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인터넷에서 ‘안면인식 정보’ 매매…“얼굴사진·신분증·은행카드 4위안”

리신안
2019년 12월 18일 오전 11:02 업데이트: 2019년 12월 19일 오후 4:06

안면인식 기술 ‘선진국’인 중국에서 주민들의 안면인식 정보가 불법적으로 거래돼 논란이 되고 있다.

중국 관영 CCTV 등 현지언론은 최근 인터넷 중고거래 플랫폼 ‘좐좐(轉轉)’에서 중국인 얼굴사진이 5천개 당 10위안(약 1천6백원) 꼴로 거래된다고 보도했다.

소셜앱 ‘콰이앤(快眼)’에서도 얼굴사진이 포함된 개인정보를 거래한다는 판매자가 등장했다. 이 판매자는 한 개인의 이름, 신분증 사진, 은행카드, 휴대폰 번호 등을 하나로 묶어 개당 4위안(약 660원)의 헐값에 판다고 주장했다.

중국에서는 CCTV에 포착된 얼굴사진 만으로도 수분 내에 수억 명 가운데 해당 인물을 검색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런 사진은 흔히 전화번호, 은행카드 등과 함께 묶여 거래돼 더욱 위험성이 크다.

중국 온라인에서는 ‘4종세트(四件套)’, ‘8종세트(八件套)’라는 단어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4종세트는 신분증, 휴대전화번호, 은행카드, 인터넷 뱅킹용 USB보안키 등을 가리킨다. 8종세트는 여기에 위챗(중국판 카톡) 등 SNS계정 정보를 추가한 것이다.

최근 중국에서는 얼굴사진을 포함한 개인정보를 거래글이 인터넷에서 공공연히 게재되고 있다. 4종세트(四件套), 8종세트(八件套) 판매 게시물 | 중국 온라인 캡처

이렇게 거래된 정보는 개인의 이메일, SNS계정을 들여다보는 사생활 침해에 악용될 뿐만 아니라 사기와 보이스피싱 등 범죄에 이용될 수 있어 더욱 문제가 심각하다.

지난 2018년 쓰촨(四川)성에서는 중학생 2명의 은행카드를 통해 3개월 사이 1억 위안(166억원) 이상의 자금을 해외로 빼돌린 일당 4명이 체포됐다.

광안(廣安)시 공안당국에 따르면 해당 카드를 통해 자금 세탁, 보이스피싱, 뇌물수수 등을 저지르고 그렇게 얻은 수익 수천억원을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등지로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이들은 해당 카드로 비용을 지불하는 방식으로 대학생 등으로부터 은행카드와 신분증을 사들였으며, 이렇게 모은 개인정보 ‘4종 세트’ 약 1천세트를 팔아넘겨 100만 위안(약 1억6천만원)의 수익을 얻기도 했다.

안면인식 정보 불법 거래에 대한 우려는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 왔다. 중국 정부가 시스템의 안전성에 대한 검증 없이 도입만 서두르다 보니 정보 유출을 자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경제 전문가 톈베이밍(田北銘)은 “(중국에서) 휴대전화 번호 실명제 실시 이후 개인정보 거래가 폭증하면서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정부가 치안 등의 이유로 안면인식 기술을 수집하지만 오히려 이런 정보를 악용한 범죄가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안면인식 시스템 확대는 늦춰지지 않고 있다. 이달 1일부터는 신규 휴대전화 등록시 얼굴 스캔(사진촬영)을 의무화했다. 휴대전화 등록시 신분증을 제출하는 것 외에 얼굴사진을 찍어 신분증과 일치하는지 확인하도록 한 것이다.

얼마 전 신장위구르 지역에서는 공중화장실에 안면인식 장치를 설치해 휴지 사용 시 얼굴을 스캔하도록 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중국 인권단체에서는 이런 주민감시 시스템이 “치안 유지” 목적이 아니라 집권 공산당의 정권 유지를 위한 주민 억압 수단이라고 비판한다. 모든 중국인의 안면인식 정보와 홍채 등 생체정보를 수집하고 반체제 인사를 추적, 감시하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홍콩 인권단체 ‘공민역량(公民力量)’은 휴대전화 등록시 얼굴 스캔 의무화에 대해 “또 다른 전 국민 감시수단을 내놨다”고 논평했다.

얼굴사진 유출에 따른 중국인들의 비난 여론도 가열되고 있다. 해당 뉴스를 전한 SNS 게시글에는 “내 얼굴값이 겨우 이 정도?” “프라이버시 없는 나라”라는 자조 섞인 댓글이 달렸다.

민간기업의 안면인식 정보 수집에 대한 불만도 터져 나왔다. 중국 승차공유앱 ‘디디(滴滴)’, 중고거래 앱 ‘센위(閒魚)’, 웨이보 인증시스템인 ‘V인증’ 등에서는 앱 설치 시 안면인식을 요구한다. 숙박업소에서도 안면인식을 요구하는 곳이 늘고 있다. 한 네티즌은 “평소 쓰는 앱 어떤 게 공안당국과 연결됐는지 모르겠다”고 불안감을 드러냈다.

거대 IT기업 알리바바가 도입·확대하고 있는 안면인식 결제 시스템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한 네티즌은 “알리바바 같은 기업은 결제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전 국민의 온갖 데이터를 헐값에 수집하고 있다. 데이터에서 금맥을 캐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