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양제츠도 나관, 미국에 부동산…부인·딸 10년째 거주”

강우찬
2021년 04월 10일 오후 5:31 업데이트: 2021년 04월 10일 오후 8:19

중국 공산당 정치담당 외교국원 양제츠가 ‘벌거벗은 관리(裸官·나관)’ 대열에 합류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벌거벗은 관리는 가족과 재산을 해외로 빼돌리고 몸만 중국에 남아 있는 관리를 뜻한다. 여차하면 언제든 해외로 달아날 준비가 됐다는 비아냥 섞인 표현이다.

양제츠는 지난달 18일 미중 고위급 회담에서 예정된 2분 대신 16분이 넘는 장시간의 거친 모두발언으로 미국을 공격하며 열렬한 애국주의를 드러낸 바 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양제츠에 주목하게 된 해외 중국계 네티즌들은 양제츠의 부인과 외동딸에 대한 추적에 돌입했다. 양제츠는 딸이 미국 예일대에서 유학하며 10년 이상 체류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미 알려진 상태다.

네티즌 수사대는 양제츠의 부인 러아이메이(樂愛妹)와 딸 양자러(楊家樂)가 워싱턴DC와 뉴욕 맨해튼에 각 1채씩 총 2채의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음을 밝혀냈다.

미국에서 중국 출신 1인 미디어 운영자 제니퍼 정은 두 아파트가 각각 양제츠 부인 러씨와 딸 양씨의 미국 내 주소지로 등록됐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제니퍼 정은 이같은 내용을 전문 조사관에게 의뢰해 입수했으며, 부동산 업체관계자라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공개 자료에서 찾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르면, 워싱턴DC 아파트 가격은 812만 달러(약 91억원)로 양제츠 부인 러씨의 주소지로 등록됐으며 소유주가 중공 정부다.

양제츠의 딸은 2010년 9월부터 현재까지 주소지가 맨해튼 하버사이드가 60번지 아파트 1912호실로 돼 있다.

뉴욕 정부 웹사이트에 따르면 이 아파트 소유주는 얀징보(Yan Jingbo)로 구입일자는 2011년 9월 1일로 매입가는 177만 달러(약 20억원)이다.

중국 내부 소식을 전문적으로 폭로하는 한 웹사이트에 따르면, 얀징보는 양제츠의 사위, 즉 양제츠 딸의 남편이다. 두 사람이 언제 결혼했는지는 확실치 않다.

양제츠 딸 양자러의 미국내 주소지로 등록됐다고 알려진 뉴욕 맨해튼의 한 아파트 건물(가운데) | 구글맵

1988년 12월생인 양제츠의 딸은 워싱턴DC의 명문 사립고등학교 시드웰프렌즈스쿨을 졸업했으며 2011년 예일대에 전액 장학생으로 합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드웰프렌즈스쿨은 미국의 현대판 귀족학교라고 불리는 곳으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딸들이 공부한 학교다.

또한 양제츠의 부인 러씨는 다른 사람과 한국의 주민등록번호와 비슷한 미국 사회보장번호(SSN)를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금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양제츠의 딸은 주소지 한 곳을 더 가지고 있다. 뉴욕 42번가 웨스트 350번지 빌딩 25층에 위치한 아파트로 등록일자는 2015년 8월이다아파트 소유주는 허저(He Zhe)라는 인물로 구입일자는 2014년 11월 7일, 매입가는 166만 달러(약 19억원)이다.

제니퍼 정은 “양제츠는 중미회담에서 불같은 발언을 쏟아내며, 중국 본토에 있는 젊은이들의 민족주의를 자극하고 반미 감정을 부추겼다. 그러나 정작 그의 딸은 2011년 예일대 전액 장학생으로 입학하고 지금까지 10년간 미국에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양제츠뿐만이 아니라 중국 고위층은 겉으로는 반미(反美)하지만 뒤에서는 가족과 재산을 미국으로 빼돌리는 모순된 모습을 가지고 있다”며 “한 통계에 따르면 중국 관료 118만명이 가족과 재산을 해외로 빼돌렸다”고 비판했다.

제니퍼 정이 인용한 통계는 중국 공산당(중공) 간부 양성기관인 중앙당교 교수 린저(林喆)가 지난 2013년 2월 밝힌 내용이다.

미국의소리(VOA) 보도에 따르면 이 통계는 지난 1995년부터 2005년까지 밝혀진 것만 집계한 수치다. 그후 15년 동안 중국 경제의 성장과 활발해진 대외활동 등을 고려하면 현재 그 규모는 추산하기조차 어렵다.

제니퍼 정은 양제츠 부인과 딸이 미국 내 주소지를 추적해 공개한 이유에 대해 “중공 고위층은 자녀와 재산을 빼돌리고 중국에 남아 뭘 하는가? 부정한 수단과 방법으로 재물을 모으고 있다. 그러면서 반미 쇼를 벌인다”면서 “중국인, 특히 반미 선전에 쉽게 선동되는 젊은층이 실상을 알고 선동당해 그들의 총알받이로 농락당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