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원숭이 뇌에 인간 유전자 이식…생명윤리 논란

윤슬이 기자
2019년 04월 14일 오전 11:24 업데이트: 2019년 10월 27일 오전 8:56

중국의 과학자들이 인간의 유전자를 원숭이 뇌에 이식해 논란이 일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중국의 과학자들이 인간의 뇌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마이크로 세팔린(MCPH1) 유전자를 히말라야 원숭이 11마리의 뇌에 이식했다.

중국 과학원과 쿤밍 동물학연구소는 최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 연구팀과 함께 해당 연구를 공동으로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인간의 지능 발전 과정을 알아내기 위해 인간의 두뇌 발달을 촉진하는 유전자로 알려진 MCPH1 유전자를 원숭이 뇌에 이식했다.

과학자들은 인간의 뇌가 다른 영장류 동물과 비교해 오랜 시간에 걸쳐 서서히 발달이 이뤄지기 때문에 고도의 지능을 형성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이번 실험에서 해당 유전자를 이식한 원숭이는 인간의 뇌와 마찬가지로 발달 속도가 완만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유전자를 이식한 원숭이는 야생 원숭이와 비교했을 때 단기 기억력과 반응 속도가 빨라졌다. 이에 중국 과학원은 “사람의 유전자를 이식한 원숭이는 지능을 더 높일 수 있고, 이 연구가 인간의 기원 및 알츠하이머병 등 특정 뇌 질환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 3월 중국에서 발간된 영문 학술지 ‘내셔널 사이언스 리뷰’에 게재됐다.

그러나 이번 실험의 공동연구자들을 포함한 많은 과학자는 이 연구 결과의 신뢰성과 윤리에 대해 의문과 비판을 제기하며 국제적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일각에서는 유전자를 마음대로 조작하는 연구 자체가 생명윤리에 어긋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와 관련해 미국 콜로라도 대학의 생명윤리학 교수인 재클린 글로버는 “유전자 편집된 원숭이들이 어떤 문제를 일으킬지 알고 싶다면 당장 영화 ‘혹성탈출’을 보라”며 “이번 실험은 위험하다”고 비판했다.

미국 과학 기술 잡지 ‘매사추세츠 공과대(MIT) 리뷰’에 따르면 이번 실험에서 MCPH1 유전자를 이식한 원숭이 11마리 중 현재 살아남은 원숭이는 5마리밖에 없으며, 일반 원숭이와 비교해 대뇌의 크기나 기억력이 얼마나 다른지에 대한 분명한 결론은 얻기 힘들다.

또 이번 연구에 참여한 노스캐롤라이나대 컴퓨터과학 전문가 마틴 스테이너는 “서방의 과학 연구지는 이번 원숭이 실험 결과를 전혀 게재하지 않는다”며 “연구 자체의 문제점과 동물 보호에 관한 논란으로 미국에서는 불가능한 연구”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이 연구는 좋은 방향을 향하고 있지 않다. 과학실험을 통해 무언가 배울 수 있어야 하고, 사회에 도움이 돼야 하는데 이 실험은 그렇지 않다”고 덧붙였다.

일부 과학자들은 인간의 유전자를 원숭이에게 이식하면 안 된다고 주장한다.

콜로라도대 영장류 비교 연구 분야의 유전자학자 제임스 시칼라는 “유전자를 이식한 원숭이를 이용해 뇌의 진화에 관련된 인간의 유전자를 연구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면서 “실험 결과는 무시할 수 없는 사례가 돼 앞으로 이와 관련한 연구가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이렇듯 거센 비판과 논란 속에서도 중국 과학원 측은 “유전자 이식 원숭이를 더 많이 만들고 또 다른 인간 특유의 유전자‘SRGAP2C’를 이식한 원숭이를 번식시킬 것”이라고 ‘MIT 리뷰’에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몇 년 동안 중국은 끊임없이 인류의 도덕적 한계를 무시하며 국제적 금기에 도전했고, 이제는 생명과학의 마지노선까지 무너뜨리려 하고 있다.

중국의 과학자 허젠쿠이는 지난해 11월 유전자 편집 기술을 활용해 에이즈(AIDS·후천성 면역결핍증)를 유발하는 HIV 바이러스에 면역력을 지닌 쌍둥이 소녀들을 탄생시켜 과학계에 충격과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세계 최초로 원숭이가 복제된 것도 지난해 중국에서였다. 지난 1월에는 중국 과학원이 원숭이의 유전자를 편집해 복제한 5마리 원숭이가 수면장애를 일으켰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세계 대부분 국가는 영장류의 복제가 인간 복제로 이어질 우려가 있어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윤리적으로 금지된 영장류 복제 연구를 국가가 나서서 허용하고 있다. 중국의 복제와 유전자 조작은 이미 전 세계적인 논란 대상이다.

인권변호사 셰옌이(謝燕益)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도덕적 가치가 없는 기술은 재앙을 야기한다. 진정한 과학자는 반드시 도덕적인 입장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콜롬비아대학 정치학과의 리톈샤오(李天笑) 박사 역시 “이러한 과학적 성과는 인류의 기본적인 도덕 원칙에 위배되는 것으로, 사실상 반인륜적 범죄와 다르지 않다”며 이는 모두 신이 인간을 위해 창조한 생명의 구조 및 그 생명이 필요로 하는 기본적인 요구를 멸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