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지방당국 ‘아웃소싱’ 시위 진압…공안 놔두고 왜?

강우찬
2022년 07월 20일 오후 5:29 업데이트: 2022년 07월 21일 오전 6:32

중국에서 수조 원대 예금이 두 달간 묶여 피해를 본 예금주 수천 명이 대규모 시위를 벌였지만, 흰옷을 입은 정체불명의 남성들에 의해 강제 해산된 사건을 두고 중국의 ‘아웃소싱’ 주민 진압에 대한 분석이 제기됐다.

지방정부 당국이 주민들의 반발을 약화시키고 책임 회피를 위해 경찰 등 공권력을 투입하는 대신 용역 조직을 동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민들이 받아들이기 힘든 목표를 지방정부에 일방적으로 할당하는 중앙정부와 공산당 지도부 역시 사태를 키운 것으로 지적됐다.

토론토대학 정치학과 리넷 H. 웡 교수는 워싱턴포스트 기고문 <아웃소싱 진압: 현대 중국의 일상적인 국가권력>에서 중국 지방정부가 용역 조직을 동원하는 이유를 두 가지로 제시했다. 하나는 경찰이 직접 나설 경우 발생할 거부감 완화, 다른 하나는 책임 회피다.

웡 교수는 중국에서 발생한 토지 강제수용, 건물 강제철거 사건 2200여 건과 현지 언론 보도, 피해자 및 목격자 증언 등을 검토해 “지방정부는 시위 진압 등 불미스러운 사건을 처리할 때 그에 따른 비용과 책임을 최소화하기 위해 ‘아웃소싱’을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중국 중앙정부나 지방정부가 대중 진압에 공안 등 공권력을 놔두고 일부러 용역 조직을 투입하는 것은 드물지 않은 일이다.

지난 10일 정저우 시위 때도 흰색 상의에 짧은 머리, 짙은 색 바지 차림의 남성 수백 명이 동원돼 “내 돈 돌려줘”라며 항의하는 예금주를 강제 해산시켰다. 이들은 시위대를 거칠게 밀고 당겨 쓰러뜨리거나 짓밟았으며 몽둥이로 때리기도 했다.

현장에 출동한 제복 차림의 공안들은 이들을 멀뚱멀뚱 지켜보기만 했다. 흰옷 차림의 남성들을 사복 경찰로 추측됐지만, 지방정부에서 동원한 용역 조직원일 가능성도 있다.

용역 조직원을 동원하는 이유는 이들이 폭력을 휘둘렀을 때, 책임을 업체나 조직원 개인에게 뒤집어씌우기 위해서라는 게 웡 교수의 설명이다.

웡 교수는 지방 당국자들은 토지 강제수용 과정에서 용역 조직을 동원하면 폭력성이 높아질 위험성이 높지만, 말단 관리나 경찰이 나설 때보다 주민 항의가 덜한 것을 발견하고는 ‘아웃소싱’을 확대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녀는 “(용역 조직원들은) 밤늦게 혹은 새벽에 어두운 골목길, 사람이 없는 곳에서 협박하는 경우가 많다. 협박의 배후는 대개 지방정부이지만, 주민들은 이를 확인할 길이 없어 지방정부가 책임을 회피하기 쉬워진다”고 말했다.

다만, ‘아웃소싱’이 능사만은 아니다. 주민 가운데 사망자가 나오거나 노약자·임신부가 다칠 경우 거센 사회적 비판 여론으로 번질 수 있다.

웡 교수는 “이렇게 되면 중앙정부 고위 관리들이 개입해 적당한 희생양을 찾아 사건을 마무리 짓는다”며 “중앙정부가 지방 관료를 해임하는 사건은 대부분 이런 경우”라고 했다.

또한 “아웃소싱이 이뤄지는 사건들의 공통된 특징은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에서 할당한 목표 달성 압박을 크게 받는다는 점, 그리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정책이 주민들 입장에서는 합리성과 정당성이 결여됐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허난성 당국은 지난 11일 전날 발생한 시위와 관련해, 피해 예금주 1인당 5만 위안(약 1천만원)까지 마을은행 대신 정부가 지급한다는 구제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시위를 유혈 진압해 해산시킨 정체불명 남성들과 다친 예금주에 대한 보상 방안 등에 관한 언급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