7월 1일,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김정은이 며칠 전 베이징을 방문해 시진핑과 회담을 갖고 중국이 경제 제재를 조기에 해제하는 데 힘써 달라고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제재 해제’에 대한 북한과 중국의 상호작용과 고도의 묵계로 미루어 볼 때, 북한과 중국 양측이 일찍이 대응 시나리오를 짜놓았을 가능성이 크다. 김정은은 잠시 미사일 발사 실험을 멈추고 트럼프와 회담을 진행하며, 트럼프는 그 대가로 한미 연합훈련을 중지하는 것이다.

이와 동시에 베이징은 직접 나서서 국제사회가 대북 경제 제재를 완화 또는 해제할 것을 촉구한다. 이로써 북한과 중국은 다시 한반도에서 미군을 내보낼 기회를 노리며, 한국에 공산주의 통일전선을 구축하려는 움직임이 한 걸음 더 진전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이러한 ‘쌍중단(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훈련 동시 중단)’ 전략은 바로 과거 수년간 북한과 중국이 손을 맞잡고 한국, 미국, 일본을 해결책이 없는 외교의 미궁에 빠뜨린 술책이다. 이는 또한 트럼프 정부가 효과가 없었던 과거의 길을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누차 강조한 내용과도 맞닿아 있다. 북한과 중국은 다시 이 함정을 동원해 트럼프를 묶어두려 하지만, 이는 성공할 가능성이 희박하다.

존 볼턴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은 미국이 북한의 협상 패턴을 상당히 잘 알고 있으며, ‘그들은 협상 시간을 늘리는 방식을 통해 계속 핵무기, 화학무기, 생화학무기와 탄도미사일 발전을 이어나간다’고 밝혔다. 따라서 트럼프 정부는 북한이 핵 포기 약속을 이행하지 않을 것에 대비해 이미 대책을 마련해둔 상태이다. 다만 협상과 거래에 능란한 트럼프가 아직은 회담을 통해 김정은을 이해하고 허와 실을 판별하면서 김정은에게 미래를 선택할 기회를 주고 있다.

더군다나 트럼프는 북미회담을 앞두고 만약 북한이 비핵화에 결심을 내비치지 않는다면 미국은 북한을 압박하고 제재할 수백 가지 계획 및 다른 선택지를 마련해 두었다고 공언한 바 있다.

2. ‘작은 아우’ 북한을 쥐고 놓지 않는 중국

북한이 주동적으로 북미회담 개최를 요구하기 시작하자 중국공산당과 북한 간의 왕래와 교류 빈도가 증가했으며, 김정은은 3개월도 채 안 돼 연속 세 번 중국공산당 지도자와 회견을 가졌다. 북한에 대한 중국공산당의 고도의 관심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북미회담에서 트럼프는 뜻밖에도 적극적으로 선의의 외교를 펼치며 김정은이 핵무기를 내려놓고 북한 인민을 이끌고 미국과 발을 맞추어 함께 평화와 번영의 새로운 미래를 개척할 것을 권유했다. 트럼프의 이례적인 외교 공세에 경악을 금치 못한 중국은 북한과 이미 짜놓은 시나리오를 폐기했으며, ‘작은 아우’ 북한이 미국에 동요할까 우려하기 시작했다.

이에 중국은 보란 듯이 김정은과 3차 회담을 진행한 후 다음과 같이 선언했다.

“중국의 당과 정부가 중조관계(북중관계)를 발전시키고 공고히하려는 확고한 입장은 변치 않을 것이고, 북한 인민에 대한 우호는 변치 않을 것이며, 사회주의 북한에 대한 지지 또한 변치 않을 것이다.”

앞 두 문장은 당문화 특유의 빈말이라고 할 수 있다. 관건은 “사회주의 북한에 대한 지지는 변치 않을 것”이라는 마지막 문장에 있다.

이 문장이 암시하는 바는 바로 중국이 북한의 기존 독재 체제 유지에 협조할 것이며, 북한 정권의 평화체제로 전환할 가능성을 배제하겠다는 것이다. 결국, 중국은 김정은이 미국과 발을 맞추는 것을 허락하지 않겠다는 의미이다.

중국은 ‘아우’ 북한을 잃지 않으려 한다. 첫째로는 북한이 지정학적 위치를 고려할 때, 중국의 한국, 일본, 미국 등 민주주의 진영에 대한 전략적 완충지대인 북한을 통해 수많은 군사 기밀이 발각되지 않도록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로는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담판을 할 때 북한을 유용한 지렛대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 미중 양국의 무역 경쟁이 과열돼 일촉즉발의 상황에 놓여 있는 가운데, 중국은 북한이라는 히든카드를 남겨두어 미국에 도전하고 경쟁의 승부수로 삼을 필요성을 더욱 느끼는 것이다.

3. 김정은이 두려워하는 것은 권력 상실

김정일, 김정은 부자가 핵무기를 개발한 주요 원인 중 하나는 김씨 정권과 독재 권력을 지키기 위함이다.

트럼프는 김정은이 핵을 완전히 포기하기만 하면 미국은 북한의 경제 개발에 협조하고 김정은 정권의 안전을 보장하겠다고 약조했다. 그러나 김정은은 북한이 평화체제로 전환한다 해도 과거 반인륜적 살육에 대한 책임 추궁을 당하거나 인민에 의해 청산될까 봐 두려워한다. 따라서 큰형과 같은 중국에 접근하려고 하는 것이다. 어찌 됐든 북한과 중국은 둘 다 공산정권이며, 극심한 인권 박해의 죄과를 공히 지니고 있다. 중국 또한 북한을 동북아의 전략적 보호벽으로 삼을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4. 중국이 두려워하는 것은 북핵·미사일 개발 배후 발각

주지하다시피, 중국은 북한의 주요 교역 파트너이자 가장 중요한 식량 및 에너지 공급원이다. 심지어 북한 핵무기 개발의 주요 지지자이기도 하다.

미국 싱크탱크 국제전략평가연구소(International Assessment and Strategy Center)의 베테랑 연구원 릭 피셔(Rick Fisher)는 북한의 빠른 탄도미사일 기술 발전은 중국이 직접 북한에 탄도미사일 탄두 기술을 제공한 것과 관계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작년 포브스(Forbes) 사이트에서도 중국이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서 가장 중요한 탄두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 개발에 협조하고 미사일을 운반하는 트럭 등을 제공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중국이 북한의 핵 개발에 협조하는 목적 중 하나는 중국이 남중국해 지역에서 세력을 확장하는 동안, 북한 핵무기 문제로 동북아에 위기를 조성해 국제사회의 주의력을 분산시키고, 나아가 국제사회와의 협상에서 중국에 유리한 판을 꾸리는 것이다.

2010년 위키리크스(WikiLeaks)에서 잠시 공개한 대량 기밀문건 내용 중에는 전 중국 부총리 첸치천(錢其琛) 휘하의 공작원이 미국에 ‘북한은 애초에 핵무기가 없고, 모두 중국 당국이 비밀리에 배치한 것으로, 그 목적은 타이완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함’이라고 밀고한 사실이 담겨있다.

따라서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으려고 하는 또 하나의 주요 원인은 바로 중국에 있다. 중국은 북핵 막후의 지휘관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이 비핵화를 실시하고 미국 및 국제사회가 핵무기 소각 및 검증 단계에 돌입한다면, 북핵 문제 배후에 있는 중국의 역할과 개입 정도가 발각될 가능성이 크다. 이로써 중국의 수많은 ‘말할 수 없는 비밀’이 탄로 날 것이다.

진실이 밝혀지면, 중국이 수년간 북한 문제에 있어 유지해온 ‘중립 유지’와 ‘개입 최소화’ 이미지의 진상이 드러날 것이며, 장기간 이어온 6자회담과 북중 핵무기 사기극이 탄로 날 것이다. 또한, 중국공산당이 표방한 ‘당은 위대하고, 광명하고, 정확하다(偉, 光, 正)’는 구호의 허상 또한 철저히 깨질 것이다.

김정은이 약속 어길 경우, 트럼프는 더 많은 제재 가할 것

결론적으로, 김정은은 현재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으려 한다. 공산주의 체제와 권력을 절대 내려놓고 싶어 하지 않으며, 공산체제 또한 그를 가만히 놓아두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사업가 출신인 트럼프는 신용을 중시한다. 일단 거래가 성사되면 반드시 약속을 지킨다. 김정은이 북미회담에서 비핵화 협의에 서명했기 때문에, 만약 최후에 일방적으로 약속을 어기거나 협약 이행에 진정성을 보이지 않는다면 트럼프는 협상의 공간을 더는 주지 않을 것이며, 반대로 더 많은 경제 제재, 심지어 군사 옵션까지도 동원해 극한의 압박을 이끌어낼 것이다.

미국에 대한 북핵 위협이 해소되지 않는 한 북한으로부터 국토를 호위하겠다는 트럼프의 결심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와 동시에, 트럼프는 과거 몇 개월간의 관찰을 통해 중국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북핵 문제의 본질적 근원을 더욱 명확하게 알게 됐다. 누가 겉과 속이 같은 진정한 친구인지, 누가 ‘등에 칼을 꽂을’ 적인지 트럼프 또한 더욱 깊이 인식하게 됐다.

7월 5~6일,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이 평양을 방문한다. 이는 김정은에게 주어진 최후의 비핵화 교섭 및 확인 작업이 될지도 모른다.

7월 6일, 미국은 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 1102개에 25% 징벌성 관세 부과를 정식으로 발효할 것이며, 미중 무역 갈등은 언제라도 무역전쟁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

7월 16일, 트럼프는 러시아 대통령 푸틴과 회담할 것이다. 트럼프는 푸틴과의 만남을 통해 러시아가 북중 연합에 공조하고 있는지 시험해 볼 것이다.

긴박한 국제 정세 속에서 트럼프는 중국, 북한, 러시아 3국의 동태 및 의도, 그리고 배후의 연대관계에 대해 명확히 알게 될 것이다. 만일 김정은이 정말로 비핵화를 원하지 않는다면, 트럼프는 북한과 중국 양측에 새로운 반격을 가할 것이다. 더구나 예측하기 어려운 더 큰 움직임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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