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인도 국경분쟁] 양측 간 3번의 유혈 충돌…“중국군, 낯선 얼굴 많았다”

이윤정
2020년 06월 25일 오후 6:21 업데이트: 2021년 05월 16일 오후 1:20

중국-인도 국경에서 유혈 충돌이 발생한 후 인도는 갈수록 더욱 자세한 상황을 보도하고 있다. 최근 세 차례 발생한 양국 간 충돌에서 눈길이 가는 부분은 교전에 참여한 중국 군인들이 평소 국경에 배치된 군인들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인디아투데이는 이번 교전에 참여한 인도 군인의 증언 등을 토대로 중국-인도 분쟁의 전 과정을 단독으로 상세히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15일 밤 ‘제14호 순찰지점’에서 중국-인도 군인들 사이에 세 번의 육탄전이 벌어졌다.

중국 측이 설치했다가 철거한 감시초소가 지난 14일 다시 세워졌고, 다음날 오후 5시경 인도 ‘B 지구’ 수비대 장교인 제16보병대대 소속 산토스 바브 대위가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군인들을 이끌고 해당 초소 부근으로 이동했다.

앞서 이달 6일 양국 간 지휘관 만남에서 중국은 감시초소를 철거하기로 합의하고 며칠 뒤 이를 실행했다. 그런데 다시 며칠 뒤 중국이 같은 자리에 또 초소를 세운 것이다.

1차 충돌: 인도, 중국 측 감시초소 소각

인디아투데이에 따르면, 15일 저녁 8시, 인도군 지휘관인 바브 대위는 군인 35명을 이끌고 중국 측 초소로 걸어갔다. 상황 파악이 목적이었고 싸울 의도는 없었다.

중국 측 초소에 도착한 인도 군인들은 평소와 달리 낯선 중국 군인들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방송은 “중국 측이 더욱 공격적이고 해당 지역의 상황을 잘 모르는 부대를 갈완계곡에 보내 도발한 것”이라는 제15보병대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하며 “갈완계곡의 인도 국경초소, 배수로와 교량을 점령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바브 대위가 초소를 재설치한 이유를 중국 측에 묻자, 한 중국 군인이 중국어로 욕을 하면서 바브 대위를 세게 밀쳤다. 인도군은 즉시 반격했고 중국 측 초소에 불을 질렀다. 인도 군인들은 자국 지휘관을 밀친 중국군의 행위를 “레드 라인을 넘은 것”으로 봤다.

바브 대위는 새로운 중국군의 출현과 기습 공격을 확전의 전조로 보고 부상당한 군인을 부대로 돌려보낸 뒤 지원병력 증원을 요청했다.

2차 충돌: 격렬한 교전으로 사상자 대거 발생

몇 시간 뒤 날이 어두워졌을 때 제2차 교전이 벌어졌다. 중국군은 갈완강 주변과 강 오른쪽의 산등성이에 매복했다가, 순찰 중인 인도군이 도착하자 산 아래로 큰 돌을 떨어뜨리고 물을 쏟아부었다.

이날 오후 9시경 바브 대위는 머리에 큰 돌을 맞고 갈완계곡 아래로 추락했다. 제2차 육박전은 45분여 지속됐고, 양측 모두 합쳐 약 600명이 맞붙었다. 중국군은 못이 달린 쇠몽둥이와 철사를 두른 곤봉을 사용했다. 이 교전으로 양측에서 다수 사상자가 발생했다.

교전 후 양측은 오후 약 11시까지 시신을 수색했다. 인도군은 바브 대위를 포함해 사망한 군인들의 시신을 찾아 운구했다.

3차 충돌: 양측 간 격투에 낭떠러지로 다수 추락

세 번째 교전은 이날 오후 11시께 시작해 다음 날 정오까지 간헐적으로 이어졌다. 인도군은 산등성이를 따라 이동했고, 이 과정에서 격렬한 싸움으로 여러 명이 강에 빠졌다. 몇몇 군인은 바위에 부딪혀 다쳤다.

그후 양측 군의관들이 사상자들을 옮기고 시신을 맞교환했다. 교환이 끝난 후에도 중국 측에는 인도 군인 시신 10여구가 남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유혈 사태로 인도군은 20명이 교전 중 사망했고 76명이 다친 것으로 밝혀졌다. 중국 측은 지금까지 사상자 수와 세부사항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인도 측이 공개한 바에 따르면 중국군은 정, 부 지휘관을 포함해 최소한 40여 명이 사망했다.

미 정보기관 “중국군 사령관이 공격 명령”

미국 정보기관은 중국 고위 장교가 인도군을 공격하라고 명령했으며 45년 만에 최대 규모의 유혈사태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미국 시사주간지 유에스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US News & World Report)는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중국 서부전구사령관 자오종치(趙宗岐) 대장이 중국-인도 국경에서 인도군을 공격하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자오종치 대장은 ‘중국은 절대 약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인도에 교훈을 줘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인도, 병력 긴급파병…일촉즉발 상황

중국과 국경에서 유혈 분쟁이 발생하자 인도군은 긴급히 병력과 장비를 증강했다. 헬파이어 미사일을 장착한 아파치공격형 헬기를 포함해 산악부대, 전투기, 탱크를 국경으로 이동시켰다.

인도 모디 총리와 싱 국방부 장관은 총기 사용이 가능하도록 국경 교전규칙을 개정해 현장 지휘관에게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재량권을 부여했다. 일촉즉발의 상황까지 간 것이다.

또한 인도군은 러시아산 전투기 21대와 자국산 전투기 12대를 구매했다. 러시아 측은 인도에 탱크 1천대 제공 의사를 밝혔다. 러시아의 이 같은 전폭적인 공개 지지에 관해서는 ‘중국의 등에 칼을 꽂는 행위’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