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탈출 언론인 “당국 선전과 다른 목소리 낸 뒤 온갖 괴롭힘 당해”

정향매
2022년 08월 9일 오전 11:42 업데이트: 2022년 08월 9일 오후 1:03

“몇 번이나 사형수 전용 철제 의자에 앉아 취조받았다. 그 의자에 앉을 때마다 너무 무서웠다.”

중국의 엄혹한 언론 환경에서 탈출해 미국으로 망명한 중국 언론인 자오란젠(趙蘭健) 씨는 지난 4일(현지시간)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중국 유명 언론 여러 곳에서 기자, 편집장, 부사장 등을 지낸 자오 씨는 점점 엄격해지는 당국의 언론 통제 때문에 2014년 모든 직위를 내려놨다. 그 뒤로 그는 각종 사회문제를 조사하기 위해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하는 ‘현지 조사(field research)’에만 전념했다. 

중국 사회의 여성 인신매매 흑막을 드러낸 ‘쇠사슬녀’ 사건 

올해 1월 말 목에 쇠사슬이 묶인 채 헛간에서 지내는 이른바 ‘쇠사슬녀(鐵鍊女)’ 사건이 중국 온라인에 공개됐다. 

밝혀진 바에 따르면 40대로 추정되는 피해 여성은 미성년 때 장쑤성 쉬저우의 한 농촌 마을에 팔려 왔다. 집단 성폭행, 강제 약물 주입 등의 학대를 당하면서 8남매를 출산했다. 

이 여성은 목에 쇠사슬이 채워진 채 추운 겨울인데도 난방 시설이 없는 헛간에 갇혀 있었고, 여성의 남편임을 자칭하는 둥 씨는 “(아내가) 정신병을 앓고 있다”고 했다.

인신매매와 여성 학대 의혹이 불거지자 쉬저우 당국은 “여성은 윈난성 출신 샤오화메”이며 “둥 씨와 결혼한 사이이고 인신매매나 납치는 없었다”는 공지를 발표하면서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중국 네티즌들은 끈질긴 조사 끝에 ‘쇠사슬녀’는 28년 전 쓰촨성에서 실종된 리잉 씨와 동일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자오 씨는 여러 정보를 종합 분석한 뒤 직접 현지 조사에 나섰다.  

자오 씨, ‘쇠사슬녀’ 관련 中 당국과 상반된 조사 결과를 공개 

지난 2월 10일 자오 씨는 당국이 공개한 정보에 따라 샤오화메의 고향을 찾았다. 

그는 수소문 끝에 샤오화메의 외삼촌을 만났는데, 그는 ‘쇠사슬녀’가 잃어버린 조카가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2월 17일 자오 씨는 ‘샤오화메의 외삼촌이 쇠사슬녀가 자신의 조카가 아니라고 했다’라는 제목의 취재 영상을 온라인에 공개했다. 

해당 영상은 중국 온라인에서 바로 차단됐지만 해외 중화권 사이트에서는 빠르게 확산됐다. 

그러나 일주일 뒤인 2월 23일 쉬저우 당국은 최종 공식 발표인 다섯 번째 공지에서 인신매매는 시인했으나 “피해 여성은 윈난성 출신 샤오화메다”라고 한 주장은 고수했다. 

자오 씨는 자신의 조사 결과를 각종 소셜미디어와 해외 언론을 통해 더 열심히 세상에 알렸다.

3월 말 자오 씨는 또 실명으로 중국 공산당 공안부, 최고인민검찰원, 장쑤성 검찰원, 쉬저우시 공안국에 자신의 취재 영상이 담긴 제보 편지를 보냈으나 아무런 답장도 받지 못했다. 

그는 오히려 최선을 다해 현지 조사 결과를 사람들에게 알렸던 행동 때문에 큰 대가를 치렀다. 

中 당국, 자오 씨의 입을 막기 위해 불법 취조 강행

자오 씨에 따르면 4월 중순부터 윈난성, 장쑤성, 베이징(자오 씨의 거주지), 허베이성(자오 씨의 임시 거처가 있는 곳), 지린성(자오 씨의 호적 소재지) 등 다섯 성·시의 공안국, 국가안전부, 주민위원회 등으로부터 “조사 결과를 알리는 활동을 멈춰라”는 경고 전화와 함께 장시간 취조를 받았다.

국가안전부 국안(國安) 경찰은 심지어 자오 씨의 핸드폰을 압수한 후 개인정보, 은행 계좌 비밀번호와 개인 문서를 모조리 복사해갔다. 

자오 씨는 “취조는 매번 5시간 이상 이어졌고,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진행할 때도 있었다”며 “그들은 아무런 공식 절차도 밟지 않았고, 변호사를 구하고 핸드폰으로 기록을 남길 수 있게 해달라는 나의 요구도 거절했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들은) 나의 연애사, 현재 혼인 상태, 부모와 아이를 포함한 모든 친인척의 정보를 샅샅이 물어보고 기록했다. 나는 이런 일을 처름 겪는 터라 매우 긴장했다”면서도 “그들은 내가 다른 나라 대통령, 유엔 인권 전문가 등과 연락을 취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서인지 폭력을 행사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몇 번이나 사형수 전용 철제 의자에 앉아 취조를 받았다”며 “수십 킬로그램으로 추정되는 그 의자에 앉을 때마다 나는 너무 무서웠다”고 말했다. 

자오 씨는 허베이성과 베이징시의 경찰·최고인민검찰원·공안부 등에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으나 모두 외면당했다. 

5월 들어서 자오 씨가 거주하고 있던 허베이 현지의 주민위원회, (코로나19) 방역 부서, 공안국, 안전부 등에서 자오 씨가 백신을 접종하지 않았다며 현지를 떠나라고 요구했다.

갈 곳이 없었던 자오 씨는 고심 끝에 중국에서 벗어나 말레이시아를 거쳐 7월 말에 미국에 도착했다. 

그는 “중국 국가안전부 경찰들의 취조를 받은 일이 해외 망명을 결심한 계기가 됐다”고 토로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나는 ‘쇠사슬녀’ 관련 현장 취재 영상을 외부에 알린 유일한 사람이자 현장 증인이다” “나는 곧 미국의 친구들과 함께 중국 공산당 치하의 ‘쇠사슬녀’, ‘샤오화메이’와 같은 피해자들을 위해 목소리를 낼 것이다”라고 했다. 

“中 당국은 세계 최악 수준으로 언론자유를 억압하고 있다”

올해 5월 국경없는기자회(RSF)의 발표에 따르면 중국은 전 세계 180개 국가 중에서 언론자유지수가 176위인 것으로 집계됐다. 

RSF는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기자들의 감옥’이며, 중국 당국은 자유로운 취재와 해외 뉴스 전달을 억압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RSF는 또 “언론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는 독재 정권들은 ‘비대칭적인 권리’를 이용해 민주주의 사회를 겨냥한 ‘언론 전쟁’을 벌이고 있다”며 “이는 민주주의 국가들의 내부 갈등을 격화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우리나라는 올해 세계언론자유지수 43위로 밝혀졌다. RSF는 “한국의 거대 기업 집단이 미디어에 대한 지배력을 확대하고 있다”며 “이러한 지배력은 언론인과 편집국의 자기 검열을 부추긴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