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방첩법 강화해 외국기업 조사…기업계 “對中 해외영향 차단 목적”

김태영
2023년 05월 9일 오후 10:08 업데이트: 2023년 05월 10일 오전 9:18

중국 당국이 자국 내 외국계 기업을 급습하는 일이 잇따라 발생하자 기업계에서는 중국 당국이 외국의 영향력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보인다는 해석이 나온다.

로이터 통신은 8일 중국 국영방송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을 인용해 중국 당국이 강화된 국가보안법에 따라 외국계 컨설팅회사 캡비전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캡비전은 뉴욕과 상하이 등 세계 8개 지역에 사무소를 두고 있는 다국적 투자 컨설팅 기업이다.

CCTV는 이날 보도에서 “외국 기관들이 국내 컨설팅 회사들을 이용해 중국의 국가 기밀과 핵심 분야 정보를 훔친 사실이 밝혀졌다”며 “중국 국가 안보 당국의 조사 결과, 캡비전은 중국의 민감한 산업과 관련해 외국 기업들로부터 컨설팅 프로젝트를 대거 수주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투자 컨설팅 회사의 업무 특성상 각종 통계를 비롯한 다양한 정보를 수집해 고객사에 제공하는 것은 일반적인 업무 범위에 해당한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중국 당국의 외국계 기업 옥죄기 행보는 최근 개정된 방첩법에 따른 것이다. 앞서 지난달 26일 중국 당국은 간첩 활동의 정의를 크게 확대한 방첩법 수정안을 통과시켰다. 수정안에는 중국의 국가 기밀이나 핵심 산업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외국에 전송하는 것을 ‘사이버 간첩 행위’로 규정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중국 정부가 외국계 정보 제공업체에 기업 등록과 특허, 물자 조달, 학술지, 통계 연보 등의 정보를 외국으로 전송하는 것을 제한하거나 완전히 차단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공안은 지난 3월 미국 기업신용조사업체 민츠그룹의 베이징 사무소를 ‘불법 사업 활동’ 혐의로 급습해 중국 국적의 직원 5명을 연행하고 사무소를 폐쇄했다. 같은 달 영국계 회계기업 딜로이트의 베이징 사무소에 대해선 중국 국영 자산관리기업에 대한 회계 감사가 부실했다는 이유로 3100만 달러(약 415억 원)의 벌금과 3개월간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지난달에는 미국 컨설팅회사 베인앤드컴퍼니의 상하이 사무소를 급습해 직원들을 상대로 심문을 벌인 바 있다.

이 같은 중국 당국의 조사 대상이 된 기업인들은 “이는 중국이 세계 각국을 통제하려는 광범위한 노력의 일환”이라며 “또한 외국의 영향력을 차단하기 위한 목적도 있어 보인다”고 해석했다고 WSJ는 전했다.

니콜라스 번스 주중 미국 대사는 지난 2일(현지 시간) 미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에서 주최한 화상 대담에서 “이 법(중국의 방첩법 개정안)은 미국 기업이 일상적으로 해야 하는 비즈니스 활동을 불법으로 정의할 수 있다”며 “이로 인해 연구원, 교수, 언론인도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30년 이상 중국에 투자해 온 벤처투자가 게리 라이셸은 “중국 정부의 정보 차단으로 (외국 자본 세력이) 중국 시장에 대해 이해하기 어려워지면 중국에 대한 투자 가치 매력도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제라드 디피포 선임연구원은 “이번 조치는 중국의 국가 안보를 강화하기보다 오히려 중국에 관심 있는 해외 연구자들이 중국을 외면하도록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