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보시라이 ‘상징물’ 밤새 철거..장쩌민 세력 경고?

2016년 08월 9일 오후 3:37 업데이트: 2019년 11월 18일 오후 1:41

중국 당국이 실각한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시 서기가 과거 다롄(大連)시에 세운 거대 조형물인 ‘화표(華表)’를 철거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 기간인 지난 5일, 베이징 신경보(新京報)는 모바일 메신저 위챗에서 다롄 시민들의 제보라면서 이 같은 소식을 비공식적으로 전했다.

당국은 이날 새벽, 최근 싱하이(星海)광장에서 열린 국제맥주축제 시설물을 철거하면서 화표도 함께 철거해 치밀한 사전 계획에 따라 이뤄진 ‘작전’이 아니냐는 추측을 낳고 있다.

공산당 원로 보이보(薄一波)의 아들인 보시라이는 시진핑의 권력 승계를 앞두고 정변 음모를 꾸미다 지난 2012년 실각한 인물이다.  그는 장쩌민의 파룬궁 탄압을 적극 동조해 장쩌민파가 밀어주는 후계자로 부상, 일찍부터 권력에 대한 야망을 키웠다.

보시라이가 다롄에서 시장과 부시장을 지낼 당시(1993~2001년)인 1997년, 4년에 걸쳐 완성된 다롄 싱하이광장은 베이징 천안문광장보다도 면적이 넓어 아시아 최대 규모의 광장으로 꼽히고 있다.

이 광장의 중심에 백옥으로 된 화표가 세워졌는데 높이 19.97미터로 역시 천안문 광장의 화표보다 높이가 10미터 이상 더 높다. 디자인도 더 화려해 베이징 화표에는 용 한 마리만 새겨져 있는 반면, 다롄의 화표에는 용 9마리가 새겨져 있다.

화표는 중국에서 예부터 ‘최고의 권력’을 상징, 일반적으로 황제의 궁전이나 능묘 등에만 설치됐다. 보시라이가 화표를 세운 의중은 화표에 담긴 이런 의미와 무관치 않다.

실제 지난 2012년 6월, 다롄 화표를 디자인한 다롄시 건설 관계자는 일본 아사히신문과 인터뷰에서 보시라이가 “나는 장래 천자가 될 사람이기 때문에 가장 높은 화표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집권자의 입장에서 보면 다롄 화표는 위치에서나 크기에서 모두 ‘용맥’을 가로 막는 풍수다. 특히 보시라이는 이미 무기징역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이지만 그를 지지했던 당·정·군 내 측근들과 장쩌민 세력은 쉽게 물러서지 않고 있어 시진핑 집권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시진핑 지도부 출범 이래 강도 높은 반부패운동이 지속되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시진핑은 보시라이와 장쩌민 세력의 ‘파룬궁 탄압’이라는 가장 큰 약점을 잡고 있지만 공산당의 붕괴를 막기 위해 공개하지 않고 있다.

보시라이의 다롄시장 재직 시절 다롄에 들어선 인체표본 가공공장과 ‘인체의 신비전’은 장쩌민과 보시라이의 파룬궁 탄압 죄악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증거물 중 하나다. 때문에 이번에 시진핑 국가주석이 다롄 화표를 철거한 것은 이들 세력에 대한 경고 메시지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