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지방정부, 인력감축 착수…“긴 재정긴축의 시작”

강우찬
2023년 03월 27일 오후 5:49 업데이트: 2023년 03월 27일 오후 5:49

중국 중앙정부가 인력 감축 방안을 발표한 가운데 지방정부들이 구조조정을 단행하기 시작했다. 정원 외 인력을 줄여 재정 부담을 줄이는 것이 골자다.

표면적으로는 중앙정부 인력 감축 방안을 따르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부채 한도를 넘어선 지방정부 재정긴축의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중국신문주간은 최근 3일간 헤이룽장성 하얼빈의 인력감축안을 연달아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하얼빈시는 산하 정부기관의 정원 외 인력을 매년 20%씩 감축해 5년 내에 구조조정을 완료하도록 했다.

안후이성 퉁청시, 후베이성 팡셰현과 젠리시, 하이난성 완닝시, 후난성 샤오양시, 저장성 취저우시 등지에서도 정원 외 인력 청산을 중심으로 한 구조조정을 시작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다수가 중국 내부에서도 경제적으로 발전된 동부 연안 도시라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소위 잘사는 지역에서도 정부 부문 직원들을 자르기 시작했다는 의미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정원 외 인력은 중국에서 ‘직원들의 직원’으로 불리며 보조 직원 역할을 한다. 정부로부터 급여를 받지만, 상대적으로 고용과 해고가 쉽다. 지방정부들은 정원 외 인력을 통해 고용을 탄력적으로 운영해왔다.

하지만, 의도와 달리 역효과도 지목돼 왔다. 일부 기관에서는 적절한 업무평가 방안도 마련하지 않고 정원 외 직원을 무작정 늘려 조직 비효율성만 키웠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하얼빈시는 앞서 지난 수년간 두 차례의 구조조정을 단행하고서도 이번에 추가로 인력감축안을 발표했다. 중앙정부 방침에 따른 것이기는 하나, 조직의 비효율성이 그만큼 심각했다는 방증으로도 풀이된다.

국가발전전략연구소 연구원인 녜후이화 인민대 교수는 “중앙정부의 인력 감축 방침에 따라 지방정부가 조치에 들어간 것”이라며 “지방정부는 먼저 정원 외 인력을 정리한 후 정원 감축 등 추가적인 구조조정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신문주간과의 인터뷰에서 “지방정부 재정이 빠듯하다. 코로나19가 3년간 지속되면서 경제는 침체되고 재정 지출은 증가했다”며 구조조정으로 지방정부 재정건전성이 회복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돈 쓸 곳은 많은데 수입은 줄어…지방정부 위기

이번 지방정부 구조조정은 중국 중앙정부가 여러 차례 발표한 긴축재정의 본격적인 시작이라는 견해에 힘이 실린다.

중국 재정부 류쿤 부장(장관)은 이달 초 기자회견에서 “당과 정부기관은 ‘허리띠 졸라매야 하는 나날'(過緊日子)을 흔들림 없이 견뎌야 한다”며 “이는 단기적인 대책이 아니라 장기적인 정책과제”라고 말했다.

‘허리띠 졸라매야 하는 나날’은 지난 수년간 정부 관료들 사이에서 자주 사용된 표현이다.

중국 공산당은 2019년 초 지방정부에 보낸 공문에서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힘든 시기를 대비하라”며 긴축 재정을 촉구했다.

리커창 전 총리는 2020년 7월 국무원 회의에서 각 정부 부처 당국자들이 모인 가운데 재정지출 감축을 당부하며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나날이 온다”고 말했다.

지방정부 재정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급속히 악화했다. 세수는 경기침체와 감세로 줄었고, 중앙정부의 부동산 투기 단속으로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은 것도 타격이 컸다. 토지 매매 관련 수입은 중국 지방정부 세수의 약 3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방역비용과 감세로 지출은 오히려 늘었다. 수입은 줄고 지출이 늘면서 발생한 공백을 메우기 위해 지방정부들이 차입을 늘리면서 빚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중국 20개 성급 지방정부 예상 보고서를 집계한 결과, 지난해 중국 전역에서 코로나19 방역에 쓴 돈은 3520억 위안(약 66조원)이었다.

같은 기간 지방정부의 부채는 한도를 초과했다. 지난달 28일 블룸버그는 정부 보고서를 인용해 중국 31개 성·시·자치구 중 부채 한도(한해 세수의 120%)를 넘어선 곳이 17개라고 전했다. 톈진시는 부채가 세수의 3배에 달했고 충칭, 구이저우 등 6곳도 2배가 넘었다.

여기에 지방정부가 직접 빌리지 않고 특수법인(LGFV)을 통해 조달한 차입금까지 포함하면 통계에 잡히지 않은 실제 부채 비율은 크게 늘어날 수 있다.

미중관계를 연구하는 싱크탱크 마르코폴로의 중국 경제 연구원 쑹허우저는 LGFV의 부채 규모를 중국 GDP의 70% 이상으로 추정했다.

중앙정부는 부채 문제를 지방정부 스스로 해결하라는 입장이다. 재정부는 공식 홈페이지 문답에서 “지방정부는 부채의 위험성을 명확히 고려하면서 중앙정부의 지원을 받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할 필요가 있다”며 “자식은 제 부모가 챙겨야 한다”고 답변했다.

중국 전문가 리닝은 “지난해 중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3.0%로 중국 정부의 목표치 5.5% 안팎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며 “올해 초에는 강력한 경제 부양 의지를 내세웠지만, 3월 양회에서는 목표치를 시장 예상보다 낮은 5.0%로 제시하며 안정성을 강조했다”고 지적했다.

리닝은 “내수를 살려야 하지만,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하고 지방정부 재정건전성을 회복하려면 경기부양을 포기하고 상당 기간 긴축재정을 실시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