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제조업 심장’ 광둥성, 코로나 뒤이어 ‘전기 패닉’…배경은?

왕허(王赫)
2021년 06월 8일 오전 11:40 업데이트: 2024년 02월 19일 오후 3:14

‘순차적 전력 생산’, ‘5일 가동 2일 중단’…지난달 중순부터 광둥성 17개 지역 공장에서 시행되는 전력 정책들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08년 폭설을 제외하면 광둥성에 전력난이 발생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직 본격적인 전기 사용 시즌에 돌입하기도 전에 찾아온 전력난을 두고 일각에서는 ‘전기 패닉’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순차적 전력 생산 조치는 올해 광둥뿐 아니라 윈난, 저장, 산둥 등 지역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최근 정전 사태는 중국에서 드문 사건이 아니게 됐다. 작년 12월 중국 수도 베이징과 경제수도 상하이에서도 전력 공급 제한과 정전이 발생했다. 당국은 “여러 가지 이유”라고 해명했지만 석연치 않은 맛을 남겼다.

하지만, 중국 국가에너지국(NEA)에 따르면 현재 중국의 전력은 수요보다 공급이 많은 과잉 상태로 전해지고 있다. 이 발표가 사실이라면 전력이 남아도는데도 전력난으로 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광둥성 지방당국과 관영매체는 전력난에 대해 △빨라진 여름 날씨와 경제회복이 겹치면서 광둥성 전력 사용량이 전년 동기 대비 32.08% 증가 △광둥성 전력 공급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윈난성의 가뭄으로 인한 수력 발전 차질 △화력 발전용 석탄 가격 폭등 등의 이유를 들고 있다.

연초에 1톤당 400~500위안 정도였던 석탄은 현재 800위안 이상에 거래된다. 당국은 화력발전소가 적자 누적으로 인해 경영 압박을 받으면서 순차적 전력 생산을 할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당국이 밝히지 않은 요인들이 존재한다. 바로 전력 정책의 실패다.

올해 광둥성 정부는 전력 생산량을 2백억 킬로와트 감축했다. 화베이전력대학 에너지네트워크연구센터 청밍(曾鸣) 소장은 “광둥성의 전기 패닉은 4가지 숨은 원인이 있는데 그중 첫 번째가 전력사용량 예측 실패”라고 말했다.

전력사용량 예측 실패는 광둥성만의 일은 아니다. 지난 2016년 12월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와 국가에너지국은 ‘전력발전 5개년 계획(2016-2020년)’에서 전력수요가 연평균 3.6~4.8% 증가해 2020년 전체 사용량이 6조8천억~7조2천억 킬로와트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2019년 전력 사용량이 이미 7조 2255억 킬로와트로 최대 예상치를 웃돌았다. 작년 베이징과 상하이의 갑작스러운 정전 사태가 설명되는 부분이다.

전력은 저장되지 않는다는 특성이 있고 발전소 건설 주기가 길기 때문에 정확한 예측이 매우 중요하다. 세계 각국은 전력 수요 예측 및 계획 기술을 발전시켜 왔고 중국도 상당히 발전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중국의 전력 수요 예측은 왜 빗나가고 있을까. 일반적으로 한 국가의 전력 사용량은 경제성장률과 상관관계가 높다. 예를 들어 미국은 2001년 전력 소비량이 3.6% 줄자 경제성장률 0.8%에 그쳤다. 일본 역시 2003년 전력 소비량이 1.3% 감소하자 경제성장률도 1.8%를 나타냈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데이터에 따르면, 중국의 GDP와 전력 사용량은 큰 괴리를 나타낸다. 1998년 중국 경제성장률은 9.6%였지만, 전력 사용량 증가는 5.6%에 그쳤다.

당시 제조업 기반인 중국 경제 구조에서, 전력 사용량 증가를 크게 웃도는 경제성장률에 대해서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제기됐었다.

중국이 발표하는 데이터를 액면 그대로 믿기 힘들다는 것은 국제사회의 공공연한 인식이다. 중국 전력 당국 스스로 각 지역에서 발표한 부정확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예측해야 하는 상황일 가능성이 크다.

호주와의 갈등 역시 중국의 전력난을 심화시키는 요인이다. 중국은 호주에 대한 정치적 보복으로 호주산 석탄 수입을 금지했다. 이로 인한 중국 내 석탄 가격 상승은 당국이 화력발전소를 순번제로 가동하게 된 이유다.

중국의 전력 사용은 냉방기 가동이 절정에 이르는 여름철 최고조에 이른다. 그런데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 발발 전인 2019년 여름, 중국의 전력 사용량은 절정에 달했지만 전력 수급에는 문제가 없었고 2020년 여름 때도 전력 공급은 정상이었다. 이는 중국 발전소의 전력 공급 능력이 충분함을 시사한다.

하지만, 전력 사용량이 낮은 2020년 12월 전국의 각 지역에서 전력 사용 제한 조치가 발표됐고 다섯 달 뒤인 올해 5월에는 전기 패닉까지 발생했다. 그 사이 기본적으로 중국의 전력 발전 시스템에는 변동이 없었다.

화력 발전은 중국 전체 발전량의 약 70%를 차지하며, 화력 발전의 90%는 석탄에 의지한다. 따라서 중국의 전력난은 화력 발전에 문제가 생겼다는 의미이며, 석탄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2020년 11월 기준 중국 전체 전력 공급에서 수력 발전의 비중은 17%, 풍력 발전은 5.6%, 원자력 발전은 5%에 그쳤다. 따라서 수력·풍력·원자력은 ‘전기 패닉’ 상황과는 무관함을 알 수 있다.

중국 화력 발전소들은 석탄 발전으로 얻은 전기를 공급해 수익을 낸다. 중국의 전력 산업은 전기료와 석탄 가격 사이의 복잡한 함수로 이뤄진다. 여기에 지역별 산업변동에 따른 공급량 조절 문제가 더해진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지난 2005년 ‘석탄 전기 가격 연동제’를 시행해 석탄 가격 변동을 전기료에 반영하도록 했다. 복잡한 석탄·전기료 게임을 깔끔하게 풀어낸 듯 보였으나, 실제로는 시장의 변동을 고려하지 못한 악수가 됐다. 즉 현재 ‘전기 패닉’의 직접적 원인은 석탄 가격 급등이다.

석탄 가격이 치솟은 원인은 첫째, 중앙정부 규제로 인한 생산량 감소다. 당국은 주요 석탄 산지인 네이멍구에서 부패 청산 활동을 벌이고, 산시성과 샨시성에서는 창당 100주년과 관련해 대규모 안보조치를 시행했다.

이 여파로 3월부터 하락한 원탄 생산량은 4월 전년 동기 대비 1.8% 하락한 3억 2000만톤으로 하락세를 이어갔다.

석탄 수입량 하락도 석탄 가격 상승의 주요인이다. 중국은 세계 최대 석탄 수입국이지만, 수입량은 작년 5월부터 줄어들어 8월에는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으로 감소했다. 2021년 1분기 석탄 및 갈탄 수입량은 9013만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8% 감소했다.

중국에서 전력난과 관련해 논란의 중심에 있는 호주산 석탄 수입 금지도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다.

2020년 호주산 발전용 석탄의 대중국 수출량은 3485만 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2% 감소했다. 특히 후반 수개월간 수입량은 0에 가까웠다. 호주산 석탄은 가격이 저렴하고 운송이 편리해 중국 동남부 연안 지역 발전소의 석탄 수급에 요긴한 역할을 했다.

호주산 석탄이 실제로 중국 화력발전에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결정적이지는 않지만, 광둥성을 중심으로 ‘언제든 재고량을 보충할 수 있는 공급처’를 잃었다는 심리적인 요인은 무시할 수 없다.

마지막 요인은 전력 구조 전환과 전력 시스템 개혁을 위한 장기적인 첨단 설계와 운용 가능한 로드맵의 부실함이다.

중국 공산당은 경제 구조 전환과 국제적 이미지 개선을 위해 ‘2030 탄소피크, 2060 탄중화’를 국제사회와 약속했다. 이를 위해 에너지 전환과 그에 따른 전력 구조 전환이 동반돼야 한다. 매우 어렵고 절박한 임무가 될 것이다.

동시에 계획경제에서 비롯된 중국의 전력 시스템은 중국 공산당이 오랫동안 ‘개혁’하면서도 가다듬지 못한 거대한 사업이다. 문제점이 매우 많지만 몇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하나는 ‘2030 탄소피크, 2060 탄소중화’ 이른바 ‘쌍탄소’ 목표는 중국 경제의 현실과 격차가 너무 크다는 점이다. 이를 달성하려면 석탄으로 생산한 전기는 2025년 피크를 맞이한 후 2030년부터 퇴출을 시작해, 2050년 대부분 완료되고 2060년에 완전히 사라져야 한다.

하지만 석탄 전기의 완전한 퇴장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우선 중국의 에너지원이 석탄 위주인 데다 세계적인 수준의 청정 석탄 발전소를 구축해놓은 상태다. 경제성 또한 높다. 퇴출에 대한 저항이 크다.

또한 이를 대체할 재생 가능한 신에너지는 화력발전과 달리 날씨 등의 요인에 의해 전력 공급의 변동성이 크고 간헐적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안정적인 전력 시스템 운영을 위해서는 석탄을 통한 화력발전이 여전히 필요하다.

다른 하나는 서부에서 생산한 전력을 동부로 보낸다는 ‘서전동송’(西電東送)이 슬슬 한계에 왔다는 점이다. 중국은 산악 지방에 수량이 풍부한 윈난, 쓰촨에서 수력발전으로 생산한 전기를 전력 사용량이 많은 동부로 송전해왔다.

그러나 최근 윈난, 쓰촨에서는 수력발전이 저렴하다는 점을 이용해 알루미늄, 실리콘, 폴리실리콘, 단결정 실리콘 등 전력 사용이 많은 산업을 대거 유치했다.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전력을 동부 지역으로 보내는 데 제약이 생겼다.

이 밖에 사회주의 계획경제 체제상 전력 활용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시장화, 재생 가능 에너지와의 연계, 저탄소 전력 등의 과제에 있어 미국·유럽과 달리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과감하고 실질적인 개혁을 미루고 있다.

중국 당국과 매체는 광둥성의 전력난을 일시적인 문제로 전하고 있으나 사실은 복잡한 중국의 경제, 에너지 시스템과 외교적 요인까지 더해진 복잡한 문제다. 중국 공산당이 근본적인 개혁을 해내느냐가 관건이지만, 지금까지 전례로 볼 때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왕허(王赫)·중국 문제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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