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화웨이가 워싱턴 싱크탱크에 침투한 내막

2018년 12월 13일 오후 10:10 업데이트: 2019년 11월 9일 오후 12:07

화웨이가 미국의 국가 안전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워싱턴 싱크탱크의 독립성에도 영향을 미치려 했다고 미 언론이 밝혔다.

워싱턴포스트 7일 자 보도에 따르면, 워싱턴의 유명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Brookings Institution)가 2017년 10월에 발표한 보고서 ‘안전도시 혁신의 이점과 최선의 실천(enefits and Best Practices of Safe City Innovation)’에서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와 중국의 리장(麗江)시가 실시한 최신 경찰 업무기술을 찬양했다.

주목할 것은 이 신기술의 제공자가, 논란이 되고 있는 중국 최대 통신장비 회사 화웨이라는 것을 이 보고서에서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고, 화웨이가 글로벌 안전도시 설비의 주요 공급자 중 하나라는 것도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다만 문건에 ‘화웨이가 이 보고서에 대한 지지를 아낌없이 제공했다”고 적었다. 다시 말해 브루킹스연구소가 화웨이가 후원하는 보고서를 통해 화웨이의 기술을 칭찬했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브루킹스연구소의 연례보고서를 인용해, “2016년 7월부터 2018년 6월까지 중국 화웨이가 미국 자회사인 화웨이기술주식회사(Futurewei Technologies Inc)를 통해 이 연구소에 최소 30만 달러를 제공했다”고 전했다.

에밀리 혼(Emiley Horne) 브루킹스연구소 커뮤니케이션 담당 부사장은 “투명하게 처리한다는 약속에 근거해 우리는 2018년, 2017년, 2013년 연례보고서에 거버넌스 연구 프로젝트에 대한 화웨이의 지지 내용을 넣었고, 이것은 이 회사에서 기부금을 받은 연도이다”고 했다.

2012년 7월부터 2013년 6월까지 화웨이는 브루킹스연구소에 10만~24만 9000달러를 기부했다.

혼 부사장은 브루킹스연구소가 정한 기부 가이드라인(Donor Guidelines)이 모든 모금활동과 기부자가 참여하는 이벤트에 적용된다고 밝혔다.

혼 부회장은 또 “브루킹스연구소는 학자의 연구 독립성을 훼손하거나 관련 보고서의 연구 방향 또는 미리 설정한 입장에 영향을 주는 기부는 받지 않는다”고 했다.

2017년 안전도시 보고서의 주필은 브루킹스연구소 부소장 겸 기술혁신센터 창립 이사인 대럴 M 웨스트이다. 브라운대학(Brown University) 교수였던 그는 2008년 브루킹스연구소에 들어갔다. 그와 화웨이의 관계는 그의 학술 독립성에 의문을 불러일으켰다. 웨스트는 워싱턴포스트가 제기한 여러 가지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화웨이의 홈페이지에 따르면 웨스트와 화웨이의 관계는 최소한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그는 화웨이가 바르셀로나에서 개최한 한 회의에 참석해 광대역 발전에 관해 연설했다.

2014년, 웨스트는 화웨이가 밀라노에서 연 화웨이 혁신의 날에 강연했다. 당시 미국 정부는 화웨이의 상품과 서비스 대부분에 대해 미국 시장 진입을 막기 시작했다. 미 하원 정보위원회는 2012년 10월 보고서에서, 화웨이가 미국의 국가 안보에 위협을 가하고 있고 미국 회사의 민감한 정보를 해킹했다고 고발했다. 당시 화웨이가 후원하는 한 행사에서 웨스트는 미국 정부가 화웨이만 문제 삼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했다.

웨스트의 강연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2017년 11월에 있었다. 당시 그는 말레이시아의 수도 쿠알라룸푸르에 가서 화웨이가 개최하는 혁신의 날 행사에 참가해 그해 10월에 작성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화웨이는 웹사이트에 브루킹스연구소가 발표한 연구 보고서의 활동과 함께 웨스트의 브리핑 파일을 올렸다. 이 브리핑 파일에는 브루킹스의 로고가 있으나, 마지막 한 장에는 작은 글씨로 저작권 소유가 화웨이라는 표시가 붙어 있다.

이에 대해 혼 부회장은 마지막 한 장은 브루킹스 최종본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화웨이에 연락하고 있다”며 “내용이 부정확하기 때문에 삭제를 요청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