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탄압에도…‘브릿지맨’ 현수막 문구·반공 시위 확산

김태영
2022년 10월 29일 오전 6:26 업데이트: 2022년 10월 31일 오후 4:36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이 확정되자 소셜미디어 등에서 목숨을 건 중국인들의 반(反)시진핑 시위 운동이 더욱 늘고 있다.

중국 공안은 최근 반체제 인사들을 대거 체포·구금하며 민주화 움직임을 막으려 했지만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 분위기이다.

‘브릿지맨’ 슬로건 “수령 대신 선거, 노예 말고 공민의 삶을…” 일파만파

중국 공산당 대회를 앞두고 시진핑 국가 주석 퇴진을 요구한 ‘브릿지맨’의 시위 현수막 문구가 소셜미디어에서 빠르게 확산했다가 삭제되고 있다.

지난 10월 13일 오후 2시 베이징 하이뎬(海淀)구 쓰퉁차오(四通橋) 고가도로 난간에 중국 국가 주석 시진핑의 파면을 촉구하는 현수막이 걸렸다. 중국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 개막을 불과 사흘 앞두고 걸린 이 현수막에는 “나라의 도적 시진핑을 파면하라(罷免 國賊 習近平)”라고 적혀 있었다.

40대 중반의 남성은 현수막을 내건 직후 불을 붙였고 주변 행인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시위자는 곧 현장에 출동한 공안에 체포돼 끌려갔다. 이후 현수막은 곧바로 철거됐지만 이날 ‘쓰퉁다리’에서 벌어진 시위 장면을 담은 사진과 영상은 중국 당국의 봉쇄에도 불구하고 소셜미디어서 빠르게 퍼졌다. 시위 당사자로 밝혀진 펑리파(彭立發, 1974)는 해외에서 ‘브릿지맨’으로 불리며 유명해졌다.

당시 펑리파의 현수막 옆에는 다음과 같은 구호를 적은 다른 현수막도 걸려 있었다.

“핵산(PCR) 검사 말고 밥을(不要核酸, 要吃飯),
봉쇄 대신 자유를(不要封控, 要自由),
거짓 대신 존엄을(不要謊言, 要尊嚴),
문혁 말고 개혁을(不要文革, 要改革),
수령 대신 선거를(不要領袖, 要選票),
노예 말고 공민의 삶을(不做奴才, 做公民)”

이 구호가 소셜미디어에서 급속히 확산하자 중국 공안은 발 빠르게 삭제하기 시작했다. 이를 두고 중국 공산당이 3연임을 확정한 시진핑의 비위 맞추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中공안, 반체제 인사 구금…”가족들도 감시 못 피할 듯”

중국 인권사이트 ‘웨이췐왕(维权网)’은 “브릿지맨 펑리파의 현수막에 적힌 반(反)시진핑 슬로건을 공개 지지한 반체제 인사가 중국 저장성 공안에 붙잡혔다”고 밝혔다.

웨이췐왕은 “반체제 인사 우징셩이 저장성 취저우시 취장신구 공안에 체포됐다”며 “우징셩은 ‘브릿지맨’ 펑리파의 시위 문구를 자신의 위챗과 페이스북에서 퍼나른 혐의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전직 대학강사인 우징셩은 자신의 SNS에 “펑리파의 슬로건을 게시한 것은 그가 의로운 행동을 했고 나는 그를 존경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중국인 미국 유학생 한위타오는 RFA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공안에 체포된 우징셩의 안전을 우려했다. 그도 우징셩처럼 중국 공안으로부터 펑리파의 시위 영상을 SNS에 퍼뜨린 혐의를 받고 있다.

한위타오는 “체포된 우징셩은 현재 가족과 연락이 끊긴 상태”라며 “공중 공안은 그에게 고문과 학대, 날조된 혐의를 씌우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이어 “중국에 있는 내 가족들도 중국 공안으로부터 내가 공산당의 ‘배신자’가 되지 않도록 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며 “(자신이 SNS에 시위 영상을 게시한 이유로) 우리 가족은 앞으로 절대 중국의 정치적 평가를 통과하지 못할 것이고 그 어떤 공직도 맡을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징셩의 가족도 정치적 감시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나는 그가 이러한 위험을 무릅쓰고 ‘브릿지맨’ 사건을 퍼뜨린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

“브릿지맨의 영웅적 행동은 진정한 이타심”…확산하는 中 ‘화장실 혁명’

한위타오는 RFA에 펑리파와 우징셩 등 용기 있는 반체제 인사들이 중국인들에게 많은 용기를 줬다고 말했다.

그는 수백만 명의 위구르인과 기타 소수 민족들이 중국 수용소에 강제 감금된 것과 장쑤성에서 쇠사슬에 묶인 채로 발견된 여성, 시진핑의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많은 중국인이 힘겨움을 겪고 있는 사실 등 중국에서 벌어지는 참담한 사건들을 이야기하면서 “오늘날 중국에는 양심 있는 사람들이 살기엔 견딜 수 없는 일들이 많다”고 토로했다.

한위타오는 “이번 펑리파(브릿지맨)의 시위는 많은 사람에게 용기를 줬다”며 “그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자신의 삶을 포기했고 그의 영웅적인 행동은 진정한 이타심이었다”고 평가했다.

현재 한위타오를 포함해 중국 공산당에 반대하는 수많은 중국인이 자신의 안위를 돌보지 않고 시위에 동참하고 있다. 특히 대학생을 중심으로 한 젊은 세대들은 대학 캠퍼스에 대자보를 붙이거나 공중화장실 등에 중국 공산당에 반대하는 문구를 적고 있다. 중국 청년들의 간절함과 울분이 담긴 이번 시위 활동을 두고 언론에서는 ‘화장실 혁명’이라 부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