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체제 내 학자’ 9명 포스트 팬데믹 진단…“국제사회 ‘탈중국화’ 걸을 것”

한동훈
2020년 04월 18일 오전 11:22 업데이트: 2020년 04월 18일 오후 1:28

뉴스분석

바이러스의 세계적 유행으로 세계 각국이 중국과 관계 재정립을 모색하고 있다.

가장 빠른 반응을 보이는 건 기업들이다. 당장 득실에 영향을 받아서다. 기업들은 원가절감 외에 생산기지의 안전성과 지속성에 주목하고 있다. 그 결과의 하나가 중국 철수 현상이다.

중국 지식인들도 국제사회의 ‘탈중국화’ 현상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홍콩경제일보 등에 따르면 지난 8일 중국 경제수도 상하이의 한 컨벤션 센터에서 중견 학자 9명이 ‘중공 바이러스 사태와 국제사회 전망’을 진단하는 비공개 포럼을 가졌다는 소식이 뒤늦게 전해졌다.

이 포럼이 주목받은 건 재야학자들이 아닌 현직 기관장급 인사들이 모였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체제 내 학자들’이라는 표현으로 불리는 이들이다.

참가자들은 상하이 푸단(復旦)대 철학학원 순샹천(孫向晨) 원장(학장급), 퉁지(同濟)대 인문학원 순저우싱(孫周興) 원장, 화둥사범대 후샤오밍(胡曉明) 도서관장, 상하이 당 기관지 해방일보 이론평론부(논설위원실 격) 량젠(楊健) 주임, 화둥(華東)사범대 통스쥔(童世駿) 당위서기, 상하이 외국어학원 장펑(姜鋒) 당위서기 등으로 알려졌지만 진위여부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당위서기는 공산당 위원회 서기로, 각 단체 내에 설치된 공산당 위원회의 최고위직이다.

공산당에서 주최하는 공식행사가 아닌 이상, 공산주의 체제를 진단하는 사적인 모임에 실제로 참석했는지 여부는 비공개로 남을 공산이 크다.

이들의 토론 내용을 정리한 글은 중국 온라인 게재됐다가 삭제됐지만, 해외 중국어 매체를 통해 핵심을 요약한 글이 전해진다.

그에 따르면 이번 사태는 세계화에 큰 도전이 될 것이며, 중국은 방역을 위해 적대적 외교를 거두고 외국과 협력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공개된 정보는 모두 가공을 거친 것으로 진짜 정보를 얻기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며 특히 중국 주류매체가 가짜뉴스를 쏟아내 중국인뿐 아니라 서방사회까지 상황을 오판하게 만들어 중국의 이미지를 크게 손상시켜 상황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대표적인 가짜뉴스는 ‘바이러스 미국 발원설’ ‘전 세계가 중국에 감사해야 한다’ ‘인권을 무시한 집단면역’ ‘중국 체제 우월성’ 등이다.

또한, 중국 공산당은 전 세계적인 탈중국화(去中國化) 위기를 맞고 있으며, 탈중국화의 최종적 완성은 미국이나 유럽이 아닌 중국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는 것이다.

이들의 분석과는 별도로 글로벌 기업들의 탈중국화는 이미 진행 중이다.

영국 BBC는 14일 홍콩 중문대 경영대학원 우징(吳靖) 조교수의 분석을 인용해 “우한 폐렴 발생 이후 생산시설 중국 집중에 따른 리스크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며 “부속품 생산라인 하나만 타격을 받아도 전체 산업 공급망이 영향받는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프랑스 르노자동차는 보유 중인 ‘둥펑(東風) 르노 자동차’ 지분 50%를 파트너사인 둥펑그룹에 넘기고 중국 시장 철수를 선언했다. 르노는 이번 감염병 사태로 큰 타격을 입었다. 지난 3월에는 그루프 PSA, 미슐랭타이어와 함께 프랑스 현지 생산중단을 선언했다.

영국 런던에서 시작한 고급 중식 레스토랑 체인인 하카산(Hakkasan)은 중국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하기로 잠정 결정했고, 전체 매출의 80~90%를 중국 바이어에 의존했던 남아공 서남부의 어업회사들은 극심한 재정난으로 새로운 거래처를 찾고 있다.

오랜 경고가 사실로…정부가 기업의 ‘탈중국’ 지원

미국과 일본에서는 자국 기업의 중국 탈출을 지원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일본 정부는 일본 기업이 생산라인을 일본으로 옮기는 데 20억 달러를 지원하고, 중국에서 다른 나라로 이주하는 데 2억2천만 달러를 지원하는 계획을 지난 9일 발표했다.

같은 날 래리 커들로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미국 정부가 중국에서 철수하는 모든 미국 기업들을 위해 공장, 설비, 지적 재산권, 인테리어를 포함한 ‘이사비’의 전액을 지불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 컨설팅 전문가 우제성(吳介聲) 트렌드포럼 대표는 14일 한 칼럼에서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의 오랜 경고가 이번 사태에서 입증됐다”고 밝혔다.

나바로 국장은 지난 20년 동안 미국 제조업이 중국 시장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으며, 중국 공산당이 미국의 여러 분야를 장악하려 하고 있다고 경고해왔으며 저서 ‘중국이 미국 경제를 죽이고 있다(Death by China)’에서 국제무역 규칙을 어기는 중국 공산당의 불법행위를 지적해왔다.

우제성 대표는 “중국은 감염병 사태 후 미국 3M과 허니웰(Honeywell)이 중국 공장에서 마스크 등 방역물자의 대미수출을 금지하고 품질미달 제품을 대량 수출했다. 동시에 해외 조직을 이용해 해외에서 마스크, 의료용 장갑, 방호복, 진단키트 등 물자를 대량으로 구매해 세계 각국의 방역 물자가 크게 부족하게 됐다. 중국공산당의 이런 행보는 각국의 방역을 의도적으로 방해했다는 국제사회의 의혹을 불러왔다”고 했다.

홍콩과기대 경영대학 장훙타오(張洪濤) 교수는 중국과 교역은 동전의 양면에 비유했다. “한쪽은 경제적 이익이고, 다른 한 면은 국가안보와 정치적 건강 손실”이라며 “정상적인 국가라면 국가 안보와 국민의 안전을 택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