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부동산 재벌, 미국서 관리에 뇌물 줬다 덜미

강우찬
2022년 12월 16일 오후 8:05 업데이트: 2022년 12월 16일 오후 8:05

중국의 부동산 거물이 미국에서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영국에서 체포됐다.

캘리포니아 당국은 중국 광저우의 부동산 개발 기업 푸리디찬(富力地產·R&F Properties)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 장리(張力)에 대해 수배령을 내렸다.

장씨는 지난 2015년부터 2020년 사이 샌프란시스코의 주요 건설 프로젝트에 관한 허가를 얻기 위해 현지 공무원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영국에 체류 중이던 장씨는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런던에서 체포됐다. 절차대로라면 장씨는 범죄인 인도 협약에 따라 미국으로 송환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달 12일 진행된 법원 심리에서 재판부는 장씨에게 1840만 달러(한화 약 240억원)의 보석금을 선고했다. 이날 장씨는 변호인을 통해 대리 출석하고 본인은 불참했다.

같은 날 푸리디찬은 성명을 내고 장씨의 뇌물 제공 혐의는 허위 고발이라고 반박했다.

장씨는 현재 런던의 초호화 펜트하우스에서 24시간 가택 연금된 채 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법원 출석을 위해 보안인력의 동행하에서만 외출할 수 있으며, 그 외 목적으로는 건물을 벗어날 수 없는 상태다. 인터넷 연결이 가능한 전자제품 사용도 금지됐다.

중국 정부 관리 출신의 장씨는 광저우에서 푸리디찬을 설립한 후 미국 캘리포니아에도 부동산 회사 지앤엘(Z&L Properties)를 공동 설립했다.

두 회사는 별도 법인으로 설립됐으나, 캘리포니아 검찰 당국은 지앤엘을 푸리디찬의 미국 자회사로 파악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공무원들이 중국 기업가들과 부패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1월에는 로스앤젤레스의 부동산 회사를 소유한 중국인 황웨이가 현지 시의원에게 100만 달러가 넘는 뇌물을 준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중국의 대형 부동산 개발업자인 황씨는 2013년부터 2018년까지 5년 동안 로스앤젤레스에 77층짜리 고층 빌딩을 세우기 위해 이 같은 뇌물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씨의 범행은 미 법무부가 로스앤젤레스 시정부의 부정부패를 조사하는 이른바 ‘카지노 로얄 작전’을 수립, 실시하면서 발각됐다.

한편 2022년 한 해에만 약 1만 명에 달하는 중국인 고액 자산가(자산 100만 달러 이상)가 미국으로 몰려든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3분의 1은 거래당 평균 100만 달러가 넘는 가격으로 캘리포니아 부동산을 사들였고, 또 이들 중 58%는 현금으로 구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