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충칭시 대입 응시원서에 ‘정치심사’ 기재 항목 있어 ‘파장’

2018년 11월 14일 오후 1:46 업데이트: 2019년 11월 10일 오후 9:26

중국에서 10월 하순부터 11월 초면 고등학교 졸업반 학생들이 대학 입학을 결정하는 전국 대학 입학시험인 ‘가오카오(高考)’ 접수를 시작한다.

중국 남서부 충칭 직할시 교육 당국이 가오카오 접수를 발표하면서 ‘정치심사’라는 문화대혁명 시대의 개념을 사용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게다가, 중국 당국이 이러한 정치심사를 최근 수년간 종교적 소수인을 박해하기 위해 널리 사용해온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커지고 있다.

11월 6일, 중국 충칭일보에 따르면 충칭시 교육고시원은 언론에 배포한 공고에서 학생들이 정치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중국의 대입시험인 가오카오를 치를 자격이 없다고 밝혔다.

‘정치심사’ 용어는 문화대혁명 기간에 개인뿐만 아니라 가족과 친척이 중국 공산당의 이데올로기에 부합하는지 검토하기 위한 조사에 사용됐다. 많은 젊은이가 자신과 가족이 적절한 정치적 배경이 없다는 이유로 대학 입학 기회를 박탈당했다. 문화대혁명은 수백만 명의 중국인의 사망을 초래한 공산 치하 현대 중국의 흑역사다.

충칭시 교육고시원의 가오카오 응시 공고는 잔혹한 박해의 옛 역사를 상기시키며 네티즌들 사이에 격렬한 반응을 불러일으키면서 충칭 교육 당국에 항의가 빗발쳤다.

“당을 좋아하지 않으면 교육받을 권리를 박탈당한다. 우리에게 어떤 권리가 있기나 한가?”라고 한 네티즌이 불만을 토로했다.

11월 9일 푸젠성 교육 평가기관도 “학생들이 이데올로기, 정치, 도덕성 평가의 대상이 될 것”이라는 비슷한 내용의 발표를 했다.

푸젠성 교육 당국의 공고에는 “중국 헌법의 기본 원칙에 어긋나는 생각이나 행동을 보여주었거나 이단적인 종교 활동에 참여했거나 기타 심각한 사정이 있는 사람들은 가오카오에 응시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충칭시 교육고시원은 11월 8일, 잘못된 용어를 선택했다며 “학생들의 이데올로기적 배경에 대해 일상적인 평가를 언급한 것이다”라는 성명을 내놓으며 거센 논란을 무마하려 했다. 그러나 중국 뉴스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이 당국자는 잘못을 부인하며 지역 언론에서 용어를 잘못 사용했다며 책임을 떠넘기려 했다.

이에 대해 일부 네티즌은 학생들이 작성하는 접수 원서를 찍은 사진을 게시해 명확하게 ‘정치심사 양식’이라고 표시된 부분을 보여주며 반발했다.

‘정치심사’의 어두운 역사

중국 지식인들은 오늘날까지도 ‘정치심사’가 1980년대와 마찬가지로 널리 진행되고 있다고 말한다.

시사평론가 헝허에 따르면, “1990년대 중국 당국은 ‘정치심사’를 조금 완화했지만 완전히 폐지한 것은 아니었다. 중국 공산당이 파룬궁 박해를 시작한 이후, 가오카오에 응시하는 많은 학생에게 ‘정치심사’가 부활됐고 오히려 더 강화됐다.

에포크타임스가 지난 20년 동안 중국 교육부가 발표한 가오카오 공고를 검토한 결과 중국 교육 당국은 2000년 이후 노골적으로 가오카오 응시자에게 ‘이데올로기, 정치 및 도덕성 평가’를 요구했다.

이 용어는 문화대혁명이 끝난 후 2000년 이전까지는 널리 사용되지 않았다.

1999년 7월 당시 공산당 지도자 장쩌민이 파룬궁에 대한 전국적인 박해를 시작한 이후, 가오카오 접수 시 전국 공통으로 학생들은 ‘이단적인 종교 조직에 가입할 수 없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파룬따파(法輪大法)라고도 알려진 파룬궁(法輪功)은 진(眞)·선(善)·인(忍)을 준칙으로 하는 전통 심신수련법이다. 1990년대 후반에 인기가 높아 중국에서 약 7000만에서 1억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참여했던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중국 공산당은 공산주의 이론과 부합하지 않는다며 당시 장쩌민의 지시로 박해하기 시작했다.

2008년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군사학교 응시 공고에 드러난 정치심사 규정은 노골적으로 아래와 같은 사람들은 자격이 없다고 언급하고 있다. ‘친족이나 가까운 친척이 현재 형사 용의자로 조사 중이거나 파룬궁 등 불법 단체의 주요 구성원인 자’

파룬궁 수련자들과 자녀는 그러한 박해의 결과로 공정한 교육을 받을 권리가 일상적으로 박탈돼 왔다.

중국에서의 파룬궁 박해를 추적하는 웹사이트 ‘Minghui.org’에 따르면, 류종강이라는 파룬궁 수련자가 산둥성 서우광(壽光) 시에 살고 있었다. 그의 아들의 가오카오 점수는 우수했지만 부모가 파룬궁을 수련했다는 이유로 아들은 어떤 대학에도 입학할 수 없었다.

또 산둥성 라이우(莱芜) 시에 사는 파룬궁 수련자 왕지의 딸은 현지 경찰의 압력으로 고등학교에서 퇴학당하고 고등학교 졸업증명서를 받지 못해 가오카오 시험을 치를 수 있는 권리를 박탈당했다.

현재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장하이옌은 2017년 7월 중문 대기원시보와 인터뷰에서 고교 재학 중에 파룬궁 수련자인 그의 가족들과 함께 베이징  텐안먼에 가서 중국 공산당의 파룬궁 박해에 반대하는 말을 외쳤다고 말했다.

그와 가족은 즉시 경찰에 의해 체포돼 며칠 동안 구금됐다. 그는 가오카오에서 점수가 좋았음에도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는 교육 당국이 지정한 학교에만 등록할 수 있었다.

나중에 그가 샤먼대학 대학원 과정을 신청하려 하자, 학교 관계자는 그에게 “모든 학생이 자신이나 가족이 파룬궁 수련을 한 적이 있거나 하고 있는지를 묻는 ‘정치심사’ 양식을 작성,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입학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장하이옌의 입학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그는 졸업 후 대학원 진학을 포기하고 직장을 구하기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