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일대일로 사업, 아프리카 전역 환경 파괴 흔적 남겨

도미닉 키루이
2019년 12월 16일 오후 4:09 업데이트: 2019년 12월 16일 오후 6:10

‘중국이 일대일로 사업으로 개도국들에 채무 부담을 지운다’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 몇 년 동안 아프리카 현장에서는 지역민의 환경 파괴 문제 제기로 사업이 중단된 채 열띤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중국은 2013년부터 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 실크로드(一帶,일대)와 중국~동남아~유럽을 연결하는 해상 실크로드(一路,일로)를 구축해, 신시장 판로를 열고 중국 건설기업들에 새로운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연선국에 항구·도로·철도·건설 등 인프라 건설 사업에 치중해 왔다.

아프리카에서의 일대일로 사업은 해상 실크로드 노선에 포함되는데, 중국산 제품의 시장 개척은 물론 지하자원 및 원자재를 중국에 유입하기 위한 목적으로 곳곳에 인프라 건설을 시작했다. 그러나 중국 시공사들이 환경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지 않고 파괴를 줄이려는 노력이 없이 무분별한 공사를 진행해 현지인들의 반감을 사고 있다.

최근 우후루 케냐타 케냐 대통령은 나이로비 시내와 조모 겐야타 국제공항을 잇는 27km 고가 고속도로 건설 허가를 중국 도로교공사에 내줬다. 교통 체증을 완화하고 여행자들이 적시에 비행기를 탈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고속도로 노선이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의 관광명소로 알려진 아루샤 국립공원을 관통하도록 설계돼 있었다. 이에 국민들이 항의 시위를 벌인 후 2~3년 이내에 완공 예정이었던 계획은 무산되고, 도로를 우회하기로 했다. 계획대로라면 공원의 1.3에이커(약 5260m2)가 줄어들었을 것이다.

케냐 나이로비 우후루 공원에서 보트 타는 사람들. | Dominic Kirui for The Epoch Times

나이로비 국립공원에 연결된 일대일로 사업이 또 하나 있다. 중국제 표준궤철도(SGR, standard-gauge railway) 노선을 연결하는 것이다. 2016년 12월 국립환경관리공단은 케냐 철도청에 SGR 단계 2A 건설 허가증을 발급해 줘 이미 완공됐다. 그러나 공원 한가운데에 높은 교량이 약 7km 정도 가로질러 놓여 휴식 공간인 공원의 기능을 축소시켰을 뿐만 아니라 소음, 생태계 파괴 등의 문제를 야기시켰다. 나이로비 국립공원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대도시의 울타리와 인접한 공원이다.

이 철도는 나이바샤 호수와 나이로비를 연결하는데, 몸바사 국제공항과 나이로비 사이의 또 다른 32억 달러 규모의 도로 건설사업과도 연결된다.

케냐항만청은 매달 500억 실링(약 5억 달러)의 수익을 창출하고 있으나 표준궤철도는 승객과 물류 서비스 모두 타당성 조사 시에 예상했던 수입의 50%도 도달하지 못하고 있으며, 2019년 4월 기준으로 1년 운영을 분석한 결과 100억 실링(약 1억 달러) 손실을 입었다.

‘아프리카 동물복지 네트워크’의 카힌디 레칼하일 운영국장은 에포크타임스에 “철도가 공원 내 동식물의 자연 서식지를 위협했다”며 “생태계 복원을 돌이킬 수 없다”고 지적했다. 철도가 들어선 이후 야생동물과 사람들 사이에 마찰이 늘고 있다.

레칼하일 국장은 막대한 환경 파괴를 초래한 철도 사업에 대해 “중국이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도 이를 허가한 권력자만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공동 책임을 물었다. 법원이나 시민 사회단체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대중의 인식을 높이는 것뿐이라고 그는 부연했다.

중국이 지원한 SGR 개발비용 15억 달러를 케냐가 상환하지 못할 경우, 중국이 몸바사 항만 운영권 및 나이로비 내륙 정착장 경영권을 소유하게 된다는 내용이 보도되면서 케냐에서 중국에 대한 반감이 더욱 커졌다. 철도 개발 채무의 상환은 5년의 유예기간이 종료되는 2019년 중반부터 개시됐다.

표준궤도 철도가 나이로비 국립공원으로 진입하는 구간. 2019. 11. 13. | Dominic Kirui for The Epoch Times

아프리카 내 일대일로 사업이 집중된 곳은 중동 그리고 유럽을 연결하는 수에즈 운하를 보유한 이집트와 지부티, 케냐 등 3국이지만, 아프리카 전역에 중국 자금 지원으로 프로젝트가 완공됐거나 진행 중이다.

캘리포니아 비영리 단체 인터내셔널 리버스에 따르면 2009년 완공된 수단의 메로웨 댐은 세계에서 가장 파괴적인 수력발전 프로젝트라는 평가를 받는다. 24억 달러 규모의 댐 건설 사업은 중국 수출입은행과 아랍계 금융업자들이 자금을 지원했고, 시공사는 중국 기업이었다.

댐 건설로 수단의 전기 발전량을 두 배로 늘렸지만 비옥한 나일강 계곡 주민 5만여 명이 이주해야 했고, 환경 파괴를 초래했다.

공사가 진행 중이던 2006년, ‘유엔 환경계획’은 메로웨 댐이 홍수로 인한 퇴적토 손실·댐 침전·강둑 침식·하천 계곡의 지하수 감소·물고기 이동 차단·나일악어 등 야생동물의 멸종 위기 등의 피해를 일으킨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국제문제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아프리카 전역의 중국 프로젝트가 환경 문제를 일으키는 사업에 집중돼 있다. 석유 및 가스 탐사·채굴·수력 발전·벌목 등 자원을 조달하기 위한 사업과 도로·철도선·송전선 등 기간시설 사업 모두 자연을 훼손하고 환경을 파괴하는 일이다.

잠비아의 호주 국립대학 ‘세계 속의 중국 호주 센터’의 베용고 무케테 연구원은 “몇몇의 환경 NGO는 중국 산업체가 공기, 물, 토지의 심각한 오염을 초래하고 야생동물 서식지를 훼손하고 적절한 보상 없이 지역사회를 파괴한다고 비난했다”고 전했다.

모잠비크는 불법적인 벌목으로 헐벗은 숲을 만드는 중국과 수년간 투쟁해왔다. 2014년 환경조사국의 보고서에 따르면 모잠비크 목재 99%를 중국이 수입한다.

미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포레스트 워치’에 따르면 중국이 로즈우드 등 귀하고 단단한 나무 수입을 점점 늘림에 따라 모잠비크는 2001~2017년 사이 288만ha(710만 에이커)의 숲을 잃었다.

케냐 마사이 마라 대학의 환경과학 강사인 브라이언 와스왈라는 엄격한 환경 법규가 없거나 그런 법이 있어도 시행하지 못하는 당사국에도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국토 개발 안건에 대해 국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조항이 있음을 거의 모르고 있다며, 시민도 한몫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