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베이징, 지하철표 실명제 반감 확산…“사사건건 피곤”

강우찬
2023년 05월 28일 오후 5:50 업데이트: 2023년 05월 28일 오후 5:50

코로나19 확산 때 도입…지금까지 유지

베이징 당국이 시행 중인 지하철 승차권 구매 실명제에 대한 불평이 중국 소셜미디어에서 확산하고 있다. “사사건건 실명을 요구한다”는 비난이 나온다.

비행기나 기차, 선박 이용 시 신분증을 요구하는 경우는 많지만 베이징은 지하철을 이용할 때도 신분을 확인한다. 그러나 승차권 발매기에서 인식할 수 있는 신분증은 중화인민공화국(중공) 신분증뿐이다.

외국인은 지하철 승차권을 현장 구매하려면 안내창구로 가서 지하철 직원을 통해서 구매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베이징의 지하철 승차권 구매 실명제는 지난 2022년 5월 17일 시내 전 지하철 노선에 도입됐다. 시 교통위원회에 따르면 코로나19(중국 공산당 바이러스 감염증) 방역을 위해서다.

그러나 방역 수준이 낮춰진 지금도 지하철 승차권 구매 실명제는 여전히 시행 중이다. 특히 승차권 구매 실명제와 함께 도입된 ‘건강코드’ 앱 설치·사용 의무화가 해제됐는데도 구매 실명제는 변함없다는 점이 더욱 의문을 깊게 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은 올해 1월 8일부터 코로나19 방역 수준을 기존 ‘을(乙)류 갑급관리(2급 감염병 1급관리)’에서 ‘을류 을급관리'(2급 감염병 2급관리)로 낮췄지만, 베이징시 당국은 지하철 이용 시 여전히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고 있다.

불편은 신분증 제시에만 그치지 않는다. 베이징의 일부 지하철역에서는 승차권 발매기에 신분증 판독 기능이 없어 신분증 번호를 일일이 입력해야 한다.

중국 베이징의 한 지하철 승차권 발매기. 구매자의 실명과 신분증 번호를 직접 입력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 화면 캡처

현지 라디오 방송인 베이징신원광보(北京新聞廣播)의 23일 보도에 따르면 스차하이(什剎海), 아오선(奧森) 등 평소 승하차객이 많아 혼잡한 역에서는 승차권 구매 시 신분증 확인 절차를 생략하고 있다.

그러나 융타이좡(永泰莊), 진안차오(金安橋) 등 유동인구가 적은 소규모 역에서는 여전히 신분증 확인을 요구하고 있어, 비일관적인 정책으로 인한 혼선도 빚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웨이보 등 중국 소셜미디어에는 이러한 불편에 대한 불만 표출과 함께 ‘대체 지하철 이용에 신분증이 왜 필요한가’라고 의문을 제기하는 영상이 확산되며 사람들의 반향을 얻고 있다.

중국 네티즌들은 “내가 사는 아파트 단지를 드나들 때도 얼굴인증을 해야 한다”, “실명을 요구하는 곳이 너무 많아 사생활이 전혀 없다”, “번거롭고 정말 시간 낭비다. 그저 지하철 타는 데도 왜 이렇게 피곤하게 만들까”라고 반응했다.

지하철 승차권 구매 실명제는 지난 2018년 신장 위구루 자치구의 주요 도시인 우루무치 시내 지하철에 도입된 바 있다. 당시 시 당국은 지하철 운영관리를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국제사회에서는 위구르 탄압의 일환으로 분석했다.

한편, 현지 매체 소후의 취재에 따르면 지하철 승차권 구매 실명제와 관련해 베이징 지하철 고객 서비스 센터 관계자는 “철도 교통의 보안(安全)방호 능력을 향상하려는 조치”라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보안’의 의미를 질문받자 “구체적인 설명은 없다. 지침에 적힌 대로 읽었다”고 답했으며, 실명제가 적용되지 않는 지하철역을 확인해달라는 요청에 “승객 유동량에 따라 조정된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