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영화 · TV프로그램 검열 실상 드러난 문건유출

2018년 07월 3일 오후 2:49 업데이트: 2019년 11월 11일 오후 3:49

최근, 중국 대중 매체 검열 당국이 어느 정도로 대중 매체를 통제하고 제작방법까지도 깊숙히 통제하는지를 보여주는 문건이 유출돼 관심을 끌고 있다.

중국 소셜미디어 서비스인 웨이보에 게재된 뒤 순식간에 여러 중국 인터넷 포털사이트 메인을 장식한 해당 문건은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이 작성한 것으로 밝혀졌다. 유출 문건에는 영화와 TV 프로그램에 적합한 소재와 그렇지 못한 소재에 대한 해당 기관의 내부 규제가 포함되어 있었다.

역사적 사실을 표현하는 방식은 특히 민감한 문제여서 규제 항목 중에 “고대부터, 중국은 영토의 통일을 강조해왔다”고 명시하고 있다. 영토 분쟁과 관련된 “터부시된 역사”에 대한 언급은 피하고, 중국의 통치권을 강조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한나라(기원전 206 ~ 220년)시기 변방에 위치한 일부 왕조들은 ‘국가’로 간주할 수 없다. 중국 당국은 신장 위구르, 티베트, 홍콩, 대만 등 일부 지역에 대해 일관된 역사 기조를 유지하기 위해 이런 전략을 펼치고 있다.

또한, 중국 당국은 언론매체에서 유명 역사 인물을 거론하지 못하도록 지시했다.

중국공산당은 중국 전통문화 요소를 말살시킨 전례가 있다. 특히, 1960~70년대 문화혁명 기간 동안, 역사 인물들의 조각상, 중요 문화 유적지, 종교적 상징, 유불도 삼교의 중요 경전이 공산당의 이해관계에 반한다는 이유로 모두 파괴했다.

심지어, 중국공산당은 당리 당략에 따라 역사 사건 왜곡을 노골적으로 유도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검열 당국 관계자는 “완전한 역사 조작이 필수다. 실제 역사적 사실을 떠올리지 못할 정도로까지, 지속적으로 전방위적으로 조작해야만 했다”고 증언했다.

그 외에도, 문화혁명의 그림자가 남아있는 부분도 보인다. “유물론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봉건적 미신을 파괴 및 제거한다.”  중국공산당은 민속신앙, 종교교리, 서구 종교의 영성(靈性)을 뿌리 뽑기 위해 ‘미신’이라는 단어를 활용하고 있다. 또한, 기존 ‘미신’이 차지하던 영역에 공산당 이념을 주입하려 시도하고 있다.

2017년 5월 15일, 남성들이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전자제품 매장 진열대에 놓인 대형 TV에서 방송되는 TV 프로그램을 시청하고 있다. | Kevin Frayer/Getty Images

또, 공산 정권의 정통성과 합법성을 의심하거나 비판하는 어떠한 시도도 불허됐다. 유출 문건은 “국가 사무에 대해 성급하게 논평하지 않아야 한다. 사회 시스템, 현재 국가 상황에 관한 이슈 뿐만 아니라, 향후 국가발전 방안에 대한 거시적 질문도 피해야 한다” 고 말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 사회가 감시감독, 인권유린, 심각한 공해문제 등 수많은 사회문제들로 고통받고 있지만, 검열로 인해 중국의 영화와 TV프로그램은 중국인의 삶이 지닌 긍정적 측면만 묘사해야 했다. “인민의 아름다운 삶에 대한 묘사를 거듭 강조해야 한다. 인민이 행복하고, 성취감을 느낀다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고 유출 문건에 명시돼 있다.

중국 당국의 검열은 연기자들에게도 영항을 미치고 있다. 유출 문건에는 “홍콩과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는 유명인과 예술가의 영화나 TV프로그램을 우선 검열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홍콩과 대만은 중국 본토와 분리되어 독자적으로 정치, 경제권을 행사하고 있다. 홍콩의 경우 영국으로부터 통치권을 반환받았지만, 대만은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를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중국은 대만을 중국 영토의 일부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 중국 언론학부 졸업생은  자유아시아방송(RFA) 인터뷰에서 중국 당국의 영화 및 TV 프로그램 검열 때문에, 전공을 포기하고 진로까지 바꿨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데올로기와 관련된 영화 또는 TV 프로그램을 맡는 것은 위험하다. 중국 당국이 매우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