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언론 “시진핑, 청년에 농촌진흥 기여 장려”…신 ‘하방운동’ 가능할까

차이나뉴스팀
2023년 05월 11일 오전 11:05 업데이트: 2023년 05월 11일 오전 11:05

올 5~6월 사상 최대 1158만명 대졸자 쏟아져
취업난 심각…中 공산당, 청년들 농촌행 추진

관영 신화통신이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가 ‘5.4 청년절’을 앞두고 한 대학생 대표에게 보낸 답신을 게재하면서 대학생들에게 ‘농촌 진흥’을 위한 큰 무대에서 ‘공을 세울 것’을 권고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베이징 당국이 마오쩌둥 시대의 ‘하방운동(도시 청년들을 농촌으로 보내 농사짓게 한 운동)’ 다시 시작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3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신화통신은 시진핑이 1일 중국농업대학 과학기술소원(科技小院) 학생들에게 보낸 편지(답신)를 실었다. 편지에서 시진핑은 “대학이 설립한 과학기술소원을 통해 모두가 밭과 마을 농가에 가서 실천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돼 매우 흐뭇하다”고 했다.

시진핑은 또 “여러분은 편지에서 중국 농촌에 들어가야 실사구시(實事求是)가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대중과 접촉할 수 있는지 깊이 알 수 있다면서 ‘스스로 고생을 찾아서 한다(自找苦吃)’고 말했는데, 정말 잘한 말이다”라고 칭찬했다. 그러면서 그는 “신시대 중국 청년들은 마땅히 이런 정기신(精氣神)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재미 정치평론가 천포쿵(陳破空)은 시진핑이 ‘5·4 청년절’을 앞두고 편지를 보낸 것은 당국의 정책 방향을 전하기 위함이라고 주장했다. 공산당 기관지를 통해 대학생들에게 ‘농촌 진흥’을 위한 큰 무대에서 ‘공을 세울 것’을 강조한 것은 마오쩌둥 시대의 ‘하방운동’을 다시 시작함을 알리는 메시지라는 것이다.

천포쿵은 지난해 말 젊은이들이 중국 곳곳에서 ‘백지혁명’을 벌이면서 ‘공산당 퇴진’을 외쳐 당국을 놀라게 했다며 “시진핑이 청년들을 농촌으로 보내려는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중국문제 평론가 원자오(文昭)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시진핑이 5.4 청년절을 앞두고 드디어 청년들에게 ‘하방운동’을 호소했다”며 시진핑이 대학생의 편지에 답신하는 형식을 빌려 우회적으로 표현했다고 했다.

원자오는 이 이슈의 핵심 키워드는 ‘청년’, ‘농업’, ‘공(功)’이라며 이 셋을 종합하면 중국 공산당의 향후 정책 방향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시진핑이 5·4 청년절에 특별히 이 세 키워드를 쓰며 청년들에게 농촌으로 내려갈 것을 호소한 것은 농촌 하방이 향후 청년 일자리 정책의 기조가 될 것임을 시사한다는 것이다.

중국 교육부에 따르면 2022년 대학 졸업생은 1076만 명이었지만 실제 취업자 수는 254만 명에 불과했고, 2023년 대학 졸업생은 역대 최대 규모인 1158만 명에 달해 취업난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4월 광둥(廣東)성은 2025년 말까지 도시 청년 30만 명을 농촌에 보내 농촌지역 발전을 촉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3월 중국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중앙위원회도 ‘2023년 대학생 취업 활동 촉진 계획’을 발표했다. 그중 ‘대학생 취업 가이드 계획’은 대학생들이 “자발적으로 기층(基層) 일선에 가서 스스로 고생을 찾아서 하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했다. ‘대학생의 자발적 프로젝트 지원 계획’은 대학 졸업 예정자나 대학원생으로 구성된 자원봉사단을 서부지역과 기층에 보내 자원봉사를 펼치게 하는 계획이라고 했다.

공청단의 ‘자원봉사 서비스’란 농촌에서 건설·교육 방면에 봉사하거나 신장·티베트 등지에서 봉사하는 것을 말하며, 봉사 기간은 1~3년이다.

네티즌들은 공청단이 주최한 이런 행사들은 ‘신시대 하방운동’이라며 역사적 비극의 수레바퀴를 또다시 돌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치·경제 전문가 친펑(秦鵬)은 중국 당국이 ‘하방운동’을 독려하는 것은 중국의 대외무역, 민간기업에 큰 문제가 생겼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시사평론가 제이선(傑森)은 ‘신하방운동’은 실현 가능성이 매우 낮다며 마오쩌둥 시대의 ‘하방운동’과 비교했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마오쩌둥의 하방운동이 가능했던 것은 적어도 3가지 요건이 충족됐기 때문이다. 도시 젊은이들이 대부분 할 일이 없었다는 점, 극도로 엄격한 호적관리제도가 존재했다는 점, 젊은이들 상당수가 중국 공산당에 세뇌돼 마오쩌둥을 진심으로 숭배했다는 점 등이다.

그러나 지금의 중국 상황은 그때와 다르다. 현재 중국 젊은이들은 취업이 어렵지만 문화대혁명 당시처럼 사회 전체가 멈춰선 상태는 아니다. 아르바이트를 하든, 노점상을 하든, 탕핑(躺平·무력감에 빠져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냄)을 하든 도시에서 버티려 하지 결코 자발적으로 농촌에 가지 않을 것이다.

또 도농 간 인구분포도도 달라졌다. 1968년 당시 도시 인구는 중국 전체 인구의 18%에 불과했다. 그래서 당시 도시 인구의 10%가 농촌으로 하방돼 농촌 인구가 갑자기 늘어났어도 소화할 수 있었다. 그러나 현재 중국의 도시 인구는 67%를 차지한다. 현재 매년 쏟아져 나오는 대학 졸업자만 1100만 명이 넘는다. 지금의 중국 농촌 인구로는 이들을 소화하지 못한다.

이런 현실적인 문제로 인해 시진핑의 ‘하방운동’은 성공할 수 없다. 그래서 시진핑 당국이 지금 상황에서 대대적인 ‘하방운동’을 시작한다면 또 하나의 ‘부실공정’이 될 공산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