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G7 정상의 압박 성명에 “난폭한 내정간섭” 항의…주중 日 대사 “중국이 변해야”

최창근
2023년 05월 22일 오후 1:31 업데이트: 2023년 05월 25일 오후 3:27

지난 주말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일본 히로시마(廣島)에서 폐막했다. G7 정상들은 지난 5월 20일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대만 문제와 관련해 “무력이나 강요로 현상을 바꾸려는 어떤 일방적인 시도도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히는 등 중국에 대한 견제에 성명의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구체적으로, 핵 군축 협정에 참여하지 않고 불투명한 행태로 핵전력을 증강하는 중국에는 핵무기 보유 상황 등 객관적인 데이터 제공도 요구했다. 성명에서는 “민생용을 가장한 플루토늄 생산 시도에도 반대한다.”고 명시했다. 중국이 일본 및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동·남중국해 상황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시하며 “힘이나 강압으로 현상을 변경하려는 어떠한 일방적인 시도에도 강력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대만해협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이 국제사회의 안보와 번영을 위해 필요 불가결하다는 것을 재확인한다.”며 양안(중국과 대만)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했다. 이어 “신장 위구르 지역 인권 문제도 계속 제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당사국인 중국은 거칠게 항의하고 있다. 타깃은 유일한 아시아 지역 회원국이자 회의 개최국인 일본이다.

5월 21일, 중국 외교부는 “쑨웨이둥(孫衛東) 외교부 부부장(차관)이 다루미 히데오(垂秀夫) 주중국 일본대사를 초치(招致)하여 G7 정상회의가 중국 관련 의제를 과장한 것에 대해 엄정한 교섭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엄정교섭은 중국이 특정 사안에 대해 외교 경로로 항의를 제기한 것을 일컫는 중국식 표현이다.

쑨웨이둥 부부장은 “G7은 진영 대결과 냉전적 사고를 고수하고 모든 행위가 역사의 대세, 객관적 사실, 국제 정의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본은 G7 순회 의장국으로서 정상회의 각종 활동과 공동선언에서 관련 국가와 결탁해 중국을 먹칠하고 공격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공동선언은 중국의 내정을 난폭하게 간섭하고 국제법 기본 원칙, ‘중·일 4개 정치문건’ 정신을 위배한 것이며 중국의 주권·안전과 발전이익을 침해한 것이다.”라며 “중국은 강한 불만과 결연한 반대를 표시한다.”고 강조했다.

쑨웨이둥 부부장이 언급한 중일 4대 정치문건은 ▲1972년 중일 수교 시 발표한 ‘중일공동성명’ ▲1978년 양국 외교부 장관이 서명한 ‘중일평화우호조약’ ▲1998년 양국이 발표한 ‘중일 평화와 발전의 우호협력 동반자 관계 수립 노력을 위한 공동선언’ ▲2008년 후진타오(胡錦濤) 당시 중국 국가주석과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일본 총리가 발표한 ‘중일 전략적 호혜관계 전면 추진에 관한 공동성명’을 의미한다. 이들 문건은 공통적으로 하나의 중국 원칙, 상호 주권 및 영토 완전성 존중 등을 포함하고 있다.

쑨웨이둥은 중국이 ‘핵심 이익’으로 간주하는 대만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대만 문제는 중국의 핵심이익 중 핵심이고 중일 관계의 정치적 기초로, 넘을 수 없는 레드라인이다.”라고 강조했다. “누구도 국가 주권과 영토 보전을 수호하려는 중국 인민의 굳센 결심, 확고한 의지, 강력한 능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서방 진영이 문제 제기를 하는 홍콩, 신장위구르자치구, 티베트자치구 인권 문제에 대해서도 ‘내정 간섭’이라고 못 박았다. 이어 “외부 세력의 간섭을 용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동중국해‧남중국해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쑨웨이둥 부부장은 “동중국해와 남중국해는 전반적으로 안정돼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은 악의적인 표현으로 사실에 위배된다.”고 항변했다.

쑨웨이둥은 G7 정상회의 자체에 대해서도 불만을 토로했다. “개별 서방 국가들이 제멋대로 다른 나라 내정을 간섭하고 세계의 일을 조작하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G7 회원국들이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시대의 대세에 순응하고 다른 나라를 압박하는 것을 중단하며 분열과 대립을 선동하는 것을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개최국인 일본을 향해서는 “일본 정부는 중국에 대한 인식을 바로잡고 전략적 자주를 파악하며 중일 4개 정치문건 원칙을 엄수하고 건설적인 자세로 양국 관계의 안정적인 발전을 추진해야 한다.”고 재차 촉구했다.

중국 관영 매체도 같은 목소리를 냈다. ‘환구시보’ 영문판 ‘글로벌타임스’는 사설을 통해 “G7 정상회의가 반중 워크숍(anti-China workshop)으로 변질됐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공식 성명에서 중국을 20번 언급했다. 이는 최근 몇 년 동안 가장 많은 수치이다.”라며 “대만, 동중국해, 남중국해, 홍콩, 신장 문제 등 중국과 관련한 거의 모든 주제를 과대 선전했다.”고 했다. 이어 “이는 중국 내정에 대한 잔인한 간섭과 중국을 비방하는 문제일 뿐만 아니라 오늘날 세계 평화와 발전이 직면한 큰 위험 중 하나인 진영 간의 대결을 노골적으로 촉구하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중국의 주장을 두고 다루미 히데오 주중국 일본대사는 “중국이 행동을 바꾸지 않는 한 G7으로 공통의 우려를 언급하는 것은 당연하다.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라면서 “우선 중국 측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야 한다.”고 응수했다.

2020년 베이징에 부임한 다루미 히데오 대사는 일본 외무성 내 대표적인 ‘차이나 스쿨(중국통)’으로 분류되는 경력 외교관이다. 교토대(京都大) 법학부 재학 시절 외교관 시험에 합격했으며, 주중국대사관 서기관, 주홍콩총영사관 영사, 주타이베이대표부 총무과장, 주중국대사관 공사, 외무성 영사국장을 거쳐 외무성 내에서 사무차관 다음 요직인 대신관방장(官房長‧기획조정실장 겸 비서실장)을 지냈다. 중국을 이해하고 다룰 줄 아는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 내 인맥이나 정보가 폭넓어 중국 정부가 ‘스파이’로 여길 만큼 가장 경계하는 인물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