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학자 “韓 중국 핵심 이익 관련 반중 입장 가져서 안돼…” 내정 간섭 논란

최창근
2022년 08월 25일 오후 2:36 업데이트: 2022년 08월 26일 오후 2:16

8월 24일, 한중 수교 30주년 기념일 맞이하여 중국 관변 학자들이 “한국이 중국의 핵심 이익 관련 반중 스탠스를 취하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 주장의 핵심은 “한국은 주제 파악을 하고 행동하라.”는 것으로 해석된다.

잔더빈(詹德斌) 중국 상하이대외무역대 교수는 8월 24일, 중국 공산당 관영 매체 ‘글로벌타임스’에 “한국과 중국은 전략적 협력 파트너로서 지역 안보·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사안에 대해 공통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남중국해와 대만 문제와 관련해 한국은 미국·일본을 따라 반중 스탠스를 취해서는 안 된다.”고 언급했다. 잔더빈은 “특히 사드 문제는 중국의 핵심 이익을 침해하는 사안이자 우리의 중요한 관심사이다. 이런 메시지는 한국에 사드를 배치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담고 있다.”고 강조했다.

잔더빈 중국 상하이대외무역대학 교수. | 바이두.

앞서 잔더빈은 ‘한국의 대중국 정책, 미·서방 맹목적 추종 안 돼’라는 글로벌타임스 기고문에서 “오늘날 한국은 마치 주동적으로 중국과 대결이 요구되는 큰 의제를 만들고 있는 것 같다. 이러한 대결은 쌍방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고 한국에 끼치는 부정적 영향이 더욱 클 것이다. 한국은 스스로 병을 만들고 그 원인을 제공했다. 나아가 병 증세에 걸맞지도 않은 처방을 하기까지 했다. 일부 한국인들은 주동적으로 중국과의 탈동조화를 하고 주동적으로 중국과의 대결을 펼쳐서 미국과 서방에 충실히 따르는 것을 보여주기만 하면 나라의 경제성장과 국가안보를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철두철미한 오판이다.”라고 한국의 탈중국화를 비판하기도 했다.

한국을 향해 경고성 발언을 연이어 하고 있는 잔더빈은 중국 푸단(復旦)대에서 북미관계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후 상하이대외무역대 한반도연구센터 주임 겸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에서 5년 동안 생활하면서 기자, 칼럼니스트 등으로 활동하기도 한 한반도 문제 전문가이다.

다른 중국 전문가는 한중 관계에서 문제가 이어지고 있지만 ‘협력’의 큰 틀은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둥샹룽(董向榮) 중국 사회과학원 아시아태평양 글로벌전략연구센터 연구원은 “일부 한국 언론들이 주장했듯이, 한중 관계가 기로에 서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정학적 환경 변화로 일부 문제가 제기되고 있지만 한중 양국 관계가 궤도를 이탈하지 않을 것이다. 일부 문제는 양국 관계를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끌고 가기보다 양국 관계 발전을 가속하거나 늦출 뿐이다.”라고 전망했다. 둥샹룽은 “한국의 ‘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의존한다’는 주장도 항상 맞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른바 ‘안미경중(安美經中)’ 문제를 지적하며 “북핵 등 안보 문제와 연관해 한국은 중국과 협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둥샹룽은 “더욱 성숙한 한중관계를 맺는 과정에서의 불확실성은 중국이 아니라 한국 및 한미관계에서 비롯된다. 정치·안보 관계가 훼손되면 경제 관계도 타격을 입을 것이며 자신의 행동이 복잡한 결과를 초래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면 한국은 더 신중해야 한다.”고도 했다.

둥샹룽 중국 사회과학원 연구원.

한중관계미래발전위원회 위원을 겸하고 있는 둥샹룽은 지난 5월, 글로벌타임스 기고문에서 ‘허구적 독특성(False Uniqueness)’ 개념을 차용하여 한중 간 인식 괴리와 한중 외교적 마찰 문제를 분석하기도 했다. ‘허구적 독특성’은 자신과 자신이 하는 일은 실제보다 훨씬 더 특별하고 예외적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을 가리키는 말로, 이른바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처럼 자신에게 관대하거나 자신의 행동을 과대평가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둥샹룽은 ‘인식의 차이가 한국 외교에 미치는 영향’ 제하의 글로벌타임스 기고문에서 “오늘날 한국을 어떻게 인식할 것인가와 관련해서 국제정치 심리학의 개념들이 최근 한국의 변화를 관찰·분석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라며 허구적 독특성 개념을 사용해서 분석했다. 그는 “객관적 실제보다 스스로를 높게 평가하는 반면, 타인은 저평가하는 허구적 독특성에 기인한 인식의 차이는 중국이 한국에 대해 중요한 동반자임을 강조해도 한국 입장에서는 기대에 못 미칠 가능성이 있다. 이는 한국이 홀대받는다는 느낌을 받게 되고 결국 양국 관계에도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사람들은 새로운 정보를 접할 때 기존의 인식에 근거해 판단하며 새 정보와 기존 인식을 일치시키려는 경향이 있으며 한국 내 일각에서는 중국이 한국을 경시하고 있다는 인식이 존재하는데, 이런 인식을 가진 이들은 초청 및 답방 횟수 등과 관련한 정상적인 외교 행위를 ‘결례’로 해석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해석했다.

둥샹룽은 “한국으로서는 자신의 자리를 정확히 찾는 것이 중요한 만큼 타국도 한국에 대해 객관적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전제한 다음 “이러한 차이가 존재함을 인식하고 수정해 객관적인 실제 상황과 일치시키는 것이 현명한 행동일 것이다.”라며 “한국은 주제 파악을 하고 행동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둥샹룽은 ‘한국인 마음속의 중국 이미지(韓國人心目中的中國形象)’ 등 한국 관련 저작을 다수 쓴 한국 문제 연구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