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억만장자 자산, 작년보다 18% 감소…‘시진핑 정책’ 탓

김태영
2022년 11월 10일 오후 12:01 업데이트: 2022년 11월 16일 오전 9:14

중국 억만장자들의 자산가치가 올해 큰 폭으로 줄었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자산 감소 폭은 24년 만에 최대치였다.

中 후룬리포트 “억만장자, 지난해보다 11% 감소”

중국판 포브스를 표방하는 후룬리포트는 매년 자산 규모 50억 위안(약 9400억 원) 이상인 억만장자 명단과 순위를 조사해 발표한다. 후룬리포트가 공개한 올해 중국의 억만장자 명단에 오른 사람은 지난해보다 11% 줄어든 1305명으로 집계됐다.

명단에 오른 중국 억만장자들의 총 자산 규모는 3조 5000억 달러(약 4700조 원)로 작년보다 18% 줄었다. 또한 100억 달러(13조 6000억 원) 이상 자산 보유자는 지난해보다 29명 감소한 56명, 10억 달러(1조 3600억 원) 이상 자산 보유자는 지난해 보다 239명 줄어든 946명으로 나타났다.

바이트댄스 창업자·CATL 회장 자산, 작년보다 28% 감소

후룬리포트에 따르면 올해 중국 부자 순위 1위는 중국 최대 생수 업체 농푸산취안 창업자인 중산산(钟睒睒), 2위는 바이트댄스 창업자 장이밍(張一的), 3위는 배터리 제조기업 CATL 회장 쩡위춘(玉玉群)이다.

이들 중 1위에 오른 중산산을 제외하고 2, 3위 기업가들의 자산은 전년 대비 크게 줄었다.

중국 생수 제조기업 농푸산취안의 창립자이자 백신 개발업체 베이징 완타이 제약회사 대주주인 중산산(钟睒睒)은 2년 연속 중국 부자 순위 1위를 차지했다. 그는 전년 대비 17% 증가한 650억 달러(약 88조 7000억 원)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2위는 틱톡의 모회사인 바이트댄스의 창업자 장이밍이 차지했다. 그의 자산은 350억 달러(약 47조 7000억 원)다. 바이트댄스의 주가 하락으로 전년 대비 28% 감소했다. 3위는 중국 배터리 제조기업 CATL 회장 쩡위췬이 올랐다. 그의 자산 역시 전년 대비 28% 감소했다.

中 억만장자 최대 21조 원 자산 감소…텐센트·알리바바 회장도 고배

이번 조사 결과 올해 중국의 억만장자 가운데 293명의 자산이 감소했다. 이 중 부동산 산업계가 14%, 의료 산업계가 11%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또한 올해 자산 규모가 가장 많이 줄어든 억만장자는 비구이위안의 대주주인 양후이옌(惠惠与), 텐센트 창업자 마화텅(馬化的), 둥하이그룹 창립자 리샤오둥 순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개발기업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 대주주인 양후이옌(惠惠与)의 자산은 전년 대비 157억 달러(약 21조 4000억 원) 감소했다. 조사 대상자 가운데 자산이 가장 많이 줄었다.

두 번째로 자산이 감소한 기업가는 IT기업 텐센트의 공동 창업자 마화텅(馬化的)이다. 그는 전반적인 중국 기술주 주가 하락으로 전년보다 자산이 146억 달러(약 20조 원) 줄었다.

동남아시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둥하이그룹(冬海集团) 창업자 리샤오둥(李小冬) 또한 전자상거래업 적자와 게임 사업 성장 둔화로 인해 전년보다 960억 위안(18조 633억 원)가량 자산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도 2020년 10월 중국 공산당을 공개 비판해 “숙청당했다”는 소문까지 돌았던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馬雲)의 자산은 작년보다 29% 감소했다. 부자 순위는 지난해(5위)보다 떨어진 9위에 랭크됐다.

“習, 제로코로나·공동부유 정책…中 억만장자 자산 감소 요인”

후룬리포트 회장 겸 수석 연구원인 루퍼트 후거워프는 이번 조사와 관련해 “회사 창립 후 24년간 리포트를 작성해왔는데 중국 억만장자들의 자산이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한 게 올해였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빚어진 원자재·식량·에너지난과 함께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과 부동산 산업 침체 장기화가 중국 억만장자들의 자산이 감소하게 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뿐만 아니라 지난 2년간 알리바바와 텐센트 같은 거대 IT기업들에 대한 중국 당국의 각종 규제 및 압박 강화도 중국 억만장자 자산 감소의 원인으로 꼽았다.

일각에서는 최근 제20차 공산당대회를 통해 3연임을 굳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공동 부유’ 정책 등을 강조한 것도 이런 결과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진핑 주석이 권력 강화를 위해 경제 손실도 감수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하자 해외 투자자들이 발길을 돌리고 있고, 이것이 중국 본토와 홍콩 증시가 함께 폭락하는 원인이 됐다는 주장이다.

中, 부동산으로 자산 증식한 부자들 수 줄고 있다

한편 후거워프 후룬리포트 회장은 부동산 산업을 통해 억만장자 대열에 든 기업가가 지속해서 줄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년 전에는 부동산으로 자산을 증식한 기업가들이 중국 부자 명단의 약 50%를 차지했지만 10년 전에는 20%로 감소했고, 5년 전에는 15%, 그리고 올해 조사에서는 10%로 계속 감소하는 추세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헝다그룹 창립자 쉬자인은 기업 부채 3000억 달러(약 409조 원)를 갚기 위해 개인 자산을 매각하고 있다. 최근 쉬자인은 영국 런던의 하이드 파크 공원이 내려다보이는 고급 저택을 2억 달러(2700억 원)가 넘는 가격에 매물로 내놨다”고 그는 설명했다.

중국 억만장자로 이름을 날리던 쉬자인의 자산은 2017년 기준 430억 달러(58조 6400억 원)에 달했다. 하지만 올해 그의 자산은 지난해보다 60% 감소한 40억 달러(5조 4000억 원)에 불과했다. 2017년과 비교하면 자산이 약 90% 이상 감소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