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텐센트, 국내 문화산업 무차별 공습…“K콘텐츠 장악 우려”

2021년 07월 30일 오후 5:49 업데이트: 2022년 05월 28일 오후 7:47

위정현 교수 “게임산업, 중국 자본에 완전히 잠식당할 수 있어”
“중국 의존도 낮추고 자본수급처 다각화해야”

우리나라 콘텐츠 산업에 대한 중국의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는 가운데 게임·엔터테인먼트 등 우리나라 문화산업계가 텐센트를 필두로 한 중국 기업에 잠식당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국의 거대 IT기업 텐센트(騰迅·텅쉰)는 중국판 카카오톡으로 불리는 위챗(微信·웨이신)의 모기업이다. 텐센트는 알리바바와 함께 전 세계 시가총액 순위 10위 안에 드는 기업이다. 지난 3월 기준 텐센트는 시가총액이 7530억 달러로, 전 세계 상장사 시가총액 순위에서 7위를 기록했다.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텐센트는 한국콘텐츠 기업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한국 게임 산업, 텐센트 영향권 아래 있다”

텐센트는 특히 지난 몇 년간 넷마블, 카카오 등에 투자해 한국 게임 시장의 큰손으로 주목받았다.

텐센트는 2012년 카카오 게임에 720억 원을 투자해 지분 13.8% 확보했다. 넷마블(전 CJ게임즈)에는 2014년 5300억 원을 투자해 3대 주주(지분 17.52%)가 됐고 크래프톤에는 5700억 원을 투자해 2대 주주에 올랐다.

2018년에는 카카오게임즈에 관계사인 에이스빌을 통해 500억 원을 투자해 지분 5.63%를 확보했으며 네이버의 손자회사인 라인게임즈는 지난 3월 500억 원을 투자받았다.

국내 신생 게임사 로얄크로우에도 썸에이지 자회사의 40만 주 중 29만6707주를 177억에 인수해 최대 주주가 됐다.

업계 일각에서는 국내 게임사들이 텐센트에 대한 의존도가 더 높아지면 그만큼 정치적 리스크도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위정현 게임학회장(중앙대 경영학과 교수)은 30일 오후 에포크타임스와 통화에서 “한국게임업계의 메이저 플레이어들이 전부 텐센트의 영향권 하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는 한국의 게임 산업이 중국을 지배했지만, 지금은 정반대로 중국이 우리 게임산업을 좌우할 수 있는 상황까지 왔다”며 “중국에서 들어오는 3조가량의 로열티가 전부 텐센트를 통해서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게임 산업은 중국의 ‘한한령’ 탓에 불공정 무역 상황에 놓여 있다. 중국은 한국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반면, 중국은 2017년 사드 배치에 따른 보복으로 ‘판호(중국 내 게임 서비스 허가권)’를 통해 한국 게임의 중국 진출을 막고 규제를 대폭 강화했다.

이 밖에도 텐센트는 2013년 카카오페이지 웹툰, 웹 소설 분야에 약 140억 원을 투자했고 2019년에는 카카오페이지 지분 10.54%를 확보했다. 지난해 12월에는 텐센트와 카카오페이지 합작 홍콩법인(HonKong TXKP Limited)을 설립했다.

드라마, 동북공정 논란…국내 엔터 업계 침투 심각

차이나머니의 K 콘텐츠 산업 침투는 게임 산업 외에도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두드러진다.

특히 2016년 중국이 한국 기업을 인수하거나 투자한 금액 2억3723만 달러(약 2600억 원) 중 70% 정도가 대형 기획사 등 연예 분야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텐센트는 지난해 JTBC 드라마를 제작하는 JTBC 스튜디오에 1천억 원을 투자했다. 당시 JTBC 스튜디오는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프랙시스캐피탈과 중국 텐센트를 대상으로 전환우선주(CPS)를 발행해 4천억 원을 수혈했는데 이 중 1천억 원이 텐센트 투자분으로, 7.2%의 지분을 획득했다.

빅뱅, 블랙핑크 등이 소속된 YG엔터테인먼트의 경우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텐센트 모빌리티와 상하이 펑잉이 거의 800억 원 가까이 투자해 12.52%의 지분을 차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쑤잉’이라는 중국 기업은 FNC엔터테인먼트의 지분을 22%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지난 3월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는 역사 왜곡, 동북공정 논란 등에 휩싸이며 2회 만에 폐지된 바 있다. 이후 차이나머니를 앞세운 문화침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기도 했다.

텐센트 | 텐센트 홈페이지

“텐센트, 중국 공산당의 강력한 영향권 하에 있다”

위 교수는 “텐센트는 중국 공산당의 강력한 영향권 하에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중국 당국이 빅테크 기업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가운데 2018년 텐센트가 중국공산당에 잘 보이려고 게임 유저들의 데이터베이스(DB)를 중국 공안의 DB에 연결한 사례를 들었다.

지난 2018년 텐센트는 자사가 중국 현지에서 서비스 중인 모바일 MOBA 왕자영요(Honor of Kings)에 실명 인증 시스템을 도입했다. 당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 시스템은 중국 공안 DB와 연결돼 유저의 나이를 파악하고 플레이 시간을 제한할 수 있도록 했다.

위 교수는 이를 두고 “게임 업계에서는 최초로 시도한 일”이라며 “공안이 유저들의 활동을 체크할 수 있도록 서버에서 다이렉트로 연계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언론 보도에서 텐센트가 내부에 275개 당 지부를 두고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과 함께 일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중문 에포크타임스가 지난해 8월 단독 입수한 텐센트 7723명의 당원 명부에 따르면 텐센트는 부서별로 공산당 지부를 설치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국 언론인은 “중국공산당 사이버 보안 감시 요원과 국가안전부 사이버 보안 요원이 텐센트에 상주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또한 “텐센트 인터넷 정보 검열팀은 80%가 중국 공산당원”이라며 “이 팀은 대중 여론을 선도하고, 중국공산당의 의사에 반하는 정보를 검열하며, 누리꾼이 제보한 정보를 기술적으로 분석하는 역할을 한다”고 보도했다.

위 교수는 “우리나라 시장의 모바일 기업 매출 순위 10개 중 5개는 중국 게임”이라며 “중국 게임의 영향력이 점점 더 커지고 있고 완전히 잠식당할 우려까지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중국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며 “텐센트에만 의존하지 말고 넷이즈 등 중국의 여러 중소게임사들로 자본수급처를 다각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에포크타임스는 이날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텐센트 코리아’에 기업 운영과 관련해 질의하고자 방문을 요청했다. 하지만 관계자로부터 “중국 텐센트가 모든 것을 통제하고 있어서 내부적으로 민감하다”며 “언론 홍보나 인터뷰 일체가 금지돼 어떤 것도 말씀드릴 수 없다”라는 답변만 들을 수 있었다.

/ 취재본부 이윤정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