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허난성 교사 34명, 4년간 임금 체불에 집단 항의

강우찬
2023년 05월 28일 오후 4:03 업데이트: 2023년 05월 28일 오후 4:03

학교, 사립에서 공립 전환하고도 급여 안 줘
“중국 지방정부 재정난 반영하는 사건” 평가

중국의 한 공립학교 교사들이 4년간 체불된 급여를 지불하라며 항의 서한을 발표했다. 중국 경제의 ‘시한폭탄’으로 지목된 지방정부 재정난이 한 원인으로 분석됐다.

허난성 싼먼샤(三門夏)시의 둥팡젠챠오 중고등학교 교사 34명은 지난 15일 날짜로 온라인에 공개한 서한에서 “하루 평균 12시간씩 근무해왔지만, 근로계약서도 없고 급여도 받지 못했으며 사회보장이나 의료보험도 해결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서한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2019년 8월 싼먼샤 시 당국이 실시한 교원 채용시험에 합격해 당시는 사립학교였던 둥팡첸챠오 중고등학교의 교사로 임용됐다.

당시 시험 공고에는 사립학교 교사이지만 추후 공무원으로 전환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었지만, 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공무원 전환은커녕 급여마저 지급되지 않고 있으며, 여러 차례 민원에도 아무런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서한은 전했다

교사들은 “우리들의 집단 파업으로 피해를 입게 된 학생과 보호자들에게 사과한다”면서 “지금까지 당국에 해결을 요청해왔지만 아무것도 나아지지 않았다. 생계가 해결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이런 방식으로 항의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하며 양해를 구했다.

서한에는 학교명이 언급되지 않았지만, 온라인에서는 해당 교사들이 재직 중인 학교가 둥팡첸챠오 중고등학교라는 소문이 확산됐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해당 학교는 2022년 9월 공립학교로 개편됐으나, 개편 전 사립학교 법인은 물론 개편 이후 학교를 직접 관할하게 된 싼먼샤시 교육청도 체불된 급여를 지급하지 않고 있다.

논란이 확산되자 학교 측은 재정적인 문제로 해당 교사들에게 일시적으로 월급을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시 교육청도 22일 “조속히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발표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교사들은 시 교육청과 학교 측의 약속과 설득에 따라, 업무에 복귀한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에서는 4년간 묵묵히 일한 교사들을 지지하는 여론이 주를 이뤘다. 한 네티즌은 “4년간 일했는데 생계마저 해결 못하다니, 어떻게 아이들을 가르쳐 국가를 일으킬 수 있겠나”라고 한탄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시 교육청에서 채용을 보장했는데 몇 년씩 월급을 체납했다면 학교 측과 교육청 사이에 뭔가 비리가 있었을 것 같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최근 중국 각지에서는 교사들이 임금 체불에 항의하는 사건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3월에도 장시성 징더전시의 여러 학교에서 교사들이 밀린 월급을 지불하라며 학교 교문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현지 매체 펑파이 신문은 “교사들의 급여 미지급 사태는 일반적으로 지방정부 재정난이 원인”이라며 “일부 지역에서는 교육예산 횡령 등의 문제도 오래전부터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지방정부의 재정난은 최근 중국 경제의 주된 불안 요인으로 거론된다. 지난 2월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중국 31개 성·시·자치구 중 17개 이상이 부채 한도를 초과했다. 톈진시는 소득 대비 부채비율이 3배, 충칭·윈난 등 5곳은 2배 이상이었다.

이는 3년에 걸친 제로 코로나 봉쇄로 경제가 경색된 것이 원인으로 여겨진다. 공식적으로 집계되지 않는 그림자 부채를 포함하면 중국 지방정부의 부채 규모는 훨씬 클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