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정부, 코로나 비상사태에 도발적 전투기 훈련과 가짜뉴스로 ‘대만 압박’

하석원
2020년 03월 5일 오전 8:03 업데이트: 2020년 03월 5일 오전 11:50

대만 정부가 자국의 영유권 내에서 중국이 공군 기동훈련을 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관한 가짜뉴스를 압박하고 있다고 항의하고 나섰다.

코로나19 발병은 중국과 대만의 관계를 더욱 긴장시켰다. 특히 중국이 일국양제(一國兩制·한 나라 두 체제) 원칙을 고수하며 대만의 세계보건기구(WHO) 가입을 저지하고 나서 대만의 불만이 컸었다.

또한 대만 정부는 전세기 운항으로 코로나19 발원지인 우한에서 발이 묶인 대만인을 귀국시키려고 중국 정부에 타진했으나, 중국 측은 회신도 없이 대만을 홀대하는 태도를 취했다. 중국 당국은 코로나19 진압을 위한 차이잉원 대만 총통의 지원 제안에도 분명한 대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1월 11일 총통 선거에서 “중국에 굴복 안 한다”고 약속하며 압승을 거둔 차이 총통은 자국을 중국 최초 공화국 ‘중화민국(Republic of China)’을 계승한 독립국으로 간주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이를 부인하고 대만을 자국 영토라 주장하며 끊임없이 대만을 협박해 왔다.

최근 한 달 동안 중국 공군은 대만 인근에서 세 차례나 비행 훈련을 했으며, 대만 전투기가 두 차례에 걸쳐 인민해방군 전투기를 요격하기 위한 난투극을 벌이기도 했다. 지난달 대만 국방부는 자국의 F-16 전투기들이 인민해방군 H-16 전략 폭력기 한 대를 추격 비행하는 장면을 담은 사진을 공개했다.

로이터 통신은 이 상황에 정통한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전투기 레이더가 대만 항공기에 고정돼 있었으며, 이는 미사일 발사 전조의 정황이었다고 보도했다. 사안이 민감하다며 익명을 요구한 소식통들은 “중국의 매우 도발적인 행동”이었다고 전했다.

대만 공군은 이에 대해 자세히 몰랐지만 타이완섬 인근에서 이동하는 중국군에 대해서는 충분히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중국 국방부는 로이터통신의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지난주 우첸(吳謙) 중국 국방부 대변인은 최근 훈련과 관련한 질문에 “대만 집권당 민진당이 불장난을 하고 있다”면서 “독립을 위한 어떠한 시도도 실패할 것”이라는 답변을 내놨다.

코로나19 대응에 주력하고 있는 대만은 도발적인 중국의 행동에 분노했다.

대만 의회 국방위원회 소속 왕팅유 위원은 “시진핑이 여전히 군부를 장악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려 하고 있다”면서 “국내 (국민으로부터 오는) 압박 완화를 위해 외부 문제를 이용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에 말했다.

타이페이에서 한 남자가 치명적인 COVID-19 코로나바이러스를 예방하기 위해 사용하는 대만 외무성의 페이스북 계정을 가리키고 있다. 중국이 치명적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엄격한 공산주의 슬로건을 내건 반면, 민주적인 대만은 대중의 걱정을 덜어주고, 잘못된 정보를 처리하며,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귀여운 마스코트와 유머를 채용했다. 2020. 2. 24. | Sam Yeh/AFP via Getty Images

온라인 보고서

중국 공군의 도발적인 군사행동과 함께 중국 당국은 코로나19에 관한 가짜뉴스를 퍼뜨렸다. 조셉 우 대만 외무장관은 이를 사이버 전쟁이라고 규정했다.

“대만이 감염자 수를 은폐하고 조작하고 있다” “차이 총통이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가짜 뉴스에 대만 정부는 신속하게 반박하고 대응했다.

온라인 게시물 중 상당수는 대만에서 사용되지 않는 간자체와 중국에서만 사용되는 표현을 포함하고 있다고 대만은 지적했다.

대만 조사국은 중국이 대만의 공식 발표를 중국제 가짜뉴스로 탈바꿈해 사실적 뉴스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질병 통제 조치를 방해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의 이러한 압박과 온라인 캠페인은 별 효과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 대만 여론 재단의 여론 조사 결과 차이 총통의 중국 정책에 대한 지지율이 높았으며, 중국공산당의 바이러스 억제 능력에 대한 불신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민감한 사안으로 익명을 요구한 한 보안 관계자는 “중국 사이버 군대와 연계된 것으로 의심되는 가짜뉴스를 추적하고 보도하는 것이 대만 국가 보안 기관의 최우선 과제가 됐다”고 로이터 통신에 전했다. 이어 그는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그 출처가 공산당의 명령과 연관돼 있는지 추적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