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성장호르몬 시장 연 16%씩 급성장…오남용 우려도

강우찬
2022년 09월 15일 오전 9:44 업데이트: 2022년 09월 15일 오전 10:32

고가에도 ‘키 성장’ 우려하는 부모들 관심 급증
오는 2030년까지 4조원대 시장으로 성장 전망
부모가 불법적 경로로 약 구해 직접 주사하기도

중국 성장호르몬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는 가운데, 오남용 경고등이 켜졌다. 자녀의 키 성장에 불안감을 가진 부모들이 늘어나면서다.

베이징만보에 따르면 지난 7월 초 여름방학이 시작되고 베이징아동병원의 호르몬 치료를 담당하는 내분비과 전문의의 진료 상담은 평상시의 두 배로 늘었다.

상담자 90% 이상은 자녀의 키 성장 치료를 문의하려는 부모들이다. 일부 부모들은 대놓고 “우리 아이에게 ‘키 크는 주사(增高針·증가오쩐)’를 놔달라”고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가오쩐’은 수년 전부터 핫 키워드가 됐고 지난해 여름방학 시즌부터 특히 관심이 폭발했다. 오남용이 부쩍 늘어난 것도 이 무렵부터다.

값비싼 주사제 판매 수익의 일부를 의사들에게 돌려주겠다는 성장호르몬 주사제 생산업체의 리베이트 유혹에 넘어간 의사들도 과다처방으로 오남용을 부채질하고 있다.

중국 국·공립병원에서는 왜소증을 앓지 않는 한 성장호르몬 처방을 꺼린다. 이에 상당수 부모들이 민영병원을 찾거나, 심지어 불법적인 경로로 성장호르몬 주사제를 직접 구매해 자녀에게 주사하는 경우도 많다.

일부 민영병원은 성장호르몬 주사제를 ‘자녀를 키 크게 하는 마법의 약’으로 광고하고 있다. “키의 70%는 유전이지만 30%는 후천적 노력이다. 원하는 만큼 크는 것은 꿈이 아니다”라는 홍보문구를 내세운 곳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성장호르몬 주사제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성장호르몬 결핍증을 앓고 있는 경우에만 사용해야 한다고 오남용을 경고하고 있다.

허베이성 우한시 대형병원 우한셰허병원 소아내분비과 린밍(林鳴) 박사는 “실제로 성장호르몬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키 성장이 더딘 아이는 극소수”라며 “대다수 아이들은 균형 잡힌 식단과 충분한 수면, 그리고 적절한 운동이면 충분하며 성장호르몬은 불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국 공산당 국가통계국의 공식 통계에 따르면, 중국의 어린이 왜소증 발병률은 약 3%이며, 치료가 필요한 4~15세 환자는 약 700만 명 정도다. 이 중 적절한 치료를 받는 숫자는 연간 약 3만 명에 그친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성장호르몬 치료비는 주사제에 따라 연간 2만~4만 위안(약 4백만~8백만원)이 든다. 주사 접종 횟수를 낮출 수 있는 지속형 제제는 연간 19만 위안(약 3800만원)까지 비용이 올라간다.

성장호르몬 치료가 2~5년 정도 진행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적게는 총 치료비용이 적게는 1천~2천만원에서 많게는 억대까지 달한다.

실제로 중국 저장대학 소아병원 내분비내과의 황커(黃軻) 부과장은 자신의 어린이 환자 중 한 명은 부모가 48만 위안(약 9600만원)을 썼지만 그사이 키가 1cm 자라는 데 그쳤다고 말했다.

그러나 성장호르몬 주사제의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성장호르몬 사용은 계속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관영매체 신화통신은 지난해 8월 기사에서 “최근 수년간 성장호르몬 사용이 증가하고 있다”며 성장호르몬 선두업체 창춘가오신(長春高新·진사이언스) 매출이 2016~2020년 5년 사이 4배 증가했으며 이 중 성장호르몬 제품 매출이 90%를 차지했다고 보도했다.

시장조사업체 프로스트앤드설리번에 따르면, 2018년 중국의 성장호르몬 시장 규모는 6억 달러(약 8300억원) 규모였으며 매년 평균 15.7%씩 성장해 오는 2030년 32억 달러(약 4조46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아이의 성장에는 균형 잡힌 식단과 충분한 수면, 운동이 더 도움이 된다고 의사들은 조언하고 있다. 사진은 베이징의 한 공원에서 농구하는 아이들의 모습. 2022.6.1 | WANG Zhao/AFP/연합뉴스

성장호르몬, 의사 처방 따른 적절한 사용이 중요

현재 치료용으로 이용 가능한 인간 성장호르몬은 자연적으로 체내에서 발생하는 인간 성장호르몬의 작용 기전과 유사한 뼈의 성장과 발달을 유도할 수 있다.

성장호르몬 치료요법은 성장판이 닫히지 않은 성장호르몬 결핍성 왜소증 아동에게 적합하다. 터너증후군, 프라더-윌리증후군, 단장증후군 혹은 증세가 온몸에 나타나는 전신질환 등의 원인으로 키가 작은 아동에게 적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상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어린이들에게 성장호르몬을 투여하면 더 빨리, 더 크게 키가 자랄 수 있을까?

베이징셰허병원 내분비과 과장 판후이 박사는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건강한 어린이에게 성장호르몬 치료는 권장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판 박사는 최근 의료지침을 인용해 “성장호르몬 치료요법이 반드시 아이들의 키 성장에 도움을 주지는 않으며, 도움이 되더라도 추가 성장은 약 4~6cm 정도에 그친다”고 밝혔다.

톈진 제4중앙병원 소아과 과장 리수지에(李素潔) 박사는 “처방으로 투여하는 인간 성장호르몬의 양은 매우 엄격하게 제한된다”며 “성장호르몬이 부적절하게 사용되면 아이들에게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리 박사는 “정상 범위 내에서 키가 조금 작은 수준의 아이들에게 성장호르몬을 투여했을 때 어떤 부작용이 나올지 관련 임상자료가 부족한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베이징칭화창칭병원의 전문가들은 왜소증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 적당한 수준의 성장호르몬을 사용하면 부작용 위험이 낮다고 밝혔다.

그러나 왜소증 환자에게 성장호르몬을 과도하게 투여할 경우 성조숙증, 성장판 조기 폐쇄 등의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

성장호르몬이 필요하지 않은 정상 범주의 어린이에게 고함량의 성장호르몬을 투여하면 전신 부종, 심근종(심장벽이 두꺼워지는 심장질환), 높은 인슐린 저항성, 종양, 안압 증가, 관절염, 뇌압 증가, 가슴 발달 등의 부작용이 초래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